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칼럼] 김명수 대법원장의 구차한 변명

이은경 前여성변호사회 회장·법무법인 산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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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2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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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칼럼] 김명수 대법원장의 구차한 변명
이은경 前여성변호사회 회장·법무법인 산지 대표변호사

헌법재판소의 임성근 고등부장에 대한 탄핵소추 심리기일이 2월 26일 열린다. 소위 세월호 7시간 의혹 관련 사법농단에 개입했다는 혐의다. 그러나, 임 부장은 작년 2월 14일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았고, 올해 2월 28일 임기만료로 인한 퇴직을 앞두고 있다.

일반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최소한 국회법이 정하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사실조사 정도는 필요할 법한데, 민주당은 1심 판결문에 '위헌적 행위'라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이유만으로 초고속 표결을 추진했다. 그러나, 헌법은 법관에 대한 탄핵 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로 규정하고 있고, 이때도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위배만을 일컫는다. 단순히 '위헌적 행위'라는 표현만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결국 임 부장이 재판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무죄를 선고한 결론부터 고려해야 한다.

가장 큰 의문은 '탄핵소추의 실익'이 없다는 점이다. 무릇 탄핵제도의 목적은 공직자를 파면하여 직무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임성근 고등부장은 헌법이 정하는 법관 임기가 곧 종료하고, 탄핵 심판 종료 시까지 임기를 유지하게 할 방법도 없다. 결국 헌법재판소가 임 부장 퇴직 전에 탄핵 심판을 하는 것은 물리적 여건상 불가능해 보인다. 첫 기일부터 퇴직일까진 불과 이틀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굳이 이 시점에, 퇴직을 바로 앞둔 법관의 탄핵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금 섬뜩한 것은, 정치권이 '사법부 길들이기' 차원에서 본보기로 삼으려는 속셈이란 말이 시중에 무성하다는 점이다. 정말 무서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정치권은 김경수 경남지사, 정경심 동양대 교수, 윤석열 검찰총장, 최강욱 대표 등과 관련한 법원 판결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지 않았는가.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은 적어도 현직 법관의 탄핵소추에 대하여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 마땅하다. 법관 탄핵의 전례는 사법부의 독립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법부 수장의 유감 표명은커녕 임 고등부장과 김 대법원장 사이에 '사표 수리 반려'를 놓고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고, 급기야 둘 사이의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대법원장 사퇴 요구까지 빗발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정말 더 심각한 일이 발생했다. 재판의 공정을 보장하는 무작위 사건 배당과 3년 근무라는 인사원칙마저 무시한 채 '조국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무마 등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과 이민걸 전 기조실장 등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에 대한 유임 인사를 해버린 것이다.

지금 대법원장은 '거짓말 논란' 외에도 '방탄용 코드인사 논란'까지 갖가지 구설에 휩싸여 있다. 이번 인사는 법관들 사이에서도 '위헌적 특별재판부'라는 말이 들리는 지경이다. 임 고등부장의 재판개입으로 인한 위헌논란을 큰 목소리로 주창했던 정치권이 막상 김 대법원장의 인사를 통한 재판개입 징후에 대하여는 묵묵부답, 한 줄 논평도 없다.

당장 대법원장의 해명이 궁금하던 차에 드디어 대법원장이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마치 탄핵이 해당 법관만의 문제인 양 "국민들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거짓말 논란에 대하여도 "해당 법관의 사직 의사 수리 여부에 관한 결정은 관련법 규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판단이었을 뿐,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대법원장의 변명이 너무 구차하다. 김 대법원장과 임 고등부장의 면담 내용은 이미 언론에 모두 공개되었다. 삼척동자가 듣더라도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면, 당연히 사표를 수리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도대체 대법원장이 고려했다는 여러 사정은 어떤 것이며, 관련법 규정은 어느 법 어느 조항을 말하는 것인가. 무엇보다 대법원장은 특정재판부 법관들에 대한 잔류인사를 단행한 이유를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 도대체 사법사상 유례도 없는 인사권 발동은 무슨 의도에서인가. 그 재판 당사자들만 특별대우를 받아야 할 말 못 할 사정이라도 있는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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