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왜 과학에 귀 기울여야 하는가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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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왜 과학에 귀 기울여야 하는가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Listen to Science." "We will listen to scientists."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선거 운동 초기와 당선 이후 소감을 통해 언급한 말이다. "과학, 그리고 과학자에게 귀를 기울이겠다"는 짤막한 메시지다. 비록 짧은 메시지지만, 그 메시지가 주는 울림과 반향은 미국 내에서도 상당히 컸다.

한 나라의 지도자, 그것도 세계 최강국인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친(親) 과학기조'에 미국 과학계는 뜨겁게 반응하며 오는 20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손꼽고 있다. 미국 과학계뿐 아니라, 세계 과학계는 4년 간 미국의 국정 중심에 과학이 자리할 것이고, '잃어버린 과학 강대국 미국'을 다시금 복원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4년 임기 내내 과학과 과학기술인을 신뢰하지 않고, 홀대했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그동안 과학적 사고와 논리가 붕괴된 미국 사회는 '과학'을 새롭게 장착해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한 '전통적인 과학 선도국'으로 빠르게 변모할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 과학계가 보여준 파격 행보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미국 과학계는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과학을 중시하는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는 미국 과학 역사상 유례 없는 일이었다. 일례로, 지난해 9월 미국의 권위 있는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175년 역사상 이례적으로 바이든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선거 전 과학자(892명)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는 86%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더 나아가 미국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문제를 과학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들이 정치적 개입에 의해 왜곡된 채 결정된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김해신공항 사전타당성 재검토',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결정', '코로나19 백신 확보 실기(失期)'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국정 운영에 과학적 합리성이 작동하지 않고, 사회적 합리성만 작동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을 모두 충족하시키기 위한 국정 운영이나 정책 결정이 아닌 진영과 이념에 좌우하는 확증편향이 이 정권 들어 강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자, 교수 등으로 대별되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소통 채널도 문제다. 지난해 과학계를 대표하는 한 단체가 정부 정책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과학을 이용해선 안 된다고 정부에 경고한 일이 있었다.

바른 과학기술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은 '정치가 과학을 뒤덮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기존과 달라진 김해 신공항, 월성 원전 등에 대한 타당성 결과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과실연은 정부 정책 결정의 정당화를 위해 과학적 사실과 결과가 조작되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과학자, 즉 전문가의 의견이 묻히고 때론 무시된 데 강한 유감을 나타낸 것이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위기 상황에서도 과학이 배제된 정책 결정은 되풀이됐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때마다 선제적 대응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격상해야 한다는 전문가 집단과 사사건건 이견을 보이며 국민적 불안감을 키웠다.

특히 최근 논란이 커져 국정 지지율 하락에도 영향을 미친 '코로나19 백신 확보 실기' 등도 마찬가지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정부가 백신 확보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할 것임을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요 선진국들이 백신을 싹쓸이 해 가는 상황에서 뒤늦게 백신 확보에 나서 국민적 원성과 질타를 받아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신년 첫 국무회의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시대'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고평가) 시대'를 열어 나아가자고 했다.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는 진영과 이념 논리가 아닌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한 국가 지도자와 정책 결정권자의 과학적 사고와 숙의(熟議) 과정이 뒷받침될 때 실현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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