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 칼럼] 코로나 시대, 대박 난 죄

최경섭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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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섭 칼럼] 코로나 시대, 대박 난 죄
최경섭 ICT과학부장

"'대박'이란 표현은 과도합니다. 그저 예년을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역대 최대'란 문구는 피해줬으면 합니다."

코로나19 한파로, 저마다 지난해 '지옥의 문'을 넘어선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실적을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최악의 기업에서,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을 기록하며 나름 선방한 기업, 그리고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이른바 대박의 신화를 쓴 기업으로 분류돼 희비가 엇갈렸다.

그런데 올해에는 예년과 달리 '코로나 수혜기업'이란 타이틀이 하나 더 늘어, 모든 기업의 부러움을 샀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표적인 '언택트'(비대면) 대표기업으로 분류된 인터넷, 통신, 게임 등 IT 기업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종의 대표 기업들은 코로나 한파가 휩쓸고 간 상황에서도 저마다 이전년도의 두자리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모바일 대표기업인 카카오는 2019년에 비해 영업이익이 2배 이상 급증했고, 국내 게임업계 빅3인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도 모두 역대급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거두며 대기록을 작성했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 대표 수혜주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큰 부담이 됐던 것일까, 해당 기업에서는 '사상 최대 대박' '역대급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 등 미사여구를 순화시켜 달라고 읍소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이른바 '코로나 수혜주'들이 큰 고민에 빠졌다. 최악의 위기상황에서 최상의 실적을 기록한 만큼, 딱 벌어지게 잔치상이라도 벌여야 할 상황이지만, 이들 기업에겐 요즘 비상벨이 커졌다. 지난해 연말부터 여권 내에서 강도높게 제기되고 있는 이익공유제 때문이다. 이익공유제의 핵심은 코로나 시대 수혜를 입은 기업의 이익을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피해가 큰 자영업자 등에 나눠주자는 게 골자다. 코로나 환란속에도 큰 실적을 거둔 만큼, 그 성과를 코로나로 피해가 큰 자영업자나 기업들과 나눠 갖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익공유제가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나 권고 수준을 넘어서 정치권의 일방적 논리대로 전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당은 물론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익공유제의 법제화 작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여당 내에 '포스트코로나 불평등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익공유개념을 법제화하기 위한 수순에 돌입했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공제율을 최소 '20%+α' 정도로 해야한다"면서 임시국회내 처리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당장,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코로나 대표 수혜업종으로 분류돼 이익공유제의 주 타깃이 되고 있는 인터넷, e쇼핑, 게임, 통신 업종의 기업들은 도대체 어떤 기업이 대상이 될지, 또 얼마 만큼의 이익을 공유하게 될 지 몰라 '전전긍긍' 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사자인 기업들은 물론 경제학자들도 이익공유제 법제화에 결사 반대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익공유제가 기업의 사회적 기여와 맥을 같이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경제의 근간인 기업의 사적이윤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익공유가 기업의 이익감소로 투자 위축, 기업 성장동력 약화로 이어질 게 뻔하다는 것이다.

주주들도 배당금액이 감소하고 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수용불가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실제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이익공유제'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의 63.6%가 이익공유제가 실시될 경우, 기업의 이익 감소로 주가하락, 배당 감소 등 주주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기업들은 괴롭다. '고통 분담'이란 미명하에 막무가내로 이익공유제를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여당을 무시할 수도, 또 그렇다고 기업성장 저해, 주주 가치 훼손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kscho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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