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근 칼럼] 임박한 `희토 대전`, 불구경할 때인가

차상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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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 칼럼] 임박한 `희토 대전`, 불구경할 때인가
차상근 산업부장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稀土類)가 있다."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이 1992년 네이멍구(內蒙古)지역과 함께 대표적 희토류 생산지인 장시(江西)성 시찰 당시 남긴 담화의 한토막이다.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던 지난해 5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 지역 희토류 공장을 찾았을 때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 구절을 인용, 보도했다. 전세계 희토류 수요량의 70%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이 그 생산량의 80%를 소비하는 미국을 상대로 전략자원화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는 뜻이다.

지난 1일 중국은 전략물자와 첨단기술의 수출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수출통제법을 시행했다. 수출 통제 대상은 군사용과 함께 민간용이라도 군사 용도로 쓸 수 있거나 기술적 잠재력을 높이는데 도움되는 물품과 기술, 서비스, 데이터 등이다. 이 법은 기업제재와 관련해 첨예한 갈등을 겪고있는 미국에 대한 보복카드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의 제재를 받는 가운데 수출통제법이 시행됐다"면서 희토류와 무인기를 비롯한 첨단 제품과 기술의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특히 "미국이 중국 희토류로 반도체를 만들고는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판매를 막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항공, 군수, 통신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텅스텐과 주석, 안티모니, 나이오븀, 티타늄, 코발트 등을 법 적용 대상으로 꼽았다. 중국이 희토류를 미국에 대한 보복 카드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한 셈이다. 이같은 중국내 분위기를 전한 미국의 외교전문잡지 디플로맷은 "미중 무역전쟁에 사용할 중국의 새로운 무기"라고 이 법안의 성격을 단정했다.

중국은 지난 3일 이 법의 첫 세부조치로 희토류가 아닌 '암호화 기술'을 지정,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전세계 첨단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희토류는 일단 남겨둔 채 새로 출범할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힘겨루기를 해나가겠다는 의도다. 중국의 속내를 간파한 글로벌 시장에선 희토류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가장 활용도가 높아 전체 희토류 소비의 40%를 차지하는 네오디뮴(Nd)은 지난 5월말 kg당 360 위안 선에서 지난달말 550 위안까지 치솟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중국의 수출허가제에 적용되는 전략물자로 희토류가 포함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 희토류 수요국들이 조달위험에 노출되게 됐고 중국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2010년 10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분쟁 당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자 백기투항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선진국도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2011년 여름 중국이 희토류 수출량을 3분의 1로 추가 축소하자 가격이 폭등했다.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를 선언한 지 2년여만에 주요 희토류 가격은 평균 10배 이상 뛰었다.

미국은 10여년전 사태를 거울삼아 이미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초 중국의 수출통제법 제정 움직임에 대응해 자국내 희토류 생산을 늘리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광산업에 국가비상사태를 내리기도 했다. 일본은 자국내 희토류 탐사를 통해 원석을 확보하는 한편 희토류 원소 생산기술을 개발해 제2의 센카쿠사태를 대비해왔다.

그러나 친환경 정련기술 등 난제가 많아 주요 선진국의 희토류 자급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중국이 수출통제법을 근거로 서둘러 희토류 수출량을 조정해 간다면 수급균형이 깨어지고 가격은 급등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희토류가 꼭 필요한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 밧데리 등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무역분쟁에 매달려 있는 사이 중국발(發) 더 큰 화근이 닥치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이를 보면 미중간 경제전쟁을 강건너 불보듯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차상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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