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신설 규제 증가 빨라져
글로벌 사업 압박 요인 작용
친환경·투명경영 강화 변곡점
기업내 제도적 장치 마련도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재계의 핵심 화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재계 총수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밸류체인 마비, 공급망 붕괴, 대기환경 개선, 임직원 감염, 고객 가치의 본질적인 변화 등을 경험했고, 여기에 주요 국가들이 환경 등 규제를 한층 강화하면서 이제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각국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신설된 ESG 관련 규제는 최근 들어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지는 추세다. 유럽연합(EU)가 올 3월부터 모든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 했고,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공급망 인권·환경 실사 의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률안도 마련해 2분기 내 초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ESG 채권에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고, 중국은 탄소 배출 목표를 위반한 기업의 사회적 신용 등급을 낮춰 세금 인상 등 징벌 조치를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선거 당시 오는 2025년까지 탄소세 법안을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고, 도입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현지 언론보도가 나오는 중이다.
삼정KPMG의 'ESG 경영 시대: 전략 패러다임 대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28개에 불과했던 글로벌 ESG 신규 규제·정책은 2018년 210개까지 증가했고, 특히 최근 2년 간은 4배 이상 늘어나며 증가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ESG가 글로벌 사업에 실제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주요 재계 총수들은 연초부터 ESG를 올해 주요 경영화두로 내세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 초 이메일 신년사에서 "사회와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라며 "SK의 역량과 자산을 활용해 당장 실행 가능한 부분부터 시작해보자"고 제안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로 신년사에서 "ESG와 같은 지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글로벌 기업의 핵심 경영 원칙으로 자리잡아 왔다"며 "특히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리더로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탄소제로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환경 경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긴 안목으로 환경과의 조화로운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며 ESG를 올해 주요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주요 기업들은 이 같은 총수의 의지에 따라 연초부터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올 초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고, LG화학도 총 6000억원 규모의 사채 가운데 5000억원을 ESG 채권으로 발행할 계획이라고 최근 공시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말 대표적인 친환경 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위해 그린본드로 1조1021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조달한 바 있다.
기업들은 환경 경영은 물론 협력업체와의 상생 강화 등 다양한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대기업들은 설 명절을 앞두고 수조원에 이르는 협력업체 물품 대금을 조기 지급했고, 협력사 인센티브 제도와 인재 채용·교육 등 다양한 상생협력 방안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삼성 준법경영위원회와 같은 투명경영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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