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동 정경부 금융팀장
![[DT현장] 코스콤의 `밀실 사장公募`](http://contents.dt.co.kr/images/202011/2020111702102269065001[1].jpg "[DT현장] 코스콤의 `밀실 사장公募`")
삼성전자 반도체의 초격차를 이끈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이 책에서 최악의 리더를 '미래를 망친 리더'라고 규정했다. 미래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막아버린 리더, 성장 잠재력을 가진 후계자나 부하를 키우지 않는 리더가 실패한 리더라고 했다. 또 '내 임기에 모든 것을 해치운다'는 태도 역시 실패한 리더의 매우 위험한 접근방식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코스콤은 국내 유일의 증권전산 전문기업이다. 2015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되고 2017년 출범 40주년을 맞아 그해 처음으로 내부 출신인 정지석 사장이 선임됐다. 정 사장은 내부 출신답게 지난해 본사 사옥을 매입했다. 코스콤은 출범 이후 계속 한국거래소 사옥에 세들어 살아왔기 때문에 사옥 구입은 구성원들의 오랜 바람이었다. 올해는 코스콤 설립 이후 처음으로 일반사무관리 회사인 HSBC펀드서비스도 인수했다. 코스콤 설립 43년만의 첫 기업 인수 사례이자, 증권금융 정보통신(IT) 서비스 외 이종 업무로의 첫 진출 사례였다. 코스콤 숙원 사업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그렇지만 정 사장을 실패한 리더라고 평가할 만한 요소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인사 전횡이다. 정 사장은 인사부장에 대한 관리소홀로 경고조치를 받은 경영본부장을 전무이사로 승진시켰다. 사적이익 도모로 중징계를 받은 경영지원본부장과 부서장을 되레 발탁하기도 했다. 인사부장의 인사고과 조작과 사적이익 도모는 조직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징계 전력이 있는 임직원을 사장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발탁한다면, 조직의 기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HSBC펀드서비스 인수도 논란거리다. 임기 만료를 불과 3개월 앞두고,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는 부실기업 인수를 결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HSBC펀드서비스는 영업수익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외국인 대주주를 위한 배당을 결정했고, 재간접 펀드에 편중된 기형적인 일반사무관리 회사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적자기업을 인수한 배경에 대해 내부 구성원의 동의조차 제대로 받지 않았다. 정 사장 취임 직후부터 미래를 위해 준비한 신사업(자산관리 IT)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정 사장은 코스콤 사장으로는 처음으로 이사회 내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임됐다. 사추위는 이사회 내 이사후보추천위원회 하부조직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사장 선임을 위한 기구다. 과거 코스콤 사장으로 관료 출신 낙하산이 선임된 전례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코스콤 사추위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사장 모집 공고문을 게재했다. 그런데 1차 모집 공고 마감 다음날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2차 모집 공고문을 올렸다. 이력서를 제출한 사장 후보자의 면면이나 경력 등 모든 절차가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다. 코스콤 내부 직원들의 여론 수렴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낙하산 척결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 들어 선임된 내부 출신 사장 스스로 비공개 밀실인사를 저지르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내리고 가장에 대한 평가는 자녀가 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조직의 상사나 보스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부하 직원들에 의해 내려진다고 했다. "그 때 그가 그런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먹고 살수 있게 되었다"라는 평가를 받는 리더가 진짜 훌륭한 리더인 것이다.
불공정한 인사로 내부 분열을 야기하고,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경영의사를 결정하는 리더는 실패한 리더에 가깝다. 더구나 조직의 미래를 이끌 리더를 뽑는 과정이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않다면 조직의 미래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코스콤 이사회는 사추위 구성과 사장 공개 모집의 취지를 살려 사장 선임 과정과 후보 명단을 공개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을 경우 추후 선임될 사장의 정당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고, 정 사장은 코스콤의 미래를 망친 리더로 기억될 수 있다.
김현동기자 citize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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