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정경부 기자
![[DT현장] 자승자박 민주당](http://contents.dt.co.kr/images/202012/2020121502102269044001[1].jpg "[DT현장] 자승자박 민주당")
최근에는 주로 더불어민주당이 이 말들의 표적이 되는 일이 많다. 21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180석에 다다르는 거대한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이 목표를 이루고자 행한 수단과 방법이 과거 그들이 욕하고 반대하던 보수정당의 그것과 참 많이 닮아 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뚫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지난 1월 20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군소정당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동원해서 법안을 처리한 지 11개월 만이다.
공수처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각 교섭단체가 추천기한(10일 이내) 내 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국회의장 직권으로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사단법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추천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야당 몫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2명을 추천하지 않고 버티기 전략을 쓰자 애초에 10일이라는 기한을 정해 시간끌기를 할 수 없도록 원천봉쇄한 것이다.
개정안은 또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의 의결정족수를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에서 3분의 2 이상(5명)으로 완화했다. 어렵게 출범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가 여러 차례 회의를 가졌으나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모두 거부권을 행사해 공수처장 최종 후보 2인을 압축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의결정족수를 줄여 사실상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한 것이다. 이밖에 공수처 검사의 변호사 자격보유 요건을 10년 이상에서 7년 이상으로 완화하고, 재판, 수사 또는 조사업무 실무경력 요건을 아예 삭제했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공수처법을 제정하면서 야당의 거부권을 명분 삼아 패스트트랙 강행군을 폈다. 정권의 입맛대로 수사하는 무소불위의 옥상옥 권력기관이 탄생할 것이라는 보수 야당의 반대를 야당의 거부권을 보장한다는 규정으로 뛰어넘은 것이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가 4차례 회의 끝에 사실상 무산의 길을 걷자 민주당의 태도가 달라졌다. 공수처 출범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적'으로 규정하고 공수처라는 목표지점 만을 향해 '묻지마 돌격'식 법 개정에 나섰다.
민주당이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법을 개정하게 된 과정을 생각해보면 민주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힘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2명이나 선정할 수 있도록 토대를 깔아준 게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원래 20대 국회에서 공수처법을 만들면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구성에 야당 교섭단체 몫으로 2명을 배정했다. 제1야당에만 몰아주기를 한 게 아니라 야당 교섭단체 전체에 2명을 배정한 것이다. 만약 21대 국회가 지금과 같이 국민의힘 단독의 야당 교섭단체 체제가 아닌 2개 이상의 야당 교섭단체가 있었다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구성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국민의힘 단독 야당 교섭단체를 만든 원인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위로 돌린 비례 위성정당 탓이다. 민주당은 당시 비례 위성정당을 만든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을 향해 '위장정당'이라고 날을 세우더니 말을 바꿔 더불어시민당이라는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정의당이든 열린민주당이든 공수처 출범의 우군이 됐을 야당 교섭단체 탄생의 기회를 그들이 없앤 거나 다름없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공수처법은 개정됐고, 야당의 거부권은 제한됐다. 조만간 공수처장이 정해지고 공수처가 출범하는 건 정해진 바라 할 수 있다. 궁금한 건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차기든 혹은 차차기든 혹은 차차차기가 됐든,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나 민주당의 지위가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뀌는 일이 생긴다면 야당인 민주당이 지금의 여당인 민주당을 원망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금은 이게 맞는다고 우겼던 공수처법 개정안이 그 때 가서는 틀리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김미경 정경부 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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