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바이든 후폭풍` 대만, 어찌 하오리까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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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바이든 후폭풍` 대만, 어찌 하오리까
박영서 논설위원
대만의 국명은 '중화민국'이다. 대만이 아니다. 이 '중화민국'은 대만과는 사실 무관하다. 마오쩌둥(毛澤東)에 패한 장제스(將介石)가 1949년 본토에서 대만으로 가져온 체계다. 지금도 대만은 국명부터 헌법, 국기, 국가, 공용어, 군대에 이르기까지 외성인(外省人, 국공내전 후 대만으로 건너온 대륙인) 장제스가 가져온 체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게다가 장제스는 대만에서 반체제 내성인(內省人, 명·청 시기에 이주한 대륙인)들을 무차별 탄압하고 학살했다.

이런 점에서 중국과 거리를 두고 대만의 독자성과 다양한 가치관을 인정하려는, 독립지향적 차이잉원(蔡英文) 정권의 정책은 많은 대만인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조 바이든의 당선은 차이잉원 정권에 큰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만은 11월 3일 미 대통령 선거를 예의주시했다. 중국의 위협을 받고있는 상황에서 독립파(대만 분리주의자)를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많은 나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배타주의·배금주의가 심하고 여성을 멸시하며 거짓말을 밥먹듯 한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대만 독립파들은 트럼프를 원했다. 왜냐하면 트럼프만이 중국에 대해 분명하게 'NO'를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트럼프가 딱 버티고 있으면서 지난 4년간 미국과 대만의 관계는 전례없이 긴밀해졌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8월초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만 방문이다. 미국이 대만과 단교한 1979년 이래 최고위급 미국 관리의 방문이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의 무기 공여 요청도 들어주었다. 과거 수십년 동안 이어진 관행을 깨고 대만에 잇따라 첨단무기를 수출하고 있다. 이달 초 미 국무부는 공격용 무인기 'MQ-9 리퍼' 4대의 대만 판매를 승인했다. 약 6800억원 규모의 수출에 중국은 "불장난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고 맹비난했다. 미 정부는 지난달에도 두 차례 대만에 4조7000억원 상당의 첨단무기 수출을 승인한 바 있다.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바이든 후폭풍` 대만, 어찌 하오리까


대만도 트럼프에게 선물을 주었다. 지난 5월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 생산업체인 대만 TSMC는 미 애리조나주에 최신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TSMC의 경영진을 차이잉원 총통이 직접 설득했다고 한다. 8월에는 오랜 기간 현안이었던 미국산 돼지고기·쇠고기 수입규제도 풀었다. 중국의 패권주의와 인권침해에 대해 공공연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며 대만을 중시하는 자세를 이어갔던 트럼프 행정부와 치이잉원 정권의 궁합은 이처럼 잘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기행이나 품성은 대만에 있어선 큰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행인지 불행인지 대선은 바이든의 승리로 끝났다.

바이든은 지난 2000년 미 의회가 대만 안전보장 강화법을 심사했을때 강력히 반대한 전력이 있는 만큼 친(親)대만 인사는 아닌 것으로 분류된다. 이런 탓에 바이든의 승리는 차이잉원 정권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차이잉원 정권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를 틈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다. 법정 소송이 계속되고,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지 쉽게 결말이 나지 않는다면 미국은 극히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미국의 혼란이 계속되면 시진핑(習近平) 정권에게 기회의 창이 열릴지도 모른다. 워싱턴의 정치적 혼란을 이용해 베이징이 대만에 뭔가 싸움을 걸어올 공산이 커지는 것이다.

물론 중국의 전면 공격 가능성은 낮다. 위험성이 너무 높은 도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사적·경제적 심리적 압박으로 대만인들의 독립 의지를 무너뜨리는 '살라미 전술'을 쓸 것이다. 대만 방공식별구역 침범, 대만해협에서의 다양한 군사훈련 등 대만을 겁줄 수단은 다양하다. 이를 통해 시 주석은 자신의 정치적 구심력과 중국 공산당 지배의 정통성을 강화하는 국내 효과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미중 패권 다툼 속에서 트럼프는 대만을 활용해 중국을 자극해 왔다. 그 과정에서 대만은 혜택을 받아왔다. 그러나 트럼프란 '친구'가 사라지면서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차기 행정부가 대만 문제에서 좀 더 신중한 자세로 전환할 지, 아니면 더 많은 지원을 해줄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하나 있다. 언제까지 미국의 도움에 기댈 수는 없다는 점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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