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사람 對 가상 인플루언서의 대결... 승자는?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은 '셀럽' 대신 소셜미디어(SNS) 속 나와 비슷한 '평범한 사람'에 주목했던 대중들은 이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에게 환호하기 시작했다.

가상 인플루언서란 기업 마케팅 등을 목적으로 디지털 이미지 혹은 실물 로봇의 형태로 만들어져 SNS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상의 인물을 뜻한다. 이들은 가상과 현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대중과 자연스럽게 소통한다. 실존 인물처럼 그럴듯한 겉모습을 갖추고 이름, 성별, 나이, 출신 지역, 정치 성향, 연애 상황 등 구체적인 특징도 가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80억 달러(약 9조 원)로, 2022년에는 2배에 가까운 150억 달러(약 17조 원)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이러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비용 중 점점 더 큰 비중이 실제 사람이 아닌 가상 인플루언서에 집행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가상 인플루언서. 막강한 잠재력을 가진 그들은 누구이며, 대중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그들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 팔로워 280만 명의 업계 최고 스타, 19세 소녀 뮤지션 릴 미켈라

코로나19 시대, 사람 對 가상 인플루언서의 대결... 승자는?
19세 소녀 뮤지션, 릴 미켈라. @ilmiquela 인스타그램 캡처

전 세계에서 현재 가장 유명한 가상 인플루언서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280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릴 미켈라(Lil Miquela)다.

릴 미켈라는 2016년 로봇 인공지능 전문기업 브러드(Brud)사에서 태어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19세 소녀인 그녀는 '브라질 출신의 스페인 혼혈인 뮤직 아티스트'라는 프로필을 가지고 있다. 짧은 앞머리에 양쪽으로 돌돌 말아 올린 뿌까 머리, 짙은 눈썹과 주근깨가 특징이다.

뮤직 아티스트로서 릴 미켈라가 2017년에 발표한 싱글 앨범인 'Not Mine'은 영국 대표 음원 차트인 스포티파이에 8위로 올라 150만 회 이상 재생됐다.

올해 8월에 온라인으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뮤직 페스티벌인 롤라팔루자에서 그녀는 'Hard Feelings'의 뮤직비디오로 데뷔 무대를 가지기도 했다. 그녀는 다른 뮤지션들과 협업도 한다. '진짜 사람' 뮤지션 테야나 테일러와 컬래버레이션 한 'Machine', 다른 가상 인플루언서인 버뮤다(Bermuda)와 커버한 'Under the Bridge' 등이 그 결과물이다.

패션을 사랑하는 릴 미켈라는 다양한 브랜드의 모델로도 활동한다. 프라다, 샤넬, 지방시, 몽크레르, 캘빈 클라인 등 유명 고급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는 그녀는 패션쇼장 앞에서 '진짜 사람'인 유명인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친분을 자랑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자신만의 의류 브랜드인 '클럽 404'(Club 404)를 발매하기도 했다.

영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온바이에 따르면 릴 미켈라는 후원 게시물 하나당 8,500달러의 수수료를 받는 업계 최고 스타로, 올해 1,170만 달러(약 132억 원)의 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측된다.

릴 미켈라는 2021년에도 쉴 틈 없이 바빠질 예정이다. 할리우드의 유명 3대 연예 에이전시인 CAA와 최근 파트너십을 맺었기 때문이다. TV, 영화 등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 릴 미켈라의 적이자 친구, 화려한 셀럽 뮤지션 버뮤다

코로나19 시대, 사람 對 가상 인플루언서의 대결... 승자는?
화려한 셀럽 뮤지션, 버뮤다. @bermudaisbae 인스타그램 캡처

버뮤다(Bermuda)는 릴 미켈라를 만든 브러드사에서 2016년 출시한 또 다른 가상 인플루언서로, 현재 29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버뮤다는 전형적인 미국의 상류층을 대표하는 금발 머리의 백인으로 설정됐다. 그녀는 포르쉐를 타고 로스앤젤레스의 고급 호텔에서 머물며 핫 플레이스에서 브런치를 즐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기후변화는 사실이 아니라고 믿는 등 우파적 정치색을 강하게 드러낸다.

버뮤다는 지난해 4월 릴 미켈라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해킹했다고 밝혀 널리 이름을 알렸다. 버뮤다는 자신이 가상 인물임을 당당히 인정하고 있지만, 릴 미켈라는 '진짜 사람'인 척 행동하고 다녀 화가 났다는 이유에서다. 앙심을 품은 버뮤다는 릴 미켈라의 계정에 들어가 기존 사진들을 삭제하고 본인의 사진으로 대체하는 등 해킹을 시도했다. 해외 엘르와 보그 잡지에서는 두 가상 인플루언서들 간의 이러한 스캔들을 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버뮤다도 릴 미켈라와 마찬가지로 뮤직 아티스트다. 스포티파이에 싱글 앨범을 발표한 적 있으며 릴 미켈라와 함께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Under the Bridge'를 커버하기도 했다.

