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마에스트로 간담회] "기술 좋아도 실패위험… SW창업 지원 인프라·안전망 절실"

SW마이스트로 10년… 매출 100억 기업 4곳
프로젝트 구체화… 비스니즈 모델로 만들어
성공한 스타트업이 롤모델 역할 보여줬으면
M&A 활성화돼야 창업도전 분위기 만들어져
다양성 존중·튀는 사람이 성공하는 문화돼야
규제가 최대문제… 서비스가 제도권 들어가야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SW마에스트로 간담회] "기술 좋아도 실패위험… SW창업 지원 인프라·안전망 절실"
SW마에스트로 수료생 창업기업 간담회에서 배성환 정보통신기획평가원 팀장(왼쪽부터), 신준우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단장, 이태우 휴먼스케이프 CTO, 박준혁 메이아이 대표,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주은광 블록크래프터스 CTO, 김수인 엘리스 이사, 김영호 말랑스튜디오 대표, 문정현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무가 박수를 치고 있다.


SW(소프트웨어) 창업은 처음부터 국경의 제한 없이 글로벌을 무대로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창업은 '죽음의 계곡'으로 불릴 정도로 난관의 연속이지만, SW 실력에다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창업가들은 광활한 시장에서 도전을 이어가며 성공 스토리를 써 가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최고급 SW 인재양성 사업인 'SW마에스트로' 출신 개발자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SW마에스트로 프로그램을 통해 2010년부터 10년 간 1000여 명이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110개 창업기업이 탄생했다. 석제범 원장을 비롯한 IITP 관계자, SW마에스트로 출신 창업자들과 'SW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주제로 최근 서울 강남구 SW마에스트로연수센터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참석자>

석 제 범 IITP 원장

배 성 환 IITP 글로벌인재팀장

주 은 광 블록크래프터스 CTO

박 준 혁 메이아이 CEO

이 태 우 휴먼스케이프 CTO

김 수 인 엘리스 이사

김 영 호 말랑스튜디오 대표


[SW마에스트로 간담회] "기술 좋아도 실패위험… SW창업 지원 인프라·안전망 절실"
석제범 IITP 원장


◇석제범= 2010년 시작한 SW마에스트로 사업이 10년을 넘겼다. 총 수료생은 1000명이 넘었고, 학생들의 참여 수요가 갈수록 높아져 올해 경쟁률이 12대 1에 달했다. 정부 지원사업이 10년 이상 지속되면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SW마에스트로는 예외적인 사업이다. 사업이 계속 지속되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수료생들이 업계에서 좋은 평을 받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수료생이 창업한 기업도 110곳에 달한다. 올해만 10개가 더 늘었다. 기업의 질적 성장도 눈에 띈다. 매출 100억 이상 기업이 4개에 달하고, 최근 3년간 매출과 상용근로자 수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한 가젤형 기업도 10곳에 달한다.

사실 이 사업은 창업 지원보다는 최고급 SW 인재 양성에 초점을 둬 왔다. 그러나 SW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유망한 창업영역인 만큼 창업자금과 사업 운영자금 지원, 기술경영 멘토링 등 창업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앞으로 수료생과 창업자들의 의견을 들어서 사업을 계속 발전시켜 가겠다.

[SW마에스트로 간담회] "기술 좋아도 실패위험… SW창업 지원 인프라·안전망 절실"
김수인 엘리스 이사


◇김수인= 지난 2015년 창업한 엘리스는 KAIST 박사과정생 3명이 공동 창업했다. 전산교육에 대한 수요가 많은 반면 가르칠 사람은 적은 상황에서 보다 많은 사람에게 더 잘 가르치기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AI(인공지능) 기반 성취도 평가, 실시간 양방향 스트리밍 기술 등을 개발하고, 교육학적 인사이트를 접목해 프로그래밍 교육을 하고 있다.

[SW마에스트로 간담회] "기술 좋아도 실패위험… SW창업 지원 인프라·안전망 절실"
주은광 블록크래프터스 CTO


◇주은광= 2018년 KAIST 출신 지인과 핀테크 스타트업 블록크래프터스를 공동 창업했다.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자산운용에 관심이 높은데 개개인이 금융에 대한 자율권을 갖는 자산운용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기존 금융권 영역까지 확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SW마에스트로 간담회] "기술 좋아도 실패위험… SW창업 지원 인프라·안전망 절실"
김영호 말랑스튜디오 대표


◇김영호= SW마에스트로 과정에서 만난 동기와 창업했다. 말랑은 사람들이 매일 쓰는 모바일앱인 알람앱, 지하철앱, 친구찾기, 펜팔앱 등을 개발해 운영해 왔다. 옐로모바일의 투자를 유치해 회사를 매각했다 독립해서 독자 운영하고 있다. 2016년 모바일앱의 수익모델을 고민하는 기업들을 위해 광고수익화를 지원하는 기업 애드엑스도 창업했다.

