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불가피하지만, 정작 개편 논의는 멈춰선 상황이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개편안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용 등 '환경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체감도가 높은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정부 정책에 대한 반감이 거세질 것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어려움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한전은 당초 지난 25일 열린 11월 정기이사회에서 전기요금 개편안을 상정하지 못했다. 한전은 지난 6월 "올 하반기 중 전기요금 개편안에 대한 정부 승인을 받겠다"고 공시했지만, 사실상 연내 요금 개편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전기요금 개편안은 한전 이사회 의결 후 전기위원회 의결과 산업통상자원부 인가를 거쳐 시행되는데, 연내 개편을 위해서는 12월 이전에는 이사회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
한전은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주요 발전연료가격 변동 상황을 국내 전기요금에 연동시키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검토해왔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최근 "해외 대부분 국가에서 기후환경 요금을 별도 분리 부과해 투명성을 제고하고 있고, 연료비 변동요인을 전기요금에 주기적으로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미래지향적 전기요금 체계를 더 늦출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전기요금 고지서에 '환경비용' 항목을 신설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늘어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을 반영하는 내용도 추진해왔다. 이런 방향으로 전기요금 체계가 개편되면 한전은 연료비 상승 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전기요금으로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전의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최승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은 11월 정기이사회에 전기요금 개편안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연내 개편이 어려워진 것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제는 대통령 약속을 실행해야 할 핵심 참모들과 내각의 무능함"이라며 "이들에겐 우리 사회와 경제질서를 화석연료 시대에 묶어 놓고 있는 문제를 개혁할 의지도 추진력도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등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