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소설 속 인물들이 풀어낸 근대건축](http://contents.dt.co.kr/images/202012/2020120202102269061002[1].jpg "[논설실의 서가] 소설 속 인물들이 풀어낸 근대건축")
건축, 근대소설을 거닐다
김소연 지음 / 루아크 펴냄
근대 조선의 건축과 소설이 만난 책이다. 저자는 그 시절 사람들의 일상과 감상이 녹아있는 근대건축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고, 그래서 근대소설을 선택했다. 이태준의 '복덕방', 박태원의 '천변풍경'과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채만식의 '태평천하'와 '레디메이드 인생',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과 '피아노', 강경애의 '인간문제', 김사량의 '천마', 김유정의 '따라지', 이기영의 '고향' 등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불러내어 근대건축의 풍경화를 흥미롭게 그려냈다. 도시형 한옥, 문화주택, 부민관, 단성사와 우미관, 다방과 카페, 종로거리의 빌딩과 야시장, 선술집, 경성방송국, 신문사 사옥, 공장 등 다양한 공간이 여러 인물들과 얽혀 한 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완성한다.
책은 이태준의 '복덕방'에 나오는 서 참위(參尉·지금의 소위급)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서 참위는 대한제국 장교였다가 일제에 의해 군대가 해산되자 복덕방을 차려 먹고 사는 인물이다. 책에서 서 참위는 채만식의 '태평천하' 속 윤직원과 '레디메이드 인생'의 주인공 P, 박태원의 '천변풍경' 속 안성댁과 함께 도시형 한옥 등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또 이기영의 '고향' 속 인순이, 강경애의 '인간문제' 속 간난이는 당시의 제사공장, 방적공장 풍경을 그려나간다. 저자는 그 과정에서 원래 소설들을 재구성하고 각색해 건축과 시대를 읽어냈다.
이 책은 근대소설을 통한 '건축물 읽기'다. 당시의 건축물들은 당대 사람들의 삶을 통해 생생하고 자세하게 비춰진다. 저자는 역사적 사실인 건축물과 소설 속 인물을 버무려 '소설'같은 이야기를 멋있게 빚어냈다. 아직도 그 건축물들은 일부 남아있으며, 그때 그 사람들 역시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인력거꾼 김첨지는 택시운전사나 택배기사로, 영이와 순이는 무슨무슨 방의 도우미로 말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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