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칼럼] 권력과 죽음의 연결고리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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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1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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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칼럼] 권력과 죽음의 연결고리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치인과 그 측근, 공직자 그리고 사건 관계인들의 자살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너무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2019년 11월 권력자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펀드와 관련된 사건의 참고인이 자살했다. 2019년 12월에는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된 공직자가 자살을 선택했다. 2020년 6월에는 쉼터를 운영하는 사건 관계자가 자살했다. 7월에는 서울시를 책임지는 권력자가 자신의 목숨을 끊었다. 지난 3일에는 권력자의 측근이 자살했다. 다양한 사연을 안고 유명을 달리했지만, 이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책임을 방기(放棄)했다. 비리를 저지른 사람은 세상에 잘못을 고하고 용서받았어야 했고, 진실을 안고 떠난 사람은 진실을 알려야 했다.

비극적인 권력형 사건에서 희생자는 언제나 약자였다. 망자들은 침묵하고 있지만, 이들이 사건을 주도한 것도 아니고 그저 권력자의 그늘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과연 권력과 죽음의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권력자가 권좌를 지키기 위해 충성하던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일은 삼국지 같은 소설에서만 나오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도와줄 것으로 믿었던 권력자가 싸늘한 부정의 철옹성을 쌓을 때, 권력자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에 그 측근의 선택은 죽음일 것이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에서 이야기되는 펀드에는 어김없이 국책사업이 나온다. 투자한 업체가 2차 전지업체로 탈바꿈하고 재생에너지 펀드를 운영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킨들버거(C. P. Kindleberger)가 지적했듯이 모든 투기 세력의 뒷배에는 권력자가 있었다. 군중들은 정치인들의 말에 빨려들었고, 사기꾼들은 이것을 기회로 삼는다. 사모펀드가 시장원리에 따라 정상적인 투자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100대 사업이니 200대 사업이니 하는 정책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책 사업이 가장 손쉽게 돈을 버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없어도 사업이 실패해도 국정과제라는 도깨비방망이가 기적을 만들기 때문이다.

펀드를 운영하는 사람이 왜 선거에 나가고 정치인들과 식사를 하며, 최고 권력자와 사진찍기를 좋아하는가. 권력자와 연결이 됐다는 소문과 이들과 찍은 사진, 그리고 권력자 친근과의 은밀한 거래는 사업 성공의 마패이고, 사기가 발각됐을 때는 요긴하게 쓰이는 구원의 보증서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감독 당국은 펀드 사고가 터져도 불완전 판매라며 피해자들을 구해주면서 펀드와 관련된 불만을 잠재우고 있다. 금융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는 뒷전이면서도 정치적 행보로 그 많은 펀드 사기의 피해자들을 잠재우고 있다. 오히려 비리 혐의를 받은 금융감독의 책임자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금융시장의 참가자들이 권력을 더 갈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측근이 선거 사범으로 감옥에서 실형을 살아도 공직에 등용시켜 그 재능을 활용했다는 권력자는 반성하지 않는다. 부정에 따른 이익을 향유하고 책임을 지는 권력자는 보이지 않는다. 권력자들과 관련된 펀드들의 횡령 금액은 밝혀지고 있으나 그 돈이 어디로 향했는지는 오리무중이다.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사건이 날 때마다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하명수사와 관련해 불행한 일이 벌어졌을 때는 고래고기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검찰을 성토했고, 이번에는 식사한다고 외출까지 허용받는 상황에서 강압수사을 받았다며 검찰을 성토하고 있다. 추가적인 수사를 하지 말라는 압박으로 들린다. 설득력도 없는 억지 주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국민의 외면 뿐이다.

억울한 사람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자살한 사람들을 영웅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비리로 자살한 사람들을 칭송하거나 그 죄를 용서하는 행위는 더 많은 자살을 방조하는 범죄행위다. 더욱이 수사는 중단돼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자살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진실을 알린 사람들은 과감하게 용서하고, 측근의 범죄로 궁극적으로 이익을 보는 권력자를 처단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를 더 투명하고 밝은 사회로 만들 것이다. 이번 사건부터라도 윗선의 비리를 밝혀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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