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민간·정부 모두 안쓰면 경제위축… 지금은 확장재정이 유리한 시기"

기업생태계 활성화 관건은 규제개혁…원격의료 규제풀면 일자리 폭증할 것
젊은 사람들 스스로 창업하게 지원해주고 대기업과 상생·경쟁하게 해줘야
저금리 시대엔 취득세 낮추거나 없애는 게 좋아… 대신 보유세 유지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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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견을 듣는다] "민간·정부 모두 안쓰면 경제위축… 지금은 확장재정이 유리한 시기"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고견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하준경 교수는 집값 폭등의 이면에는 임기 초기 시장을 잘못 진단한 탓이 크다고 봤다. 베이비부머와 그 자식 세대의 수요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청와대 정책실은 집값 하락을 우려했지 않았나 하는 증거가 많다는 것이다. 당연히 집값 대책은 헛돌 수밖에 없었다. 하 교수는 한국경제가 잠재성장률 만큼이라도 성장력을 회복하려면 경제 구석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지대추구 욕구를 통제하고 인센티브를 통한 제도적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4차 재난지원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선별, 보편지급을 병행한다는데, 교수님은 보편 지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보편 지급을 하되 나중에 정산을 하는 방식이면 좋겠어요. 나중에 국세청에서 피해가 다 계산이 되거든요, 매출이나 소득이 준 경우가 다 나오니까, 그럼 그런 피해가 없는 사람한테는 환수할 수 있게 만들면 되거든요. 보편으로 하는 게 편한 이유는 선별하는데 드는 시간이 안 들어요. 신속하게 쫙 뿌릴 수 있으니까. 선지원 후선별 내지는 선지원 후정산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선진국에서도 다 해요. 피해를 안 입은 사람들한테는 지원 받은 만큼 세금 더 내라고 하면 사실상 사후적 선별이 되는 거거든요."

-그렇더라도 보편지급의 포퓰리즘을 피할 순 없지 않을까요.

"하나의 원칙을 세우면 좋을 것 같아요. 흔히 자동안정화장치라고 하는데, 어떤 학자는 이렇게 제안을 해요. 예를 들어서 실업률이 어떤 기준치를 넘으면 자동으로 지원해준다는 거예요. 자동으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주려고 마음먹은 게 아니다' 이렇게 되니까 그런 방향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나중에 경제가 좋아지면 또 자동으로 회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 수 있겠지요. 그러니까 줄 때 생색 못 내고 거둘 때 욕 안 먹고 할 수 있는 거지요. 모든 정책을 이렇게 할 순 없지만, 상당 부분은 이렇게 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런 아이디어를 정부는 알면서 안 낼 수 있지만, 야당은 왜 못 내는 건가요.

"그 분들 사정은 모르겠지만 합리적인 의견들은 같이 토론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하 교수는 경제학계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학자로 알려졌다. 시장의 자율과 정부의 효율을 모두 중시한다. 연구, 평가하고 조언하는 입장에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입장이 되어보면 어떠냐고 물었다. 하 교수는 "그런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겸양해 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정부에 조언하는 것이 지금 학자로서 할 수 있는 본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집값, 전셋값이 뛰어 집 없는 서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처음에 (부동산 시장) 진단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세큘러 스태그네이션, 즉 구조적장기침체로 들어갈 때 사람들이 어디에 관심이 많냐면, 노후 대비에 관심이 많아요. 양극화 현상도 돈이 한쪽에 쏠리게 하는 요인이지만, 인구구조가 변하는 것도 돈이 한쪽에 쏠리게 하는 요인이거든요. 사람들이 저축을 해야 하는데, 가치저장 수단이 필요하잖아요. 현찰로 하려고 해도 금리가 너무 낮고 자금수요는 적고요, 그러니까 가치를 지켜줄 무언가가 필요한데 이게 부동산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한국 같은 경우는 워낙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있으니까. 부동산의 금융화 한발 더 나아가, 저는 이것을 '부동산의 화폐화'라고 하는데,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겁니다."

