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 칼럼] "네이버 우리가 잡겠다" 경쟁하는 정부

최경섭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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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섭 칼럼] "네이버 우리가 잡겠다" 경쟁하는 정부
최경섭 ICT과학부장

"유튜브로 검색하고, 넷플릭스로 영화본다."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등으로 '집콕문화'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스마트폰과 TV 등을 통한 미디어 활용은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유튜브로 아침음악을 듣고, 휴일 저녁에는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 전용 영화로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코로나 시대,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시간도 각자의 스마트폰을 부여 잡고 서로가 원하는 동영상을 시청하는 장면이 이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집콕이 일상화된 코로나 시대에 큰 수혜를 받은 곳 중의 하나가 해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들이다.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해외 OTT 사업자들은 국내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며 국내 미디어 시장의 '폭풍의 핵'으로 부상했다. 국민 모바일TV로 자리잡은 구글의 유튜브(62.3%), 또 구독경제 시대에 안방시장을 점령한 넷플릭스(16.3%)는 이미 국내 인터넷·미디어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사실상 '싹쓸이' 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인터넷, 미디어 사업자들은 차츰 변방으로 내 몰리고 있다.

구글에 맞서 당당히 국내 '인터넷 검색'시장을 지켜 온 네이버도 구글의 유튜버 위세에 눌려 사용자가 둔화되고 있다. 또한 지상파방송사, 종편, CJ ENM 등 국내 방송사들 역시 넷플릭스의 콘텐츠 파워에 밀려 제대로 힘 한번 써 보지도 못하고 이미 주도권을 내 준 상황이다. 막강한 콘텐츠 투자비와 플랫폼 지배력을 앞세운 구글, 넷플릭스의 공세는 더 거세지고, 국내업체와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국내 사업자들로서는 죽기 살기로 이들을 따라 잡아야 할지, 아니면 이들에 순순히 패권을 내줘야 할지 선택을 해야 할 지경이다.

토종기업들이 이처럼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한켠에서는 정작 국내기업을 지원하고 독려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로 힘을 빼고 있다. 당장,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을 겨냥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안'을 내놓고 사업자들을 옥죄고 있다. 방통위와 공정위는 각자 공정경쟁 논리를 앞세워 플랫폼 사업자 규제가 정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글로벌 업체들과의 생존경쟁이 한창인 지금 이때, 국내 사업자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두 부처는 각각 서로 다른 규제법안을 발의하고 볼썽 사나운 '규제 관할권' 논쟁까지 벌이고 있다. 사업자들은 이미 20여년 넘게 유지해 온 공정거래법, 약관규제법 등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법 체계로 충분히 공정경쟁을 담보할 수 있는 상황에서 두 부처가 규제경쟁까지 벌여가며 사업자들을 가두려는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힘겨운 대결을 이어가고 있는 OTT 업계도 요즘 정부의 일방적인 OTT 음악저작권 징수규정, 규제 관할권 논란으로 혼란스럽다. OTT 업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 방통위, 문체부가 각각 규제관할권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문체부는 국내 토종 OTT 사업자에 과도한 OTT 음악저작권 수수료를 강제하면서 법적 분쟁까지 예고되고 있다. 일부 부처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있는 국내 토종 OTT 사업자에 출연기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중이어서 반발을 사고 있다.

우리는 최근 구글이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30%로 인상키로 해 큰 논란을 사고 있는 현장을 마주하고 있다. 수수료 인상이 현실화 될 경우, 그 피해는 국내 IT 산업을 위협하고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다.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과도한 시장잠식이 국내 인터넷·미디어 시장을 황폐화시키고, 결국 소비자 피해로 연결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인터넷·미디어 기업들은 지금 구글, 넷플릭스와 '다윗과 골리앗'의 벅찬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 부처는 지금 서로 사업자를 잡겠다고 규제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들은 답답하고 속이 탈 뿐이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ks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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