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과도한 금융CEO 줄징계

김현동 정경부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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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과도한 금융CEO 줄징계
김현동 정경부 금융팀장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4월 취임 후 처음으로 금융인들과 만났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소상공인 긴급 금융지원 간담회 자리였다. 대통령은 "경제 활동을 하는 모든 기업과 국민에게 금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라면서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몰고 온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기업과 국민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금융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금융권은 작년 100조원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해 일자리를 지키고 위기를 극복했다. 사실 코로나19 이전까지 금융은 '적폐'로 분류됐다. 2018년 검찰 수사로 드러난 은행권 채용비리는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이라는 문재인 정권의 키워드와 정면충돌했다. 대법원은 작년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임원진에 대한 유죄를 확정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들어 채용비리 피해자에 대한 구제 방안으로 신입행원 20명을 특별 채용하기도 했다.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직 신한은행장은 채용비리 재판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상소심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1심 판결 직전에는 신한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전직 하나은행장인 하나금융지주 H 부회장은 채용비리 재판 1심 결과가 나오기 전이지만,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019년 '조국 사태'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모펀드(PEF) 사용 설명서였다. 업무집행사원(GP)과 유한책임사원(LP)을 친인척으로 구성하면 PEF를 편법 증여와 탈세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온 국민에게 알렸다. PEF 전수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PEF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상징이 돼 버렸다.

대통령과 금융권의 코로나19 금융지원 간담회 직전인 작년 3월, 금융당국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전직 은행장에게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해외금리와 연계되어 있는 파생결합펀드(DLF)를 은퇴자나 초고령층 등에게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고 무리하게 팔았기 때문이다. 두 전직 은행장은 감독당국의 처분에 즉각 반발해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사법당국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작년에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에게 무더기로 징계 조치가 내려졌다. 올 들어서는 우리은행과 신한금융지주·신한은행 CEO에 대한 징계가 사전 통보됐다. 전직 우리은행장에게는 '직무정지'라는 강력한 징계가 통보됐다.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한은행장은 '주의적 경고'와 '문책경고' 통보를 받았다.

전직 우리은행장은 이미 '문책경고'라는 중징계가 확정된 상태에서 '직무정지'라는 처분까지 더해졌다.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채용비리 유죄에 더해 금융당국의 징계까지 받게 됐다. 신한금융그룹은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동시에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직무정지 처분을 다투고 있다.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외에 헤리티지·이탈리안헬스케어 등 다른 사모펀드 판매사에 대한 징계도 예정돼 있다. 금융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징계가 계속 이어진다는 말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모든 기업과 국민에게 동반자" 역할을 했던 금융인에게 잇단 징계라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보다 더 낯선 풍경은 금융회사가 금융당국에 맞서서 징계의 효력을 다투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금융당국의 징계가 통보되면 징계 확정 이전에라도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금융권의 관행이었다.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회사에서 감독당국의 징계는 불신의 낙인과 같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이런 태도 변화는 징계가 법리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사법당국의 판단에 기대고 있다. 이는 '법대로 하라'는 문재인 정권의 암묵적인 방침에 따른 결과다. 그런데 위기 상황에서 금융의 역할은 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기업은행 직원의 셀프 대출 사건이나 LH 직원의 부동산 투기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법은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사후적인 경우가 많다. 물론 사법당국의 판단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 이전에 금융당국이 존재한다. 대통령이 금융의 고유한 역할을 인정한 것처럼 금융당국의 역할 역시 인정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금융인과 금융당국의 끝없는 대결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감독을 검찰이나 대법원이 대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

김현동 정경부 금융팀장 citize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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