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함 칼럼] 국가균열과 대통령의 침묵

양승함 前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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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1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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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칼럼] 국가균열과 대통령의 침묵
양승함 前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권력투쟁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점입가경의 국가 균열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조국사태로 불거진 법무부와 검찰 간 긴장 관계는 추 장관이 취임하면서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하여 총장 측근 인사조치, 총장 가족 수사, 지휘 관계 법적 공방, 총장의 수사 지휘권 배제, 검사들의 항명 릴레이로 이어져 왔었다. 결국 국가의 법과 질서를 관장하는 국가기관이 처절하게 분열된 것이다.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을 길들이려는 법무장관과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여 검찰 본연의 임무를 지키려는 검찰총장 간 조직 장악을 위한 주도권 싸움이 여과 없이 노골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제 누구 하나가 쓰러져 상처를 받거나 누군가 개입해 중재하지 않으면 전혀 끝나지 않을 사생결단의 자존심 싸움이 되어 버렸다. 양자가 강한 개성의 소유자이어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이유도 있겠으나 그 끝은 엄청나게 큰 정치적 파장을 몰고 올 것이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개인 간이든, 조직 또는 세력 간이든 국가기관의 갈등상태를 관리 통제해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다. 자신이 임명한 사람들이 서로의 명분을 가지고 싸우면서 국가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국력을 소모하여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줄 것이 자명한데 대통령은 바라만 보고 있다. 설마 스포츠 경기에서 양측이 최선을 다해 싸우라는 주최자 또는 관중과 같은 입장은 아닐 것이다. 검찰 개혁이 정부의 정책이라면 그 방향과 이행에 있어서 조정 역할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면 그것을 해결해야 마땅한 것이다.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개혁하려는 정부의 정책은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기 위한 진영논리로 전용되면서 그 목표가 퇴색되었다. 사실 검찰 개혁의 지상과제는 검찰이 정부의 시녀 역할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추 장관의 대부분의 조치는 시종일관 집요하게 검찰총장을 식물화해 자신의 권위에 복종하게 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설득과 타협의 여지가 없이 법적 제도적 권한을 최대한 이용해 상대를 옥죄려 하는 모습이 냉정하다 못해 추하게까지 비춰진다. 조직의 권력을 제한하려면 당연히 조직의 반발을 예상하고 대처해야 하는데 결국 정치력 부족이다.

살아 있는 권력도 철저히 수사하라고 당부한 대통령의 선의는 무참히 짓밟혔다. 대통령을 배신한 사람은 대통령이 믿었던 사람들이다. 깨끗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던 사람, 정치 지도력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검찰 개혁을 물 건너가게 하고 있다. 월성 원전 조작 보고에 대한 검찰의 정부부처 압수수색에 대해 '검찰의 정치화' '정치 수사'라고 공격하는 여권 주장도 '국민 검찰'을 내세우며 법대로 하겠다는 검찰총장 앞에서는 옹색하다. 버티는 윤 총장이나 그를 해임시키지 못하는 대통령이나 상호 정치적 계산은 복잡하다. 정부의 검찰 개혁이 대통령을 기호지세(騎虎之勢)의 난국에 처하게 만들고 있다.

이 시점에서 대통령은 임명권자로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국가기관의 분열이 장기화할수록 국가의 법적 권위는 실추되고 법 질서가 무너져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갈등 당사자 양측을 모두 지체없이 해임하는 것이 정치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일 것이다. 윤 총장은 자신의 소신과 의지로 정치적 영웅이 이미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자의든 타의든 국가 기강을 혼란스럽게 한 공무원으로서의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

적폐 청산, 민주주의 심화를 위해서는 검찰이 정치권력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검찰 개혁이 검찰 길들이기에 집중된다면 이는 권위주의 독재의 잔재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검찰이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고 동시에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출 때 검찰의 법치주의 확립과 인권 보호 기능이 신장될 것이다. 민주적 통제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며 민주화 이후의 검찰 개혁은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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