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ESG 경영, `G혁신`에서 출발하라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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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칼럼] ESG 경영, `G혁신`에서 출발하라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사람에 투자하라. 그들이 놀라운 일을 해낼 것이다. 특히 투자효과가 가장 높은 이들은 바로 기업 내부 직원이다."

기업경영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조언이다. 직원들이 자긍심과 소명의식을 갖지 못한 기업은 고객과 시장도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람'(People)은 최근 경영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한다. ESG는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고, 투명한 지배구조와 조직문화를 갖췄는지를 보는 비재무적인 요소다. 최대의 이윤과 효율을 지향해온 기업들은 최근 사회적 책임과 친환경이 강조되면서 ESG 경영이란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았다. 특히 세계적인 투자사들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투자 결정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하면서, 하면 좋은 덕목이 아니라 안 하면 강한 페널티가 주어지는 의무사항이 됐다.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를 받기도, 성장하기도 힘든 시대가 됐다. 기업들은 경영진 인사에도 ESG를 중요한 요소로 보기 시작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탄소발자국 줄이기,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친환경 인프라 투자 등 관련 계획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ESG 경영을 천명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이 석탄 관련 사업에서 철수하고, 금융 계열사들이 ESG 관련 투자를 늘리기로 하는 등 이재용 부회장 시대의 주요 경영 키워드로 ESG를 채택했다. SK그룹 역시 최태원 회장이 ESG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8개 계열사는 205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로 필요한 전력을 100% 조달하기로 했다.

글로벌 혁신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ESG 경영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애플은 미국 본사 건물인 애플파크를 100% 신재생 에너지 구조물로 설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탄소저감에서 한 발 나아가, 더 많은 탄소를 없애겠다는 '탄소 네거티브' 비전을 실천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국내 기업들이 친환경, 저탄소 정책을 주로 내놓는다면, ESG에 앞서가는 기업일수록 거버넌스 재설계와 사람에 공을 들인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은 고객, 직원, 주주, 협력사 등 회사를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정의를 바꾸고 있다. 최근 만난 한 해외 IT기업 국내 지사장은 회사에서 '직원'(Employee)이란 용어를 더 이상 쓰지 않고, 대신 '사람'(People)이란 단어를 쓴다고 말했다. 기업 내 위치와 관계 없이 모두가 존중 받으면서 공통의 목적을 지향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회사에서는 한국지사의 말단 직원도 글로벌 본사의 주식을 가지고, 투자자이자 주인으로서 회사를 바라보고 일한다.

WEF(세계경제포럼)는 지난 9월 내놓은 ESG 평가지표의 4가지 요소로 거버넌스, 지구, 번영과 함께 사람을 꼽았다. 훌륭한 기업은 좋은 거버넌스와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고, 모든 사람이 존엄과 평등을 보장받으면서 잠재력을 발휘하는 조직이란 것이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이 ESG 평가 중에 대체로 낮은 평가를 받는 영역이 바로 거버넌스라고 한다. 친환경 경영은 수치로 드러날 수 있지만 '사람 경영'은 측정이 힘들고, 돈을 들여도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다. 지름길이 없으니, 전체 구성원의 마인드와 문화를 바꿔가고 소통하는 끈기 있는 노력만이 길이다. 고객, 직원, 납품업체 등을 무시하는 기업은 결국 엄청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은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됐다.

최대주주나 경영자가 주요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기업은 스스로 리스크를 자초하게 된다. 스마트한 다수의 지혜를 모아 팀워크를 극대화하는 기업은 위대한 회사로 나아갈 수 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 천명한 '신경영'의 4가지 축, '인간중심, 기술중시, 자율경영, 사회공헌'이 ESG의 가치와 꼭 들어맞는다. 표현이 달라져도 결국 경영의 핵심은 사람이다. 좋은 기업은 직원이 안락하고 편안한 곳이 아니라, 회사의 비전과 가치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소명의식 하에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실천에 옮기는 곳이다. 우리 기업들이 ESG 경영의 철학을 제대로 세우고, 직원들과 함께 하는 발걸음을 시작하길 바란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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