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칼럼] 내부자거래의 극치, LH 투기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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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1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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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칼럼] 내부자거래의 극치, LH 투기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건설 예정 토지 거래를 둘러싼 논란과 정치적 공방이 뜨겁다. 일부 직원들이 토지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해당 토지를 매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거래를 내부자 거래(insider trading)라고 한다. 이와 혼동할 수 있는 내부 거래(internal transaction)와는 판이한 것이다. 내부거래는 흔히 기업집단의 계열기업 간 거래로서 생산물 시장과 생산요소 시장의 경쟁 정도에 따라 기업집단의 내·외부 기업 간에 가격 등의 거래 조건을 달리하면서 이뤄지는데, 이는 여러 가지거래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다.

내부자 거래는 아직 공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려는 거래를 말한다. LH 직원들이 특정 지역에 신도시가 건설될 것임을 알고 토지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그 지역의 토지를 매입한 것은 분명히 내부자 거래에 속한다. 그런데 이런 거래가 비난받는 이유는 이들이 공직을 맡을 때 명시적·암묵적으로 서약한 도덕적·법적 의무, 즉 공직자로서의 신의 성실 의무를 위반하고 이익을 취함으로써 세금으로 뒷받침되는 정부의 사업비용을 늘리기 때문이다.

신도시 건설의 구체적 계획은 아직 잡히지 않은 듯하나, 토지 매입가가 올라가면 건설비용이 늘어나 납세자의 부담을 늘리게 된다. 그래서 부당한 내부자 거래라고 비난받는 것이다. 내부자 거래는 언제 어디서나 있을 수 있으며, 이번 사건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이익 기회가 있으면 잡으려고 하는 것은 이기적 인간들의 자연스러운 욕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은 도덕 규칙과 법 규율에 따라 원초적 욕망을 억제하고 사회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도록 사회화된다. 이에 어긋나는 행동은 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신의 성실 의무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이지만, 공직자가 이를 지키고 그에 따른 정의감을 가지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일반인들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사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수가 많을수록, 그런 공직에 있는 사람은 지적·도덕적으로 더욱 성숙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처럼 신의 성실 의무를 어기는 일은 그들의 정의감이 타락할수록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내부자 거래 중에는 명백히 부당한 것도 있지만, 그 판별이 쉽지 않은 것도 있다. 즉 신의 성실 의무를 위반하는 모든 내부자 거래는 금지돼야 하지만, 신의 성실 의무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내부자 정보를 이용하여 이익을 얻는 거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백신을 개발하는 어떤 제약회사가 코로나19를 퇴치할 백신 개발에 착수했는데, 성공 가능성을 미리 안 연구원이 그 제약회사의 미래 가치가 높아질 것을 예상하고 팔려고 했던 그 회사의 주식을 팔지 않기로 함은 물론 더 많은 주식을 매입했다고 하자. 그리고 백신 개발 성공 후 주식 가격은 크게 올랐다. 이런 경우에 내부자 정보를 이용하여 주식을 팔지 않고 더 매입한 연구원의 행동을 비난하고 처벌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 연구원이 소유하던 주식을 팔고 더 사지도 않았다면 그것을 사서 이익을 얻었을 특정 개인이나 개인들이 손해를 본 것인가. 그렇다면 그들은 왜 보호받아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계속하면 모든 내부자 거래는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답변은 궁색해진다.

내부자 거래에 대한 반감은 어느 누구도 불공정한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건전한 상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문제는 무엇이 불공정한 이익이냐는 것이다. 이번 LH 사건에서처럼 분명한 것도 있지만, 판별하기가 썩 쉽지 않은 것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주장은 비용을 들여 가치 있는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려는 유인(誘因)을 없앤다는 점도 새길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부 국회의원들이 내부자 거래를 처벌할 입법을 할 모양이다. 그러나 입법에 앞서 정보와 내부자 거래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순서다. 사안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서두르는 입법은 문제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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