-수요 폭발이 일어난 거군요.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노후대비 자산으로 부동산을 선택하는 거죠. 베이비부머들은 젊었을 때부터 부동산이 계속 오르는 것만 봤거든요. 그런데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되는 게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거든요. 58년 개띠가 60세가 되는 때가 2018년이거든요. 이들이 무언가 자산을 갖고 싶은데,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 등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옆에서 본다면, '한국도 부동산이 폭락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부동산을 살려는 수요가 쓰나미로 몰려올 때 이분들은 빠지면 어떡하나 걱정을 한 거지요. 그래서 임대사업자에게 혜택을 줘서 수요를 더 창출해 집값 떨어지는 것을 막고자 생각했건 것 같아요. 그런데 수요 쓰나미가 오고 있는 거예요, 사실은. 물길을 딱 터놓으니까 동네가 물바다가 된 거지요. 부동산의 금융화, 화폐화에 대해 너무 경계를 안 한 측면이 있고요, 그러니까 거기서 모든 게 시작된 거지요. 부동산이 앞으로 빠질 거라 생각하면 당연히 공급을 안 하겠지요. 사실은 박근혜 정부 때 최경환 부총리가 빚내서 집 사라고 하면서 공급을 많이 줄여놨거든요. 그러면 이것은 원상복귀하면 되거든요. 2017년 금융규제는 좀 세게 하고 공급도 좀 늘리고 했으면 되는데, 그냥 관성 그대로 간 거지요. 그래서 곧 빠질 거다, 곧 빠질 거다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일반 국민은 청와대 정책실이 그런 '원려'(?)까지 하고 있는 줄 몰랐을 겁니다.

"자산으로서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또 실제로 어떤 수요가 있었냐면 베이비부머들이 낳은 자식들이 30대가 되는 결혼적령기가 된다는 거거든요. 700만 베이비부머 자녀들이 결혼을 해서 분가를 한단 말이에요. 그러면 한 집에 네 식구 살던 가족이 둘로 나눠지고요. 두 배로 집이 필요한 거지요, 단기간에. 거기에서도 공급이 충분히 안 따라준 이유가 있었고요. 또 X세대(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세대)는 1차 베이비부머들보다 인구수가 많아요. 이 사람들이 늙어가고 그 자식들이 결혼하면 또 새로운 수요가 생기잖아요. 집 수요라는 게 새로운 집으로 이사해서 생기는 수도 있고 자식들이 분가해서 생기는 것도 있어요. 그런데 애기를 안 낳으니까 40년 후에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요. 집이 또 멸실되는 것도 있으니까. 집 수요는 자산수요와 실수요와 여러 가지 수요들이 있어요. 실수요와 투기수요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보지만 이런 게 다 상승작용을 일으키거든요. 그런 면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어요."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고 한 것도 지금까지는 실패한 거로 봐야겠지요?

"보유세는 올리되 취득세는 낮추고 양도세는 케이스바이케이스로 해야 된다고 봐요. 이게 사실은 미국식이에요. 미국은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유세가 시가 1%로부터 3~4%까지 돼요. 예를 들어 시카고 같은 경우는 재산세가 3%가 넘어요. 처음에 진입장벽은 낮추고 살면서 내는 세금은 높은 거지요. 그러니까 꼭 집을 가져야 하는 사람만 갖게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잡지도 정기구독하면 처음에 큰돈을 내면 평생 보게 하겠다는 것이 있고 그냥 매년 금액을 내게 하는 방식이 있잖아요. 금리가 높을 때는 처음에 왕창내고 그걸 갖고 이자로 불릴 수 있으니까 잡지사는 괜찮아요. 그런데 금리가 낮을 때는 큰돈을 내게 해봤자 잡지 파는 입장에서는 별로 도움이 안 돼요. 매달 내게 하는 게 낫거든요. 지금 저금리 시대이기 때문에 취득세는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게 좋아요. 대신 보유세는 유지하는 거지요."

