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중 시위대를 향한 무장 군경의 유혈진압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한 수녀가 무고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맨몸으로 경찰을 막고 나선 사진이 공개됐다.
미얀마 주교회의 의장이자 양곤 대교구 대주교인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한 수녀가 중무장한 경찰 병력을 앞에 두고 도로 한복판에 무릎을 꿇고 앉은 모습을 담은 사진 3장을 공개했다. 주인공은 미얀마 북부 도시 미치나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수녀원 소속 안 누 따웅 수녀라고 '아시아 가톨릭 연합뉴스'가 전했다. 사진 속의 누 따웅 수녀는 시위대에 폭력을 쓰지 말아달라며 애원하며, 두 손을 든 채 울부짖고 있다.
보 추기경은 "누 따웅 수녀가 자유와 인권을 달라고 항의하는 민간인들에게 총을 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고 썼다.
지난달 28일은 미얀마 군경의 무차별적인 무력 사용으로 시위자 가운데 최소 18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치는 등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한 날로 '피의 일요일'로 불린다.
당일 누 따웅 수녀가 거주하는 지역에서도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다수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한다. 이를 직접 목격한 누 따웅 수녀가 참다못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이탈리아 로마의 한 한국인 사제는 "마치 5·18 광주민주항쟁과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보 추기경이 공개한 이 사진들은 이탈리아 유수의 가톨릭 전문 매체들에 잇달아 실렸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는 1일자 관련 기사에서 당시 누 따웅 수녀가 "쏘지 마세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지 마세요. 원하시면 나를 쏘세요"라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누 따웅 수녀의 용기 있는 행동에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들도 행진을 멈추고 총을 내려놨다고 한다.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은 "수녀님의 진심어린 요청으로 군인들의 폭력을 제지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달려갔다"며 목격담을 전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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