[SW마에스트로 간담회] "기술 좋아도 실패위험… SW창업 지원 인프라·안전망 절실"
이태우 휴먼스케이프 CTO


◇이태우= 휴먼스케이프는 희귀·난치질환 관련 데이터를 모아서 환자들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한다. 유전체 데이터를 수집해서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데이터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플랫폼을 완성해 가고 있다. 산모 대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미톡이란 자회사를 두고 있다. 최근 시리즈B 투자유치를 마무리 중이다.

[SW마에스트로 간담회] "기술 좋아도 실패위험… SW창업 지원 인프라·안전망 절실"
박준혁 메이아이 CEO


◇박준혁= 메이아이는 오프라인 공간에 대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하도록 도와주는 솔루션을 공급한다. 코워킹 공간, 매장 등에서 CCTV 영상데이터를 수집해서 영상처리 인공지능을 활용해 몇 명이 공간에 방문하고 남성은 몇 명인지, 20대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방문자들이 어느 공간과 제품에 관심 있는지를 파악해서 최적화하는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 SW마에스트로 과정에서 수행한 프로젝트를 구체화한 것이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W마에스트로 간담회] "기술 좋아도 실패위험… SW창업 지원 인프라·안전망 절실"
배성환 IITP 글로벌인재팀장


◇배성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스타트업 모두 어떤 전략으로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지 고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IITP 역시 창업 에너지를 가진 수료생을 어떻게 창업으로 이끌어낼 지를 고민하고 있다. 연수생들은 12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고 그중 11% 이상이 창업한다. 창업 에너지가 있는 수료생을 창업으로 이끌고, 창업 현장의 수료생들과 산업현장에서 느끼는 점을 나누면서 SW마에스트로의 울타리 안에서 협력했으면 한다.

◇주은광= 스타트업의 생존이 쉽지 않은데 이 정도 기업이 살아남아서 활동한다는 게 대단하다. 한국에서는 좋은 대학에 가서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기본값으로 여기는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인재 수준이 매우 높은데 유니콘 기업이 잘 안 나오는 것은 인프라의 문제인 거 같다. 실패를 해도 괜찮은 사회적인 안전망, 특히 자유롭게 도전해도 되는 안전망이 있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는 뜻이 맞는 엔지니어 두세 명이 재미있을 것 같은 제품을 만들어 보자고 마음 먹으면 온전히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그게 실리콘밸리를 만드는 가장 큰 힘이라고 본다.

스타트업을 하는 것은 SW나 제품을 잘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다. 제품만 좋아서는 안된다. 인사·재무관리, 영업, 펀딩 등 많은 리소스가 필요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인사, 재무, 영업 등에 쓸 수 있는 툴이 많고 인적·사회적 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다 보다 사업에 자신 있게 뛰어들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법인등록, 벤처인증, 절세방법 등 하나하나를 직접 공부해야 한다. 연구개발 할 시간에 주변의 다른 것을 신경 써야 하니 집중력이 분산된다.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SW마에스트로 사업을 통해 일부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김영호= SW마에스트로 연수생들은 연령이 다양하고 경험의 폭도 차이가 많다. 전체가 다 창업을 목표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스타트업은 창업 직후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고, 1년 후 생존 확률도 높지 않다. 자본이 많아도 어려운데 젊은 나이에는 자본금도, 인맥도 부족하니 어려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실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실패한 이들을 도와주는 게 첫번째일 것 같다. 또 SW마에스트로 수료생 중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롤모델 역할을 하도록 잘 다듬어진 모습과 고민, 역량을 전달해 주면 좋겠다. 창업 실패 시 지원방법을 만들고 잘 설명하면 용기가 생길 것이다. 창업 아이디어가 있는 이들도 각각 처한 환경이 다르다 보니 용기 내기가 쉽지 않다. 나의 경우 첫 사업에 실패한 후 그 경험을 토대로 두번째, 세번째 사업을 할 수 있었다. 안전하게 실패할 수 있는 바탕과 용기를 불러 넣어줬으면 좋겠다.

◇이태우= SW마에스트로 사업은 이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개발자 이력서를 하루 10장 정도 보는데 SW마에스트로 수료생은 프리패스로 뽑는다. 업계에서 이들의 도전정신과 실력을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 같다. 더 알리고 브랜드화하면 좋을 것 같다.

◇김수인= SW마에스트로의 장기 목표가 궁금하다. 수료생 100명에 대한 이상적인 진로 세팅을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하다. 그에 맞춰서 전체 커리큘럼을 만드는 게 필요한 것 같다. 리더급 인재는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문제를 잘 정의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문제를 푸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다. 기술만으로는 절대 성공하기 힘들고 수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SW 창업자를 대상으로 기술뿐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뽑고 관리하고 자금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움을 준다면 실패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더 배우고 싶다.