-보유세는 앞으로 상당히 부담이 될 거 같은데요. 집값이 급등하고 시세반영률이 계속 상향돼 재산세가 증가하고 종합부동산세도 올해 6월 1일부터 세율(다주택자 0.6~3.2%→1.2~6.0%)이 인상되거든요.

"부동산정책은 계속 핀셋 식으로 하다보니까 특정 지역의 보유세는 많이 올랐지요. 다주택자가 아닌 보유세 부담이 가중되는 경우는 납부 이연이나 물납이나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주고 주택연금을 활성화해서 자산에서 나오는 현금으로 먹고살게 해주는 방법이 있겠지요. 그러니까 부동산을 이런 식으로 제도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계속 핀셋 정책을 쓰니까 자꾸 풍선효과 나타나는 거예요. 이쪽이 규제를 받으면 저쪽이 오르고, 저쪽도 규제를 하니까 또 다른 쪽이 오르고, 결국 다시 돌고 돌아 이쪽이 오르는 악순환이 되는 겁니다. 미국 주식시장에 페드풋(Fed Put)처럼 주가 떨어지면 미국 중앙은행이 부양해줄 거라는 생각이 퍼져서 주식이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주식시장에 돈이 더 들어오는 거거든요. 한국 부동산시장도 비슷해요. 빠지면 규제 완화해 집값을 받쳐줄 거라는 기대를 갖게 되고 부동산시장에 돈이 더 들어오는 거예요."

-부동산 금융정책에서도 실패한 거 같은데요.

"돈의 흐름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해요. 미국은 초저금리를 하더라도 DTI(총부채상환비율)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를 40%로 정해놓고 은행들도 자율규제를 하거든요. 자기 소득보다 너무 많이 대출을 못 받게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게 초기 집값 급등 시기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어요. 소득과 집값과의 관계가 끊어진 게 매우 아쉬워요. 이것을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이 금융규제거든요. 돈을 무분별하게 빌려주지 못하게 됩니다. 전세자금대출도 사실은 집 주인 입장에서는 사금융을 받은 거거든요. 우리는 그것을 대출로 안 보잖아요. 여러 가지 면에서 금융이 너무 좀 방만했던 면이 있어요. 이걸 제대로 했으면 이렇게까지 집값이 오르지 않았을 거라고 봐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속어)이 나중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영끌은 정말 위험한 거거든요. 건전성 차원에서 규제를 했어야 하는데, 많이 아쉽지요. DSR과 DTI는 엄격하게 적용을 해야 합니다. 다만, 이제 사회에 진입하는 젊은이들인 만큼 LTV(주택담보대출비율)에 대해서는 미래 소득을 감안해 유연하게 적용할 수는 있다고 봐요. 이런 것은 잘 판단하는 것이 은행의 역할이거든요. 은행이 전당포가 아니잖아요."



-집에 대한 수요는 중단기적으로는 계속 증가할 거로 보십니까.

"집에 대한 수요는 아까도 말씀했지만 가구 분화라든가 인구학적인 요소가 있고 소득하고도 관련이 있고 자산으로도 수요가 있거든요. 이런 점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현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가 빚내 집사라고 한 것처럼 부동산 시장을 너무 풀어놔서 집값이 폭등했다고 하거든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 정부 초기에 그럼 바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못했거든요. 자꾸 핀셋 식으로 정책을 펴니까 풍선효과가 나타났던 거고 제도로서 접근하지 못한 거지요. 제도라는 건 상황 변화 없이 계속 유지해야 하는 겁니다."

-올해 한국경제가 회복과 성장을 하려면 어떤 거시정책이 바람직할까요.

"통화와 재정의 폴리시믹스가 잘 돼야 하는데요, 최근 래리 서머스가 트위터에서 한 얘기를 보면, 재정정책이 따라주지 않는 통화정책은 자산시장의 인플레를 키워서 불평등을 심화하고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정치 안정성을 해친다는 거였어요.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한 돈이 제대로 흘러가게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가 직접 가져다 쓰는 경우도 있을 거고요. 우리나라는 정책금융이 강한 나라인데, 정책금융을 통해서 돈의 길을 바꿔도 되고요. 여러 방법이 있어요. 돈이 꼭 필요한 데로 가게 물길을 터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초저금리에다 정부가 푸는 돈까지 더해져 사실은 유동성이 넘치고 있어요.