버뮤다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주로 화려한 셀럽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올라와 보는 눈이 즐겁다는 평이 많다.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던 릴 미켈라와도 관계를 회복하고 함께 찍은 셀카를 주기적으로 올려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 세계 최초의 가상 패션모델, 남아프리카 출신의 슈두

코로나19 시대, 사람 對 가상 인플루언서의 대결... 승자는?
세계 최초의 가상 패션모델, 슈두. @shudu.gram 인스타그램 캡처

세계 최초의 디지털 패션모델로 손꼽히는 슈두(Shudu)는 영국의 사진작가 카메룬 제임스 윌슨(Cameron-James Wilson)이 2017년에 내놓은 가상 인플루언서다.

21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슈듀는 짙은 색 피부와 완벽하게 대칭적인 얼굴을 가진 남아프리카 출신의 매혹적인 패션모델로 설정됐다. 실제 사람으로 착각하게 할 정도로 사실감이 뛰어난 덕에 등장부터 많은 화제가 됐다.

슈두는 캘빈 클라인, 디올 등 각종 패션 및 뷰티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가수 리한나의 코스메틱 브랜드인 펜티 뷰티(Fenty Beauty)의 립스틱 전속 모델로 활동했을 뿐 아니라 각종 패션 브랜드와 화보 촬영을 진행하며 발 넓은 행보를 보인다.

■ 떠오르는 샛별, 패션모델 임마

코로나19 시대, 사람 對 가상 인플루언서의 대결... 승자는?
친근함이 매력인 패션모델 임마. @imma.gram 인스타그램 캡처

임마(IMMA)는 CG 전문 회사인 모델링 카페(ModelingCafe)에서 태어났다. 마틸다를 연상시키는 분홍색 똑 단발 헤어스타일이 상징이다. 팔로워 33만 명을 보유한 SNS 스타이자 패션모델인 임마는 친구나 강아지와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을 업로드 하는 친근한 '일반인' 콘셉트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월 잡지 표지 모델을 통해 데뷔한 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브랜드인 셀린느와 협업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가구 기업 이케아의 일본 도쿄 하라주쿠 지점의 모델로 발탁돼 큰 화제가 됐다.

임마는 지난 8월 이케아 전시장의 스크린을 통해 요리하는 모습, 요가와 청소하는 모습,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 등을 선보였는데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에 '진짜 사람' 모델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임마는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해졌고 일상생활도 크게 바뀌었다. 집에서 행복하게 보내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번 광고를 통해 새로운 생활방식을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 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라고 이케아 광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 그들의 가장 큰 매력은 '실제 인간'이 아니라는 것

더팩트와 보이스오브유가 국내 인플루언서들을 다각도로 평가하여 랭킹화한 IMR(Influencer Multi-Platform Ranking)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상 인플루언서의 위상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사람과의 만남과 의사소통이 온라인 공간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온라인 세상 속의 가상 인플루언서가 예전과 비교해 더 실존 인물처럼 느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미국 USC 박사·현 서울대학교 공공성과관리센터 초빙연구원) 박사는 "이와 더불어 가상 인플루언서들에게 거부감이 적은 Z세대가 구매력을 갖춘 20대 중반에 들어섬에 따라 인플루언서들의 상업적 기능을 확대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사람인 인플루언서가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의 폭이 좁아진 가운데, 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없는 가상 인플루언서의 설 자리가 더 많아진 것도 한몫한다.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광고·홍보 촬영은 직접 만나서 할 필요가 없다. 컴퓨터 기술만 있다면 코로나19로 입·출국이 자유롭지 않은 나라에도 언제든지 방문해 인증샷을 찍고 올 수 있다. 언택트 시대에 완벽한 인재이다.

이영미 박사는 "코로나19로 어느 업계나 경제적 타격이 큰 가운데,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적은 시간을 들여 마케팅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꼽기도 했다.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을 위한 돈이 들지 않고 촬영 장소로 이동하기 위한 교통비도 들지 않는다. 갑자기 건강에 문제가 생기거나 사생활 이슈로 촬영이 무산되는 것과 같은 돌발 상황이 생길 염려도 없다.

가상 인플루언서 업계의 대표적 웹사이트인 버추얼휴먼의 설립자 크리스토퍼 트래버스는 "가상 인플루언서와 일하는 것이 더 돈이 적게 들고 100% 통제가 가능하며 동시에 여러 곳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박성기 기자 watney.park@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