[장영수 칼럼] LH 투기 처벌하되 소급입법은 안 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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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2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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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칼럼] LH 투기 처벌하되 소급입법은 안 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LH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내부 개발정보를 이용하여 엄청난 부동산투기를 한 LH의 해묵은 도덕적 해이가 이 사건의 뿌리가 되었다. 둘째,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박탈감이 매우 심각한 상태에서 이 사건이 터짐으로써 국민적 분노가 더욱 커졌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한 정부의 초기 대응이 미숙했을 뿐만 아니라 LH 사내전산망의 조롱글이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LH사태의 파장이 커지고 4월 7일로 예정된 보궐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자 여당은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으며, 소급입법을 통해 부동산투기를 했던 LH직원들을 처벌하고 부동산투기의 이익을 최대 5배까지 환수하겠다는 것도 이러한 대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소급입법을 통한 문제해결은 매우 중대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소급입법이 위헌인 이유를 가볍게 생각하고 당장의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기 위해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간의 조사·수사를 통해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도 불확실한 상태에서- 대응하는 것보다는 국민들에게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일 것이다. 하지만, 소급입법을 통한 문제해결은 당장의 득(得)보다 차후의 실(失)이 훨씬 더 크다.

헌법 제13조에서 명문 규정으로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형벌불소급의 원칙 및 소급입법에 의한 참정권의 제한과 재산권의 박탈을 금지하는 것은 법의 이념으로서 정의와 더불어 강조되는 법적 안정성의 요청 때문이다.

아무리 정의의 요청이라 하더라도 인류 역사를 통해 확인된 근본가치(=절대적 정의)가 아닌 그때그때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는 잠정적 정의(=상대적 정의)는 법률에 의해 명문화된 이후에만 효력을 가지며, 이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예측가능성을 깨뜨리고 당자자의 법적 지위를 불안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상대적 정의의 본질에도 반하는 것이다. 실제로 소급입법을 폭넓게 인정한다면, 국회의 다수파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는 것과 다름 없다.

LH소급입법은 부진정소급입법이기 때문에 허용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진정소급입법과 부진정소급입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진정 소급입법은 이미 완성된 사실에 대해 소급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며 부진정소급입법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조건을 변경하는 것이다.

예컨대 과거에는 범죄로 인정되지 않던 행위를 소급적으로 처벌하거나 시효가 완성된 범죄를 처벌하는 것은 진정소급에 해당하며, 아직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범죄에 대해 시효를 연장하는 것은 부진정소급에 해당한다. 이렇게 볼 때, 부동산투기가 이미 행해진 상태에서 이를 소급적으로 처벌하거나 그 이익을 환수하는 것은 진정소급입법이 된다. 그러므로 LH소급입법은 위헌이 될 수밖에 없다. 4.19혁명 직후 3.15부정선거 관련자 등에 대한 소급적 처벌을 위해 헌법개정(제4차 개헌)까지 했던 것도 소급입법의 위헌성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LH사건에 대한 소급입법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적법절차에 대한 무시를 넘어서 이제는 위헌적 입법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LH사태를 눈감아주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도(正道)에 따라 LH직원들의 내부정보 불법이용 등을 제대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과 비리가 충격적인 규모라 하더라도 적당히 덮지 말고 제대로 밝혀야 한다. 경찰 수사뿐만 아니라 특검을 통해서라도 제대로 된 결과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 말기의 국정농단 수사에 비해 나아진 것이 무엇이며, 검찰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을 통해 개선된 것이 무어냐고 국민들이 묻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조되어야 할 점은 모든 책임을 과거의 적폐 탓으로 돌리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고 미래세대에 책임지는 자세로 중장기적 제도개혁을 위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당면과제는 검찰개혁이나 LH소급입법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이해충돌방지의 법제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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