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美 포위망 뚫었다"… RCEP는 中 도전장](http://contents.dt.co.kr/images/202011/2020112602102369061001[1].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美 포위망 뚫었다\"… RCEP는 中 도전장")
일단 이번 협정을 주도한 중국의 평가를 살펴보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RCEP 서명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승리"라며 "흐린 날씨 속에서 광명과 희망을 찾게 했다"고 평가했다. '승리' '광명' '희망'이라는 세 단어는 중국 측의 흥분과 기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관영 CCTV 등 중국매체들도 이구동성으로 RCEP 서명을 찬양했다. 이번 서명이 중국이 국제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것에 버금가는 '큰 사건'으로 간주하는 중국 전문가들도 있다.
이같은 중국의 반응은 RCEP 협상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대항마'라는 측면에서 시작됐음을 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13년 3월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출범했을 때 중국 봉쇄로 비쳐지는 미국의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TPP였다. 오바마 정권이 추진한 TPP의 최대 특징은 환태평양 지역국가라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단 중국은 제외다. 중국은 그 포위망을 뚫을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사흘 만인 2017년 1월 23일 스스로 TPP에서 탈퇴한 것이다. 오바마 정권 시절 미국이 그토록 어렵게 깔아놓았던 중국 포위망은 이렇게 간단하게 찢겨졌다.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美 포위망 뚫었다"… RCEP는 中 도전장](http://contents.dt.co.kr/images/202011/2020112602102369061001[2].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美 포위망 뚫었다\"… RCEP는 中 도전장")
물론 바이든 정권이 출범하면 미국이 TPP에 복귀할 수는 있다. 그래서 바이든 정권이 탄생하기 직전 서둘러 RCEP 협정이 체결된 것이다. 여기엔 운도 따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RCEP 15개 가입국의 경제가 모두 곤두박질쳐 각국에겐 무역을 통한 경제회복이 시급한 과제가 된 터라, 무역을 늘리기에 안성맞춤인 RCEP를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밖에 중국의 노림수가 많다. 우선 한중일이 보다 밀접해진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사실상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한중일 3개국의 산업과 경제는 상호보완 관계이고 산업융합도도 높다. 자유무역권을 구축하면 서로 '윈윈'을 실현할 수 있다. 이렇게 3국이 경제적으로 가까워지게 되면 미국과 일본, 미국과 한국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여지가 다분하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피해 교역을 계속할 수 있는 항목도 많아진다.
또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RCEP 체결이 대만 경제에 주는 타격이다. 주변 모든 국가 혹은 지역 간 관세가 크게 낮아지는 것에 반해 대만만 고관세를 유지한다면 당연히 대만제품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 독립 지향의 민진당 정권에겐 큰 부담이 된다. 또한 '아시아 위안(元)' 실현까지 점쳐진다. 중국은 아시아권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시아 위안'을 형성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판 유로화다. 미국이 지배하는 달러 기축 세계를 언젠가는 뒤엎을 수 있는 것이다.
이번 RCEP 출범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또 하나의 기회다. 그렇다고 한국이 마냥 기뻐할 수도 없다. 한국은 TPP와 RCEP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미국과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는 한국에는 큰 과제다. 미중 갈등 사이에서 한국이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바이든 정권이 공식 출범하기 전에 기회는 살리되 변수에는 대응할 전략 마련을 끝내 놓아야 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