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8명, 2019년 0.92명에 이어 올해 출산율은 이보다 더 낮아질 전망이다. 출산율은 갈수록 낮아지는데, 정작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은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4일을 기준으로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을 통해 민간 업체에 채용된 인원은 2만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또 '청년 일경험 지원' 사업을 통해서는 약 1만1000명이 채용됐다. 앞서 고용부가 제시한 사업별 목표치인 6만명과 5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초 저출산·고령화 극복을 위해 기획재정부 1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제2기 인구정책 TF'를 출범시켰다. 이후 8월에는 지금껏 출산율을 높이지 못한 양적 위주의 대책들과는 달리 인구 활용도를 높이는 식의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해당 사업들은 당시 고용부가 구직 중인 청년층을 돕기 위해 추진키로 한 정책으로, 올해 말까지 청년을 채용한 민간기업에 최대 80~180만원씩 6개월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실제로는 민간에서의 호응이 떨어진 탓에 저조한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고용부 내부에서조차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탓에 연말까지 계획된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예상이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민간 기업의 채용이 위축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채용이 계획대로 이뤄질지) 확답을 드리긴 어렵다"고 해명했다.
국회 입법이 필요한 과제는 더욱이 추진하기 쉽지 않다. 검찰개혁 등 사사건건 맞부딪히고 있는 여야 정치권 때문이다. 고용부는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향에서 가사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 등 근로자성 인정을 핵심으로 하는 가사근로자법을 4분기까지 제정키로 했지만, 이달 말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상정 여부는 안갯속이다. 다른 고용부 관계자는 "환노위 소위 안건으로 올라갈지 말지 여부는 불확정적인 상황"이라며 "국회 상황에 따라 (연내 처리 여부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처럼 정부가 실책을 거듭하는 사이 저출산 대책으로 편성된 예산은 올해 기준으로만 40조원에 달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수립된 이래 지난해까지 들어간 저출산 대책 예산만 184조4000억원이다. 올해 예산까지 합하면 225조원의 예산이 투입됐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출산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져 올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당장 전날 발표된 통계청 통계를 보면 3분기 합계출산율은 1분기(0.90명)와 2분기(0.84명)에 이어 1명 아래인 0.84명을 기록했다. 출산율이 1명 아래인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틀어 우리나라가 2년 연속 유일하다.
한편 이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안'을 공개했지만, 이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본계획은 △육아휴직 권리 보장 △남성 돌봄 주체 캠페인 △일·생활 균형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확산 △고용상 성차별·성희롱 피해구제 강화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 등 기존 정부가 발표했지만,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대책들 위주로 구성됐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