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탄소중립, `퍼펙트전략`이어야 한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안경애 칼럼] 탄소중립, `퍼펙트전략`이어야 한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각국이 탄소중립 상태에 이를 때까지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12일(현지시각) 열린 유엔 기후목표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내놓은 얘기다. 파리협약 체결 5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날 회의에서 세계 지도자 70여 명도 상황인식을 같이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 기업의 해외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상장사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 정도를 평가해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도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분명히 했다.

세계 각국의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2050년까지 '탄소문명'을 종식하겠다는 목표는 성공 가능성을 장담하기 힘들다. 인류의 모든 지혜를 모아 변화에 '올인'해도 일상과 산업을 이루는 소재부터 소비구조, 에너지·제조 방식까지 탈탄소화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그럼에도 막다른 길에 몰린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는 없다. 주목할 점은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탄소탈출' 전략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글로벌 기술기업들은 한참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터 데산티스 AWS(아마존웹서비스) 수석부사장은 11일 자사 연례행사 기조발표에서 "가장 청정한 에너지는 바로 에너지를 쓰지 않는 것"이라면서 탄소배출을 낮추기 위해 에너지 사용 자체를 줄이는 노력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시장 1위 기업 AWS는 이날 세계 각국이 세운 목표보다 10년 앞선 2040년까지 탄소제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클라우드를 구성하는 반도체부터 서버·전력체계, 클라우드센터 건물의 콘크리트 구성과 냉각수 순환까지 가능한 모든 영역을 '탈탄소' 키워드에 맞춰 바꾸고 있다. 또 2025년까지 에너지 수요의 100%를 재생에너지에서 충당하기 위해 관련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다 클라우드센터 건설에 드는 콘크리트와 시멘트 양을 줄이고 폐이산화탄소를 이용하는 제조공정을 직접 개발해 채택하고 있다. 쓰고 난 데이터센터 냉각수는 농업용수로 지역사회에 돌려주고, 사무집기 등 간접 탄소배출원 줄이기도 병행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AWS가 탄소제로를 의무사항이 아닌 성장 기회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는 '저탄소'를 마케팅 키워드로 내놓기 시작했다. 데산티스 수석부사장은 "AWS 클라우드 센터는 미국 내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에너지 효율성이 3.6배 높고,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면서 "기업 자체 데이터센터에 비해 탄소배출을 88%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탄소를 줄여야 하는 기업들이 솔깃할 얘기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가 연일 쏟아지고 정부가 탄소중립 비전을 구체화하면서 탄소와의 결별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반도체·철강·조선·화학 등 제조업 비중이 큰 우리나라는 뛰어넘어야 할 허들이 훨씬 높다. 딛고 선 땅과 자연이 준 공기를 제외한 모든 것을 바꾸는 문명 재설계가 필요하다. 개인과 기업, 정부 중 모든 주체가 매달리지 않으면 실패할 것이 자명하다.

AWS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 세계적인 테크기업들은 기술혁신뿐 아니라 탈탄소 변화에도 앞서 가면서 이를 기회로 영토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투자 결정 시 ESG를 주요 기준으로 판단하고, 주요국이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하는 등 탄소중립은 향후 수십년간 우리 정부와 기업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다. 국내 최대 탄소배출 기업인 포스코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선언하고, '탄소과잉 국가' 중국이 탈탄소 전략을 발표한 것에서 시급성이 읽힌다.

탄소중립은 몇 가지 처방이나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는, 복잡하고도 거대한 현실과 생활의 문제다. 시민의 생활혁신부터 산업현장의 제조혁신, 국가 차원의 기술개발·지원 정책과 에너지 전략이 한 치의 오차 없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퍼펙트 스톰'에 비유할 정도의 위기이자 도약의 기회다. 디지털 전환에서 확인된 코리아의 힘이 탄소중립이란 기나긴 여정에서 더 큰 에너지로 결집되길 기대한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