"재정 건전화도 이슈가 될 수 있는데 순서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작년에 민간이 빚을 많이 졌잖아요. 경제가 회복되면 빚 갚으라고 할 텐데, 빚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부채 후유증이 있을 수 있어요. 이걸 경제학에서는 데트 오버행(debt overhang)이라고 하는데, 흑자가 남에도 불구하고, 평소 같으면 그걸 갖고 투자도 하고 소비도 하는데, 빚 갚는데 쓰느라고 그것을 못하는 거지요. 그러면 수요가 일어나지 않거든요. 그러면 정부가 수요를 살려주는 정책을 써야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민간이 빚을 청산을 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가 도와줘서 수요를 계속 돌려야 합니다. 그리고 민간이 정상화돼서 소비가 늘고 경제가 활성화되면 그 때 재정건전화를 하는 거지요. 순서가 민간 가계-기업-정부 순으로 빚 조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경제가 좀 살아난다고 해서 정부가 바로 손 떼기보다는 민간부문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빚 조정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부가 기다려 줄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예, 사례도 있어요. 일본 정부가 섣불리 적자를 줄이려 하다가 경제가 더 나빠져서 적자가 더 늘어버렸어요. 유럽에서도 이탈리아나 이런 나라들이 섣불리 재정건전성을 개선하려다 더 나빠졌어요. 시간의 문제거든요. 개인과 기업과 정부의 타임스팬은 다르다는 겁니다. 개인은 몇 십 년으로 유한한데 빚이 많으면 시간의 압박을 받아요. 기업은 좀 길죠. 정부는 영원하니까, 개인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겁니다. 개인이나 기업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 그때 가서 재정을 건전화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정부가 긴 안목을 가졌으면 해요."

-재정건전성에서 시간의 변수가 작동하는 거군요.

"우리 정부의 타임스팬은 더 길어야 돼요. 왜냐하면 인구구조가 저출산이잖아요. 결국 재정건전성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뭐냐면, 세금 내는 사람이 얼마나 되고 이걸 쓰는 사람이 얼마가 되냐는 겁니다. 납세자와 수혜자의 비율, 아무리 정부가 건전화를 해도 수혜자는 100인데 납세자는 50밖에 안 된다면 버틸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인구라는 게 언젠가는 또 증가할 수 있거든요. 자동적으로 되는 게 아니고 젊은 사람들이 먹고 살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지요. 그 시기를 앞당겨야지요. 정부가 투자를 해서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출산율을 안 높이면 방법이 없습니다. 이걸 못하면 사회가 나라가 못 사는 겁니다. 대한민국이 없어지겠냐 하지만, 결국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 살면서 사람이 교체되는 거예요. 한국이 사실은 소멸국가 1호잖아요. 한국의 출산율은 전쟁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고 하잖아요."

-초저출산율이 사실은 국가의 가장 중대한 위협인데, 정치권은 위기감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각성이 안 되는 게 너무 단기성과에 매달리니까요. 선거나 임기에 연연하는 경향도 있고, 몇몇 고정 관념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거죠. 우리가 그동안 몇 백조를 써서도 안 됐는데, 되겠느냐는 거죠. 그런데 OECD 통계를 보면, 아동수당이나 돌봄서비스 제공 등의 가족복지지출이라는 게 있는데, 우리나라는 GDP 대비 약 1.2~1.5% 정도예요.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2.0% 이상이거든요. 4.0%를 쓰는 나라도 있고요. 이런 나라들은 출산율이 다 올랐어요. 안 쓰는 나라들이 또 낮아요. 쓰는 만큼 출산율은 올라가는 것이 맞아요. 비효율성 면이 있지만, 출산율에 대한 투자가 절대 액에서 외국과 비교해 많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몇 년간 몇 조 썼다는 말만 해요. 그런데 그건 숫자를 부풀릴 때 쓰는 수법이에요. 물론 제대로 쓰는 것도 못한 측면이 있고요."