◇배성환= SW마에스트로 과거 10년을 보면서 미래 10년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 자체를 목표로 시작하는 연수생은 많지 않다. 실력을 검증 받고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 진로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 그 중 창업 에너지가 있는 이들은 불을 지피고 싶다. 10%보다는 더 많은 이들이 창업에 도전했으면 한다. 실패 우려도 있지만, 더 많은 연수생들이 도전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박준혁= 창업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관련 정보를 교류하는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 운영한 경험이 있다. 다른 사람이 창업자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창업에 관심 없는 이들에게 창업이란 선택지가 있음을 알리고, 창업을 원하는 이들은 도와주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아무리 환경과 기술력이 좋아도 실패 확률이 높고 과정이 순탄하지 않다. 그런데 대부분의 청년들은 창업이란 선택지가 있는지 잘 모른다. 관련 정보를 주고, 어떤 게 좋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 창업의 계기가, 어떤 부가가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보다 먼저 창업한 이들을 보며 멋있다는 생각이 컸다. 연수생들과 그런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 SW마에스트로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것은 기술 프로젝트를 이렇게 하면 된다는 경험이다. SW마에스트로 안에서도 지식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코스와 함께, 나 같은 경험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프로젝트 중심 코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창업지원도 많은 도움이 됐다.

◇김수인= SW마에스트로에서 멘토를 만나 실제 현업에서 어떻게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어떻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배웠다. 10년 전인데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큰 도움이 됐다. 사업 내에서 창업 트랙이 만들어지는 것도 좋겠다. 기술에만 집중하면 기능의 지옥에 빠진다. 기술 개발에만 매달리다 폐업하는 기업도 있다. 사람들에게 가치를 더 잘 전달하고 더 강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과정을 도와주고, 창업한 이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

◇김영호= 사업 과정에서 M&A를 경험했는데, 관련 조언을 받을 곳이 없었다. 회사를 매각한 후 다시 사오는 과정에서 큰 고통을 겪었다. 이같은 경험을 토대로 우리가 다른 기업을 인수하기도 하고 매각 시 윈윈 구조도 만들 수 있었다. 수료생들이 M&A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열려 있는 게 중요하다. SW기업이 국내에서 주식시장에 상장하거나 좋은 결과를 만들기 쉽지 않다. 펀더멘탈과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상장보다 적당한 M&A 기회가 있으면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본으로 두번째, 세번째 사업 기회를 만들 수도 있으니 그런 정보를 줬으면 좋겠다. 최근 국내 IT기업의 M&A가 활발하다. 우리도 지난해 4개 기업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2곳을 더 인수했다. M&A가 활성화되면 더 많은 이들이 창업에 도전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주은광= 한국은 창업기업에 대한 가치평가가 상대적으로 절하돼 있다. 그 부분이 안타깝고 아쉽다. M&A가 더 활발해져야 스타트업 생태계와 토양을 다질 수 있다고 본다. M&A를 힘들게 하는 구조적 문제를 정부가 풀어줄 필요가 있다. 인수 시도를 하다 아이디어만 가져가고 인수는 실패하는 경우도 봤다. 이러한 피해를 당해도 상대적으로 약자인 스타트업은 보호장치가 없다. 몇년간 소송을 할 여력도 없다.

글로벌화는 더 어려운 주제다. 가장 큰 문제는 영어 실력이다. SW 엔지니어에게 가장 중요한 언어는 C도 자바도 아니고 영어라고 생각한다. SW 기술은 빠르게 바뀌는데 많은 지식이 영어로 돼 있으니 그걸 따라잡으려면 영어를 이해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능력이 필수다. 마인드와 문화도 중요하다. 튀면 정 맞고 둥근 돌이 돼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져야 한다. 다른 문화와 다양성을 존중하고, 튀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문화가 돼야 한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규제다. 남들이 다 하는 사업으론 창업에 성공할 수 없다. 어떻게든 '니치'를 발견하고 남들이 안하는 영역을 찾아서 입지를 구축한 후 확장해야 하는데 국내에선 경직된 규제가 이를 힘들게 한다. 우버의 경우 미국에서 현행법 상 그레이 영역에서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었다. 한국에선 힘들었겠지만 그들은 운좋게 미국에서 시작해 사업을 확장했다. 공유경제라는 시장을 만들고 정부 정책이 입안되게 만들었다. 서비스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우리나라는 규제의 방향 자체가 달라 힘들다. 창업하는 이들도 멍청하지 않으니 아예 힘들어 보이는 도전은 하지 않는다. 규제의 압박 때문에 사고가 제한되는 아쉬움이 크다.

◇석제범= 사회적 안전망과 실패를 용인하고 지원하는 시스템, 도전문화와 인프라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각종 정부 프로그램이 있지만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SW마에스트로는 다른 정부 지원사업과의 차별성과 고유의 정체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장점을 확실하게 키우고 창업과 관련 선택지를 주는 식으로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 과기정통부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나 기관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SW마에스트로 연수생이나 수료생들에게 잘 연결해서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사진=이슬기기자 9904sul@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