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근 칼럼] 미얀마에 쏠리는 국제사회의 눈

차상근 산업부장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차상근 칼럼] 미얀마에 쏠리는 국제사회의 눈
차상근 산업부장

미얀마. 우리에게는 1988년 서울올림픽 무렵까지 버마로 알려졌고 그 전 1983년 북한 공작원에 의한 아웅산묘소 폭파테러사건으로 각인된 동남아시아의 농업국이다. 국민 5500만명의 95% 이상이 불교도일 정도로 불교의 사회적 영향은 절대적이다. 북부 히말라야산맥 끝자락을 제외하면 아열대 기후에 넓은 평원과 농업, 그리고 불교적 가치가 잘 조화된 전원적 느낌을 물씬 풍기는 땅이다. 경제수도인 양곤에는 황금사원으로 불리는 쉐다곤 파고다가 온 도시를 찬란하게 비추고, 한편에는 시주를 다니는 스님들의 탁발행렬과 줄지어 스님들에게 공양하는 서민들의 모습을 어디에서든 목격할 수 있다.

이방인에게는 평화롭고 한가하다는 느낌이 가득한 이 나라에서 지난 1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쿠데타는 야당과 손잡은 군부가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한 집권여당의 부정선거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미국과 서방세계는 일제히 군부 측을 공격하며 즉각 쿠데타 이전으로 정국을 돌릴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얀마의 근현대사는 우리처럼 식민지배와 군부독재 등으로 점철됐다. 일본의 침탈에서 벗어나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지만 군부정치와 쇄국정책 등으로 국민들의 삶은 피폐했다. 최근까지 유엔의 최빈국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런 나라에 주요국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이 나라 땅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2015년 치러진 자유민주선거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국민민주연맹(NLD)이 군부독재 60여년사를 종식하고 평화적 정권교체에 의한 국민민주정권을 수립했다. 친미, 친서방 노선의 이 정권은 친중노선을 견지한 군부세력과 불편한 동거를 지속해왔다. 이번 쿠데타의 화근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얀마의 지정학적 위치는 미중 간의 신냉전 시대에 가치를 더하고 있다. 중국은 미얀마 군사독재정권 시절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여기에는 인도양 직통루트 개척이란 중국의 전략적 의도가 있다. 미국의 제해권 아래에 있는 말레이반도 남단 말래카해협을 거치지 않고 중국 서남부 윈난성에서 출발하면 미얀마 육로로 인도양 벵갈만에 바로 닿을 수 있다. 중국은 2017년 윈난성 성도 쿤밍에서 미얀마 서부 차우크푸항을 잇는 771km의 송유관을 개통했다. 윈난성 국경 루이리현에서 양곤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 건설공사도 진행 중이다. 차우크푸항은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 요충지로 삼고 있으며 '미니 싱가포르'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인도-태평양전략을 통해 남쪽에서 중국을 봉쇄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전략의 중추지역인 미얀마에 있어 친미정권은 필수적이다. 미국이 친중 성향의 군부 쿠데타에 전례없이 강경 대응하는 이유다.

미얀마는 경제적 잠재력 또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중국 일본 태국 싱가포르 등은 군부정권 시절부터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미얀마의 최대 무역파트너이자 투자국이다. 베트남이 '포스트 차이나'로 부상한 데 이어 최근에는 '포스트 베트남'으로 미얀마가 떠오르고 있다. 우리 나라도 요 근래 투자를 급속히 늘리고 있다. 1995년 대우전자의 현지 가전공장을 시작으로 효성,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 롯데, CJ제일제당 등 한국 대기업들이 대거 현지에 있다. 최근 3년 동안만 107개사가 진출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해말 양곤 인근에 미얀마 최대 규모의 K-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의류 봉제업체들도 대거 진출해 그 수가 200여개사에 이른다. 우리 기업들의 활발한 진출을 좇아 금융권에서도 4개 시중은행을 비롯 24개 금융회사가 나가 있다.

미얀마에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들 만큼 코리아의 현지 인기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K-드라마는 저녁 메인시간대에 각 방송국에서 집중 방송되고 있다. 언어체계도 한국어와 비슷한 '주어-목적어-동사' 구조를 가진 지구상 몇 안되는 나라여서 한국어 배움 열기도 어느 나라보다 높다. 무엇보다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선진국으로 고속 성장한 유일한 나라, 민주화를 통해 평화적 정권교체와 민주주의를 확고히 다진 나라라는 점을 부럽게 바라보며 한국을 벤치마킹하려 한다. 미얀마를 주의깊게 봐야 하는 이유다.

차상근 산업부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