-저출산을 문화적 심리적으로도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예, 저출산은 여러 가지가 복합된 문제인데, 제일 중요한 것은 젊은 여성의 선택이에요. 키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 젊은 여성(가임기 여성)인데, 그들이 보기에 일단 결혼하고 싶지 않은 세상이고 결혼 해도 애 낳기 어려운 세상인데, 저출산 문화라는 게 있어요. 그게 서울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요. 일단 애를 낳기 위해서는 결혼해서 집도 있어야 하는데 집을 산다고 한다면 평생 주택담보대출을 갚아야 해서 집의 노예가 된다, 그 다음에 애를 낳으면 애 하나 가르치는데 사육비가 어마어마하게 들거든요. 이런 현상을 강남에서 주도를 하고 있지요. 대치동에 가보면 엄마들이 애들 사교육 매니저 역할을 하는데, 직장여성들이 그 동네에 가면 그런 소리를 들어요. '한 달에 몇 백 만원 벌어서 너한테 무슨 의미가 있냐, 애 사교육 매니저 해서 의대 보내는 게 수익률이 더 높다. 너 일 하는 거 이기적인 거다.' 그러면 그것을 무시하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면 괜찮은데, 그런 사교육 매니저 하는 엄마들이 다수면 자기가 불리하거든요. 이런 문화가 전국으로 퍼지고 젊은 여성들이 공유하면서 결혼률도 출산율도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젊은 여성들을 위한 제도가 절실하다는 걸 느낍니다.

"현재 우리나라 육아의 부담은 젊은 엄마들에게 집중돼 있어요. 모든 제도가 대기업 다니는 아빠와 가정주부인 엄마라는 전형적인 패밀리에 맞춰져 있어요. 맞벌이 하는 엄마는 너무 힘든 거예요. 경력단절이 왜 일어나겠어요.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이 세계에서 대학교육을 제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돌봄 부담이 엄청 커요. 그러니 결혼해 애 낳아서 내 인생 거기다 더 투입할 것인가, 아니면 내 커리어를 지킬 것인가 생각하고 결혼을 안 하려는 문화가 확산되는 겁니다. 이것을 바꾸려면 애를 낳아도 내 커리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믿음을 줘야 해요. 유치원, 학교의 종일 돌봄을 제도화함으로써 젊은 엄마의 부담을 줄여줘야 합니다. 결국은 돈으로 해결하면 되거든요."

-그 저출산율의 주요 요인이 젊은 층의 일자리 부족이거든요. 정부는 일자리 정부라고 선언했지만 일자리 문제 역시 실패했어요. 젊은이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이 많이 늘어나도록 해야 하는데 집권세력은 대기업에 비우호적이거든요. 참 딜레마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그런 것 같아요. 어떤 기업이 생겨서 중소기업이 되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되는 과정에서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드는 거거든요. 기업이 성장을 할 수 있게 해줘야 돼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업 생태계가 매우 경직돼 있어요. 옛날에 잘 나가던 기업이 지금도 잘 나가고, 역동성이 많이 떨어져요. 역동성을 높이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젊은 사람들이 스스로 창업을 해서 커나갈 수 있게 지원을 해주고 생태계에 들어와서 기존 대기업과 상생하고 경쟁도 하고 그래야 되는데, 다 단절이 되어 있는 거죠. 각 단계에서 굉장히 장벽이 높아 뛰어넘기가 어려워요. 금융 측면에서도 그렇고 사람도 그래요. 어떤 사람이 유능하다고 하면 빼가기도 하고. 사실은 매우 복합적인 문제이기도 해요. 금융의 문제이기도 하고 산업조직의 문제이기도 하고, 생태계의 대중소기업간의 문제이기도 하고, 노동시장의 문제이기도 해요."

-그 경직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요.

