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칼럼] `콘크리트 40대`에게 고함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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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호 칼럼] `콘크리트 40대`에게 고함
캐나다 노스밴쿠버 '카필라노 현수교 공원'에는 유명한 흔들다리가 있다.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처럼 좁고 기다란 다리를 건너려면 꽤 용기를 내야한다고 한다. 1970년대 이 다리 위에서 심리학자들이 재미난 실험을 했다. 우선 남성 실험자들에게 이 스릴 넘치는 다리를 건너가게 했다. 다리를 건너가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젊은 여성에게 설문조사를 받도록 했다. 설문을 마치면 여성 조사원은 남성 실험자에게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주면서 설문 결과에 대해 궁금하면 연락을 달라고 한다.

실험 결과는? 흔들다리를 건넌 남성의 절반 이상이 여성 조사원에게 연락을 취했다. 튼튼하고 안전한 다리 위를 건너간 남성은 다른 모든 것이 동일한 조건이었음에도 거의 아무도 여성 조사원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과 대비되게 말이다. 심리학자들이 밝혀낸 것은 남성 실험자들이 흔들다리를 건널 때 생긴 신체적 흥분 상태를 여성에 대한 사랑으로 연결지었다는 점이다. '썸' 탈 때는 롤러코스터를 같이 타라는 바람둥이들의 조언도 같은 맥락이다. 이것을 심리학적 용어로는 '카필라노 효과'라고 한다.

카필라노 효과는 뇌의 '패턴 완성' 매커니즘이 드러난 사례다. 뇌는 하나의 정보를 얻으면 이 정보를 일반화해서 저장한다고 한다. 추후 그 정보의 한 파편만 보고도 전체 정보를 도출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뇌는 현실과 착각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흔들다리 위에서의 두근거림을 이성을 보자 사랑의 두근거림으로 패턴을 완성시켜버리는 일도 생기는 것이다.

지금 40대에게 '민주'도 그렇게 패턴 완성시켜버린 존재가 아닐까 싶다. 그들이 20대일 때 '민주'는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바로 위 선배들인 80년대 학번들이 목숨 걸고 쟁취했기에 X세대랍시고 풍요를 즐기기 시작했지만 '부채의식'은 그렇게 그들의 뇌에 '민주'와 함께 새겨지게 되었다. 그들이 30대가 되자 광우병이 '민주'를 불러냈다. '민주'는 우리가 미 제국주의에 종속되는 걸 막기 위해서는 한미FTA가 저지되어야 하고, 그에 앞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결사 항전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코스트코에서 사온 미국산 꽃갈비살을 먹으며 돌아보니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것 같지만, 하나하나 세세하게 따지기는 싫다. 그저 뇌가 시키는 대로 '민주'에게는 언제나 미안함을 느껴야 했고, '민주'는 '선(善)'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40대가 되자 테블릿 PC가 '민주'를 불러냈다. 추운 겨울에 아이 손을 잡고 나가 바람에 흔들리기는 하지만 꺼지지 않는 촛불을 들고 '민주'를 그리워했다. '민주'를 만끽하면서도 '민주'를 그리워하는 것이 조금 이상하기는 했으나 하나하나 세세하게 따지기는 싫다. 그저 뇌가 시키는 대로 '민주'에게는 언제나 미안함을 느껴야 했고, '민주'는 '선'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모든 일은 '민주'의 이름으로 이뤄진다. 전 정권의 100배가 넘는 직권남용을 해도 민주적으로 586들의 민원을 들었던 것에 불과하고, 선거공작을 해도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다. 하물며 사모펀드도 민주적으로 자금 모집과 딜 소싱을 했을 것 같다. 전가의 보도, 검찰 개혁도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했으니.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월성원전 1호기 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 및 검찰 수사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며 "선을 넘지 마라"고 경고했다. 이 때 '민주'는 문 대통령과 패턴 완성되지만 가급적 깊이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저 '민주'의 오만방자함이 끝을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내년이면 90년대 학번들이 50세에 들어선다. 50이 되기 전에 '민주'와 '선'을 패턴 분리하는 게 어떨까 싶다. '민주'와 '선'을 패턴 분리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공복을 뽑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옆에서 '힘, 힘'거리고 있는 놈도 또 다른 보호색을 하고 있어 절망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감악산 흔들다리나 건너야겠다.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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