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간의 중재소송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검찰이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산정한 회계법인과 FI를 기소했기 때문이다.
20일 보험업계·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19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세 명과 어퍼니티 등 FI 세 곳을 기소했다. 딜로이트안진이 판단한 가치산정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보생명 기업가치평가에 대한 과정은 재판에 넘겨져 시시비비가 가려질 전망이다. 교보생명 노조는 지난해 4월 공인회계사법 15조3항(공정성실의무)과 22조4항(금전상이득행위) 위반을 이유로 딜로이트안진을 고발을 했다. 교보생명은 딜로이트안진이 합리적인 방법에 의해서 가치평가를 하지 않았고, 의뢰인(FI)의 금전상의 이득을 얻기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행위를 했다고 판단해 두 가지 항목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딜로이트안진은 가치평가 과정에서 위법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향후 재판 결과의 핵심은 '가치평가'에 대한 평가방법과 회계법인의 독립성 위반 여부 등이다. 교보생명과 FI간 분쟁은 신창재 회장이 애초 상장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어피니티 등 FI가 풋옵션을 행사한 시점은 2018년 10월말이었다.
딜로이트안진은 상장된 비교대상 보험사의 피어(Peer)그룹 주가를 사용했는데 시점을 2018년 반기말 기준 직전 1년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딜로이트안진은 "행사한 시점은 분기보고서가 확정되지 않은 시점이라 반기말 기준으로 1년간의 회사가치를 평가했고 다른 비상장기업도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풋옵션 행사시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딜로이트안진이 산정한 시점은 생보사 주가가 최대치를 기록했을 때라는 게 교보생명 측의 주장의 근거다.
딜로이트안진은 2017년 6월에서 2018년 6월까지 평가 결과 교보생명의 기업가치를 1주당 40만9000원으로 평가했다. 검찰은 딜로이트안진과 FI 간의 '고의성' 등을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장사에 대한 가치평가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통상 비상장기업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판단하기도 하고 동종 업종 기업가치를 상대평가하거나 현금흐름할인법(DCF) 등도 활용된다. 교보생명 분쟁처럼 사인 간의 거래일 경우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검찰에서는 가치평가 방법에서 위법행위가 있다고 판단을 내린 걸로 보인다"면서 "애초에는 딜로이트안진에 대해서만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이번에 검찰은 FI 3곳까지 추가했다"고 말해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대해 딜로이트안진은 "기업가치를 산정한 임직원들을 기소한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법무법인을 통해 재판에서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