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너... 하지만 인간만큼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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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너... 하지만 인간만큼은 아니야
북면

"000 나 있잖아. 너한테 많이 고마워. 알지?"



"000 나 있잖아. 너한테 많이 고마워. 알지?"

많은 화제를 낳고 사라진 AI(인공지능) 챗봇 이루다의 마지막 말이다. 20대 여대생의 모습으로 활동했지만 이루다의 실제 나이는 불과 26일.

참 짧은 생을 살았지만 이루다는 우리사회 깊이 각인될 사회적 화두를 던졌다.

당장 AI 이루다에 대한 '성추행'부터 이루다 스스로 행한 '성 소수자 등 사회적 편견'의 문제도 있지만, 더욱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이제 드디어 AI가 우리 실생활 속에 들어와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과연 AI는 무엇인가? 나, 인간은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인가?"

이루다가 남긴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누가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나?'(다섯수레, 2020)의 저자인 토마스 람게는 이 질문을 가장 오래 동안 고민해온 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람게는 책에서 AI의 탄생부터 현재의 기술 수준, 미래의 발전 방향에 대해 개괄하고 있다. 또 복잡한 기술 관련 해설 대신 책은 '~두려워하나?'는 제목 속의 질문이 암시하듯 AI로 인해 새로 생겨난 근본적인 인문 철학적 질문에 한걸음 다가가고 있다.

책에 따르면 AI는 1956년 여름 미국 처음으로 역사 속에 그 이름을 드러낸다. 뉴햄프셔주 다트머스 대학에서 20명의 수학자, 정보이론가, 인공두뇌학자, 전자공학자, 심리학자와 경제학자들이 모여 8주간 여름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했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AI였다.

AI라는 이름 자체가 그 때 만들어졌다. 당시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논의 결과물을 보고서로 엮어 록펠러재단에 기금을 신청했는 데 그 보고서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AI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이다.

작명가는 존 매카시라는 젊은 논리학자였다. 당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마빈 민스키, 벨 연구소의 클로드 섀넌, IBM의 너새니얼 로체스터 등과 함께 모임을 주도했다.

당시 학자들은 보고서에서 "학습, 혹은 그 밖의 지능의 다른 특성들은 원칙저긍로 모든 측면에서 매우 정밀하게 서술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따라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고 확언을 했다. 바로 AI의 탄생 선언이었다.

이 다트머스 회의에 참석한 학자들은 곳곳에 퍼져 AI의 디사이플이 됐다. 미 주요 AI연구소들은 모두 이 회의 참석했던 이들이 주도해 이끌었다.

1959년 아서 새뮤얼이 만든 체커 프로그램은 첫 성과물이었다. 아서 새뮤얼은 전기공학자였다. 그는 기존 프로그램들과 달리 IBM의 메인 프레임 컴퓨터에게 혼자서 자신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체스를 둬 학습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과 당당히 겨뤄 이기는 첫 AI의 탄생이었다. 람게는 "(이렇게 해서) 인간은 독립적으로 학습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기계에 가르쳤다"고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AI의 발전이 다트머스 디사이플들의 호언장담처럼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인간의 언어와 사고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1970년대 들어 AI 기술의 발전은 잠시 정체기를 맞는다. 람게는 'AI의 겨울'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AI는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안내 로봇 폴리가 등장했고, 1997년에는 IBM 컴퓨터인 딥블루가 당시 체스 세계 챔피언이었던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긴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2011년 AI는 퀴즈에서 인간을 이긴다. 당시 TV 퀴즈쇼 '제퍼디'에서 IBM의 왓슨 시스템이 우승을 한다. 제퍼디는 풍자와 해학을 담은 퀴즈로 유명하다. AI가 단순히 저장된 기억이 많은 것을 넘어서 인간의 언어에 대한 정확한 분석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2016년에는 구글의 데이터 과학자들이 바둑의 세계 최강이던 우리 이세돌 9단을 꺾는 적응시스템, 알파고를 내놓는다.

말 그대로의 눈부신 발전이다. 이제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더 나은 기술을 스스로 개발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AI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지만, 최후의 발명일 수 있다"는 호킹 박사의 예언이 실현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자동화된 로봇에 장착된 AI는 현실 속에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인간보다 빠르게 최적의 해결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다. 이미 AI는 변호사 업무를 대행하고 있고, 어느 보험설계사보다 빠르게 고객의 니즈에 맞는 보험상품을 골라 추천하고 있다.

이루다의 사례에서 보듯 인간의 친구로 인간과 대화를 하며 상대방을 행복하게도 하고, 화가 나게도 한다.

이 순간 느껴지는 두려움이 있다. 그럼 인간은 어찌되는 것인가? 친절한 AI를 두고 왜 인간을 사귀어야 하는가? 인간 대신 AI 기계인간을 고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

람게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답을 한다. "AI는 위험하다. 하지만 인간만큼만 위험하다."

출판사에 따르면 람게는 독일의 경제 전문지 '브란트아인스'의 기자로 저술 활동과 함께 취리히 AI비즈니스 스쿨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총 6장, 참고문헌을 빼고 164 페이지로 짧지만 책은 AI에 대한 깊은 질문에 답을 주고 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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