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언택트 격차` 방치 안 된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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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칼럼] `언택트 격차` 방치 안 된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코로나19 팬데믹이란 거대한 쓰나미가 지나간 후 우리 사회가 마주칠 현실은 예상보다 더 참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코로나19를 극복하면 희망찬 미래가 열릴 것이란 기대는 지나친 낙관론일 가능성이 높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구조적 문제들에다 감염병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경제도, 사회도 KO 펀치를 맞았다.

그 중에서도 우려되는 것은 경제·사회·기술 격차가 훨씬 심각해질 것이란 점이다. 이미 산업 현장에서는 수출과 제조로 먹고 사는 기업들과, 외식·서비스 등에 의존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간의 온도차가 극명하다. 제조기업들은 밀려드는 주문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속속 내놓는 반면, 거리 곳곳에는 빈 상가가 늘고 있다.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자산을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 간 '부의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또 한 가지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코로나로 인해 커진 '언택트 격차'가 가져올 후폭풍이다. 과기정통부가 최근 내놓은 '2020년 정보화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규모와 업종별로 재택근무·영상회의·모바일근무 등 스마트워크 활용률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7월부터 10월까지 전국 10인 이상 기업체 22만2218개 중 1만2500개 표본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스마트워크 도입 기업이 2019년 말 2만360곳에서 2020년 상반기 2만9356곳으로 약 44% 늘어났지만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격차가 컸다.

종사자수 250명 이상 기업의 작년 상반기 기준 스마트워크 도입률은 32.7%로, 10~49명 기업 12.4%, 50~249명 기업 15.3%에 비해 훨씬 높았다. 2019년 말 기준 기업 규모별 스마트워크 도입률은 250명 이상 기업 12.0%, 50~249명 기업 9.1%, 10~49명 기업 9.1%였는데, 불과 6개월 만에 격차가 심화된 것이다. 규모 있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큰 투자 여력 덕분에 전자결재, 영상회의, 클라우드 등 언택트 솔루션을 도입해 직원들이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갖춘 반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인력과 투자 여력이 부족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재택근무 도입 여부도 기업 규모에 따라 차이가 컸다. 250명 이상 기업의 83.4%가 재택근무를 도입한 반면 50~249명 기업과 10~49명 기업의 재택근무 도입률은 각각 61.0%와 35.8%에 그쳤다. 업종별로도 차이가 컸는데, 금융·보험업은 41.5%, 정보통신업은 36.9%가 스마트워크를 도입한 데 비해 제조업은 12.5%,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은 2.6%에 머물렀다.

스마트워크 도입 여부는 기업의 회복 탄력성과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언제 어떤 위기가 닥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스마트워크 체계를 갖추지 않은 기업이 감내해야 할 리스크는 너무 크다. 정책적 지원을 통해 격차를 줄여주지 않으면 코로나가 지나도 '회복 불균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직원의 일·생활 균형도 문제다. 기업간 언택트 격차는 직원들의 삶의 질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등교 수업이 최소화되고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대체된 상황에서, 자녀돌봄 공백으로 인해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특히 조부모나 맞벌이, 한부모가구에서 어려움이 더 컸다. 이는 부모가 종사하는 직종이나 기업 규모가 자녀의 '교육격차', 나아가 '학력격차'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교육학술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79%는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으로 교육격차가 커졌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학부모의 학습보조 여부를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자녀돌봄을 위해 일터를 떠나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교육격차와 심각한 사회적 인력손실이란 부메랑을 피하려면 기업간 언택트 격차 해소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디지털 뉴딜 사업의 취지에 맞게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언택트 솔루션 도입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 지원뿐 아니라 고용·복지 등 다른 접근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상흔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만큼이나 정밀한 사회격차 완화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언택트 격차가 '미래 기회 격차'로 이어져선 안 된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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