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고용정책

김승룡 정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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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고용정책
김승룡 정경부 차장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은 것이 여러 가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부모가 자식에게 또는 선생이 제자에게 존경받는 일, 우리 사회와 나라를 사랑하는 일 등 우리의 마음과 관련된 것들이 수없이 많이 있을 게다. 그러나 우리 마음과 상관 없는데도, 돈만으론 절대 해결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다. 좋은 일자리는 아무리 돈을 퍼준다고 거저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산업과 시장이 발전하고, 그 속에서 기업이 성장하고, 새로운 창업이 줄을 이을 때 비로소 좋은 일자리는 만들어진다.

사람이 태어나 일하지 않고 놀고 먹고 살 수 있는 부유한 환경이면 좋겠건만, 누구에게나 그런 환경은 주어지지 않는다. 사람이 태어나 교육을 받고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2세를 얻기도 힘들고 자그마한 집에서나마 알콩달콩 행복을 누리기는 어려운 게 요즘 현실이다. 그만큼 좋은 일자리는 최상의 복지이자, 행복의 선행 조건인 것이다. 특히 막 사회에 받을 디디려는 청년들에겐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좋은 일자리다.

그러나 요즘 우리 정부가 하는 행태를 보고 있자면,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케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무려 100만명 가까이 감소했고, 2월엔 47만명 넘게 감소했다. 1월 취업자 감소폭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3년만의 최대치다. 1월에 비해 2월 취업자 감소 폭이 그나마 절반 가량으로 줄어든 것은, 우리 경제가 회복해 기업들이 사람을 채용해 그런 게 아니라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이른바 '공공 알바' 노인 일자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월 연령대 별로 보면 20대(-10만6000명), 30대(-23만8000명), 40대(-16만6000명), 50대(-13만9000명) 등 청년층과 중장년층 취업자는 감소한 데 반해 60세 이상 취업자는 21만2000명이나 증가했다. 단기 공공 노인 일자리만 늘어난 것이다. 정부 공공 단기 일자리를 제외하면 좋은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재정 투입으로 만들어낸 공공 일자리는 260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역대 최대다. 정부는 올해 이보다 더 많은 공공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혈세를 쏟아부을 태세다. 기업들은 청년 신입 사원 채용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아예 뽑을 생각조차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 조사 결과, 응답 기업(110개)의 63.6%는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이 아예 없거나, 아직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땅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년들은 지금 절망과 좌절 속에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0.1%로 2017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체감실업률을 의미하는 청년 확장실업률은 26.8%로 역대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2월 기준 청년 '취준생'(취업준비생)은 모두 76만명으로 1년 전에 비해 7만4000명 증가했다. 역대 최대치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은 그나마 다행이다. 해도 해도 취업이 되지 않으니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노는 청년을 일컫는 '취포생'(취업포기생)은 작년 말 기준 43만6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8만5000명이나 늘었다. 취포생은 4년 전인 2016년에 비해 거의 배로 증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고용 상황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에 비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비율이 77.3%에 달했다.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8.3%에 불과했다. 특히 20대 청년들은 무려 84.2%가 올해 고용이 더 악화할 것으로 답했다. 청년들은 이같은 고용 참사가 이어지는 원인으로 코로나19 외에 국회와 정부의 기업규제 강화를 1순위로 꼽았다.

정부는 국민 세금을 걷어 단기 청년과 노인 공공 알바 일자리만 만드는 데 온통 신경을 곧두세우고 있다. 당장 급락하는 고용 성적지표를 땜질식으로 막아보자는 것 뿐이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수준의 재정만능형 고용 정책으론 국민 세금만 낭비할 뿐, 청년의 좋은 일자리와 미래 희망도 만들어 줄 수 없다. 만약 재정이 부족해 일자리 예산이 줄어든다면 금방 이런 일자리는 사라지고, 고용 참사의 실상이 바로 드러나게 된다.

조금은 더디더라도 미래 성장산업을 육성하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규제를 뿌리 뽑고, 너도 나도 기업을 만들려고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급선무다. 청년에 미래가 없다면, 지금 단기 일자리 증가로 웃고 있는 노인들도 불행해질 것이고 결국 이 나라 전체가 불행해질 것이다.

김승룡기자 s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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