"하나의 뾰족한 해법은 없겠지만, 아까 말씀드린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게 해서 역동성을 키우는 정책이 우선 필요합니다. 공정경쟁도 중요하고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못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노동시장에서의 차별도 줄여야 하지요. 참 어려운 게, 1990년대를 돌이켜보면, 그때는 자기가 가고 싶은 데로 쉽게 가고 그랬어요.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큰 격차가 없었고. 그러나 지금은 격차가 너무 크니까 이동하기도 어렵고, 이동이라는 게 중소기업 사이에서 왔다갔다 해요. 기업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것은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것부터 시작을 해야 할 거고요, 진입장벽을 낮추려면 규제를 개혁해야 합니다. 또 규제개혁에서 중요한 건 기득권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겁니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수요가 느는데 따라 기득권 때문에 진입이 안 되는 분야가 상당히 많거든요.

"예를 들어 원격의료가 있잖아요. 우리나라가 의료데이터가 어마어마하게 잘 돼 있어요. 건강보험 데이터에 다 있거든요. IT 인프라와 인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고, 또 의료 인력도 좋아요. 이걸 잘 엮으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데, 거기서 산업이 만들어지고 일자리가 생기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규제가 다 막고 있잖아요. 그 상당부분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규제예요. 의료 규제를 풀면 민영화 되는 거 아니냐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프랑스 같은 경우는 원격의료를 해도 공적 시스템 안에서 하거든요. 공공성을 살리는 방법으로 하면 되거든요. 기술 자체가 민영화 기술이 따로 있고 공적 기술이 따로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의료데이터를 엮어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가 탄생하면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생기잖아요."

-한국경제의 중장기적 성장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현재 코로나 위기라는 예외적인 경우지만 2019년에도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2.0% 성장에 그쳤거든요.

"슘페테리언 측면에서 보면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을 해야 되거든요. 기업가정신을 말하는 거예요. 그러려면 사람들의 모티베이션, 이윤동기가 필요해요. 모든 이윤동기가 기업가정신은 아니에요. 기업가정신이라는 게 무언가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거거든요. 내가 돈을 더 벌기 위해 진입장벽을 쳐서 독점이윤을 누리겠다는 것은 이윤동기에서 출발했지만 불건전한 거지요. 슘페터리언 경제학에서는 남을 배제해서 독점력을 높여 이윤을 얻는 것은 불건전한 것으로 보는 겁니다. 좋은 기술을 개발해 특허권을 갖고 돈을 벌어보겠다는 것도 일정부분 독점이익을 추구하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이런 것은 어느 정도 허용해줘야 인센티브가 작동돼요. 한국경제의 총요소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가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만들려고 하는 것보다 자꾸 지대추구를 해서 있는 것을 더 가지려고 하기 때문인 거지요. 남의 것을 자꾸 뺏으면 제로섬이 되잖아요. 싸우다 보면 마이너스섬도 될 수 있어요."

-결국 사회의 인센티브가 잘 작동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네요.

"한국경제가 성숙단계로 가면서 자꾸 지대추구 사회가 되어가는 게 본질적인 문제인 거 같아요. 이렇게 되면 가장 불리한 사람들이 기득권이 없는 젊은 사람들이거든요. 금수저 흙수저 얘기 나오는 게, 있는 집 자식은 있는 자원을 갖고 얻어먹을 수 있는데, 없는 집 자식은 뺏기기만 하니까요. 지대추구하려는 지향을 혁신 쪽으로 돌리는 게 제도입니다. 인센티브체계를 바꾸는 게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길입니다. 이게 결국은 에쓰모글루(Daron Acemoglu)와 로빈슨(James A. Robinson)이 쓴 책(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Why nations fail)에서 얘기하는 포용적(inclusive) 경제거든요. 경제를 포용적 경제와 착취적(extractive) 경제로 나누는데, 착취적 경제는 남의 것을 뺏는 경제고 포용적 경제는 다함께 노력해서 성장할 수 있는 경제예요. 금융, 규제, 제도를 인간의 경제적 인센티브에 맞게 잘 설계하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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