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을 겨냥한 규제 입법이 경쟁적으로 이어지면서,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 뿐만 아니라 정부부처까지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강화에 나선 것도 부담인데다, 최근에는 규제 관할권을 둘러싼 부처 간 갈등으로 번지면서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구글이 오는 10월부터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예정대로 '인앱 결제'를 강제하는 등 국내 시장에서 구글의 독과점적인 위치가 더 심화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국내업체들에는 규제입법으로 '족쇄'를 채우려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장 인터넷 업계에서는 정부부처간 규제입법 싸움에 "해외 플랫폼과의 경쟁도 버거운데, 국내 인터넷기업들을 두고 역차별 경쟁을 벌이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 1월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하, 플랫폼법)을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이어 공정위는 지난 7일에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상법) 개정안을 오는 4월 14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정부안으로 제출한 이들 개정안은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불공정행위를 차단하고(플랫폼법) 플랫폼업체와 소비자 간 분쟁을 예방·해결(전상법)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특히 플랫폼 업체가 입점 업체에 불공정행위를 하게 될 경우,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물리는 구체적인 제재내용을 담고 있다. 전상법에서 전자상거래를 통해 피해를 본 소비자는 입점 업체와 플랫폼 사업자에 배상 청구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두 법 모두 중복규제와 효율성 등을 두고 논란의 중심에 있다. 공정위가 만든 플랫폼법안이 국무회의에서 정부안으로 확정됐지만,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다, 인터넷 관련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소위 '규제 관할권'을 앞세워 전 의원 법안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부처 간 힘겨루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최근에는 의원입법 형태로 추가 법안이 발의돼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질지 의문시 되고 있다.
인터넷 업계는 공정위, 방통위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법 개정안이 규제 중복 소지가 크고, 국내 사업자를 옥죄는 과도한 장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이미 수 천 개 달하는 법령으로 규제받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규제 법안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 문제는 현재의 규제 법령을 통해서도 충분히 관리 감독할 수 있다"면서 "구글은 인앱 결제 강제 등을 예정대로 진행하며, 독과점 행보를 강화하는데, 국내 플랫폼 기업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치권이나 정부 모두, 지금은 국내 인터넷 업계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게 아니라, 구글 인앱 결제 강제를 막기 위한 '구글 갑질 방지법'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공격했다.
인터넷 업계는 그동안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한 규제법안에 거세게 반발해왔다. 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통행식 법안으로,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규제 확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넷기업협회를 포함한 단체들은 공정위의 전상법 입법 발의 예정과 관련해 지난 7일 "디지털 경제 특성과 소비자 편익을 외면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의 내용과 절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먼저 이들 단체는 "법률의 개정은 그 필요성에 정확한 인식이 있어야 하고, 정부의 인식이 정확한지 여부는 거래 당사자인 사업자와 소비자의 구체적·개별적 의견을 충실히 수렴한 경과를 바탕으로 해야 하지만, 이번 공정위의 개정안은 내용적·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모두 실패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날 공정위는 개정안을 준비하며 총 21회에 걸쳐 이해관계자 간담회를 통해 폭넓게 의견수렴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인기협과 코스포는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인터넷 업계는 "공정위는 이해관계자 간담회 과정에서 단 한 번도 개정안을 공개하지 않고 주요 골자만, 그것도 업계의 비판적 의견이 제기될 골자는 제외한 상태에서 횟수 늘리기와 보여주기식 '요식행위'만 종용했다"며 "이러한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는 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단체와 학계 전문가에게도 마찬가지였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들은 "개정안은 전자상거래법 규율 범위를 초과하고 사업자 고유의 책임 범위를 초과하는 내용 뿐만 아니라 산업의 트렌드와 소비자 편익을 외면하는 등 문제가 다수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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