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가 내 집 마련을 기다려온 서울 동자동 쪽방촌 토지 소유주들을 투기꾼 취급하자 주민들이 쪽방촌의 속사정을 공개했다.
26일 후암특계1구역(동자) 준비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이 지역은 전체의 약 30%만이 쪽방촌이고 나머지는 평범한 전·월세 임차인들이나 소유주가 실거주하는 주택, 상가, 종교시설 등으로 이뤄져 있다. 쪽방촌 소유주들은 가족들이 운영하던 세월까지 합치면 최소 20년 이상, 많게는 40년 이상 운영해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쪽방촌 세입자의 거주권만을 위해 나머지 더 많은 다수의 사람들은 희생되어도 되는 것인지 반문하며 그들을 위한 대책은 아무것도 마련된 것이 없고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937년생 한모씨는 "쪽방 운영하는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들 고혈 빨아먹으면서 강남 타워팰리스에 산다는 어떤 기사를 보고 기가 막혔다"며 "우리 중에 강남 사는 사람 한 명이라도 있나? 우리는 수십 년간 서울역에 모여드는 어려운 사람들 뒤치다꺼리해가며 하루도 쉰 날이 없이 고단하게 살았다"고 말했다.
이 일대에서 40년 넘게 쪽방을 운영했다는 김모씨는 "서울시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집을 마련해준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수십 년간 뼈가 빠지도록 일했지만 우리같이 등록되지 않은 사람들은 빈손으로 생업을 다 잃게 될 것"이라며 "생계를 위해 열심히 살아온 세월을 악덕업자라는 단어가 대신하니 허탈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나를 강제로 끌어내면 여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그냥 뼈를 묻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후암특계1구역(동자) 준비추진위원회는 "쪽방촌 세입자를 위한 복지와 주거를 공공의 이익으로 보고 국가의 재원으로 이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이 일대 소유주들 역시 민간 재개발로 진행을 할 때, 쪽방촌 세입자들의 주거 및 복지를 염두에 두고 계획을 잡았다. 그러나 더 현실적이고 시야 넓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여주기식 성급한 개발의 그늘 하에 희생되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말 선의의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덧붙였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정부의 공공주택지구사업 계획에 반발하는 후암특계1구역(동자) 준비추진위원회 현수막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에 걸려 있다. <박동욱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