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공간 제공 넘어 직접 자금 투자… 혁신금융 서비스 차별화
은행권이 자체적인 디지털역량 강화와 동시에 유망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사업 공간을 제공하는 걸 넘어 직접 자금을 투자하기도 한다. 과거 금융권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로 자체 개발을 우선했지만, 진화하는 금융 혁신 경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이종 산업 간 협업에 몰두하는 양상이다.
신한금융그룹은 핀테크 육성에 가장 적극적인 곳 중 하나다. 지난 2015년 국내 최초로 금융권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신한퓨처스랩'을 출범했다. 올해까지 55개의 기업을 포함해 총 195개의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해왔다. 총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금액은 331억원에 이른다. 내년 1월 3일까지 퓨처스랩 참여 스타트업의 지원을 받는다.
올해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 경제의 N.E.O. 르네상스를 만들어갈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언택트 데모데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핀테크, 건강과 의학기술, 그리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3가지 테마를 바탕으로 연사 강연과 스타트업 성공사례 등을 유튜브로 생중계 한다.
하나은행은 지방자치단체와 손잡았다. 지난 7월 서울시와 '핀테크 스타트업 성장 지원 및 글로벌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하나은행 스타트업 지원센터인 '하나은행 1Q Agile Lab(원큐 애자일 랩)'을 통해 발굴, 성장, 투자유치 등을 지원한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나섰다. 창업육성프로그램 'IBK창공'을 운영하며 직접 투자도 나서고 있다. 지난달 IBK-스톤브릿지 혁신성장 사모펀드(PEF)가 투자할 기업으로 '나이스비즈니스플랫폼(나이스abc)'을 선정하고 투자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투자금액은 100억원 수준이다.
나이스abc는 P2P 금융 플랫폼을 운영 중인 핀테크 기업이다. 판매기업, 구매기업, 투자자를 연결해 전자어음, 매출채권을 유동화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나이스abc는 기업은행 경영지원 플랫폼 'IBK BOX(박스)'와 사업 제휴를 맺고 중소기업에 전자어음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NH디지털 챌린지플러스'를 운영 중이다. 은행 자체 혁신캠퍼스 내에서 혁신기업을 육성하고 이들과 협업한다. KB국민은행은 사회혁신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KB금융캠퍼스 S.I.N.G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우리은행의 '디노랩'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에 452억원을 직접 투자하기도 했다.
은행권의 핀테크 기업 투자는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부문별로 특화된 소규모 금융사가 새롭게 나타나면서 기존 금융권 내에서 모든 부문을 아우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2030년에는 은행이 현재와 같은 수준의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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