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ES서 디지털 머니 포럼 열고
은행업 디지털 혁명 주제로 토론
데이터 3법 개정 등 인프라 정비
카카오·네이버 등 사업영역 확장
플랫폼-휴먼 결합해야만 경쟁력
은행업 디지털 혁명 주제로 토론
데이터 3법 개정 등 인프라 정비
카카오·네이버 등 사업영역 확장
플랫폼-휴먼 결합해야만 경쟁력
기술 전시회 성격이 강한 CES에 2년 전 '디지털 머니'라는 세션이 신설됐다. 금융, 결제, 통화 등 금융산업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변화와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이른바 '빅블러(Big blur)'가 금융과 테크(기술) 사이에도 발생해 일상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듬해에는 '디지털 머니 포럼'도 열려 '은행업의 디지털 혁명'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등 굴지의 국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가 현장을 찾았다. 수년 전만 해도 IT 박람회에 금융사 CEO가 참석하는 건 이례적이었지만 이제는 낯선 일이 아니다.
유통 등 대부분 산업에 막강한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운 빅테크·핀테크 기업이 사업을 확대했지만, 그동안 금융은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별도의 라이선스 취득 등 높은 진입장벽과 업권별로 나뉜 복잡한 규제 등으로 비금융 사업자는 은행, 보험 등의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웠다.
실제 테크기업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결제대행, 상품추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오픈뱅킹 시행, 데이터 3법 개정,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 등 디지털 금융 확산을 위한 제도적 인프라가 정비되면서 테크기업들이 금융의 경계를 넘고 있다.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을 묶어두는 이른바 '락인효과'가 플랫폼 기업의 가장 큰 무기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빅테크사는 금융사에는 없는 플랫폼을 앞세웠다. 카카오는 간편결제(페이), 여·수신(은행), 나아가 증권(페이증권)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네이버 역시 결제뿐만 아니라 증권(페이), 신용대출(파이낸셜)을 서비스한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증권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는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넘본다.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8곳이 금융 관련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 애플, 알리바바 등 대다수가 빅테크 기업으로, 이들의 시가총액은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같은 전통 금융 기업보다 크다. 기술뿐만 아니라 자본력 측면에서도 기존 금융사 못지않은 영향력을 갖춘 셈이다.
아마존은 물류업에서 축적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아마존 페이·캐시 등의 금융서비스를 선보였다.
기업대출 대출 플랫폼인 아마존 렌딩도 제공한다. 구글은 보험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구글 컴페어'을 내놨다.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향후 금융상품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에서 사용 가능한 '페이스북 페이'를 내놨다. 중국 메신저 '위챗' 운영사 텐센트는 중국 1호 인터넷전문은행 '위뱅크'를 설립했다.
금융산업 '빅뱅'을 직감한 기성 금융권은 DNA가 다른 플랫폼 기업 해부에 나섰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해 6월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과 은행 간 파트너십 사례를 조사하고 카카오의 금융업 진출 전략을 분석했다. 결과는 "빅테크들은 금융 고객 충성도를 제외하면 전 분야에서 동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였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현 상황을 '뱅크 밖 뱅킹의 시대'로 정의했다. 지금은 자산이 은행에 쌓여있지만 앞으로는 은행업무(서비스) 위주로 움직인다는 말이다. 속도와 소통에 능한 디지털금융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변화를 주도하면서 조직 체질도 바뀌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금융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동산 비금융까지 영역을 확대하겠다"며 조직개편을 시행했다. 별도로 있던 플랫폼 부서가 전 사업그룹 내에 구성됐다. 디지털을 사업 중 일부로 보지 않고 그룹 내 '체화'시키겠다는 의도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디지털 플랫폼은 제1의 고객 접점"이라고 강조했다. 농협금융은 은행의 '올원뱅크'를 중심으로 증권·보험 서비스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강화와 동시에 금융회사의 강점도 내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플랫폼만 복사해서는 승산이 없고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휴먼터치 디지털 플랫폼이어야 한다"며 "시장의 미래 권력과 손잡고 금융회사가 가진 기존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삼정 KPMG경제연구원은 "전통 금융사들은 상품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맞춤형 금융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