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트럼프 남은 임기가 `가장 위험한` 시기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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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칼럼] 트럼프 남은 임기가 `가장 위험한` 시기다
박영서 논설위원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모센 파크리자데는 아내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테헤란 동부 다마반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경호원이 탄 차량 2대가 그의 승용차 앞뒤에서 호위 중이었다. 오후 2시쯤 그의 차량 행렬이 회전식 교차로에 진입해 속도를 늦추자 갑자기 기관총 사격 소리가 났다. 교차로에서 약 150m 거리에 있던 닛산 픽업트럭에 설치된 원격조종 기관총에서 총알이 발사된 것이다. 그는 적어도 총알을 3발 맞았다. 픽업트럭은 증거 인멸을 위해 자폭장치로 폭파됐다. 암살에는 인공위성과 인공지능(AI) 기술이 동원됐다고 한다. 괴한들이 부상자도 없이 현장에서 사라지면서 모든 일은 불과 3분만에 끝났다.

파크리자데는 이란의 '오펜하이머'로 불려진 인물이다. 서방 첩보기관들은 이란이 비밀리에 진행하는 핵 개발의 중심인물로 그를 지목해 왔다.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이란 국민저항평의회(NCRI)의 2011년 5월의 보고서에 따르면 파크리자데는 1958년 이슬람 시아파 성지인 콤에서 태어났다. 이란혁명 직후에 혁명수비대에 들어갔고 후에 핵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개발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그와의 면담을 신청했지만 이란측은 그가 테헤란의 이맘 후세인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는 이유로 면담을 성사시키지 않았다. 지난 2007년 미 중앙정보국(CIA)는 "교수라는 직함은 신분 세탁용"이라고 단정했다.

지난 2018년 4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그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세상에 노출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혁명수비대의 과거 핵무기 개발 자료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파크리자데의 사진을 꺼내 들고 "이름을 기억하세요. 파크리자데입니다"라고 말했다.

관심이 가는 대목은 암살이 왜 지금 강행됐느냐는 것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란의 저농축 우라늄 저장량이 이란 핵합의로 정해진 상한을 크게 넘고 있어 이스라엘이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합의로 정한 저장량 상한선은 300㎏이지만 IAEA에 따르면 지금은 그 8배인 2.4t 이상에 이른다. 이는 핵폭탄 2기에 해당하는 저장량이다.

또 하나는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퇴장하고 바이든 새 정부가 탄생하는 것이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친(親)이스라엘 자세를 분명히 해왔다. 하지만 이란 핵 합의를 중시하는 바이든이 취임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따라서 바이든이 취임하기 전에 서둘러 손을 썼다는 것이다. 이스라엘로서는 미국이 이란 핵합의에 복귀하기 전에 이란 핵개발의 핵심인물을 제거해 화근을 끊어놓는 동시에 차기 바이든 정부와 이란과의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뒤집어 보면 이번 암살은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작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관건은 이란이 보복에 나설지 여부다. 이란 지도부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암살의 주체로 지목하면서 복수를 다짐했다. 그리고 그 배후에 트럼프 행정부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란의 보복 수위는 미국 여론을 악화시킬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경제제재로 피폐해진 국내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한 탓이다.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이란은 최대한 억제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이란을 겨냥한 공격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까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네타냐후 총리·트럼프 대통령·무함마드 왕세자, 이 삼총사들은 바이든 신임 대통령이 추구하려는 중동외교의 기선을 꺾어놓아 이란 포위망을 강화하자는데 이해가 일치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 20일까지 중동지역의 긴장은 불보듯 뻔하다. 본격적인 갈등과 충돌이 이번 암살로 시작된 듯하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시오니스트(이스라엘)의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생각대로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트럼프 정권이 끝날 때까지가 가장 위험한 시기다.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중동 전역이 불바다로 변한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어떻게 이를 돌파해 내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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