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근 칼럼] 트럼프식 혼란과 시진핑식 퇴행

차상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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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 칼럼] 트럼프식 혼란과 시진핑식 퇴행
차상근 산업부장
딱 4년 전일이다. 2016년 11월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패배하자 전세계가 경악했다. 그도 그럴것이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NBC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은 선거운동기간 내내 힐러리 후보의 완승을 전파했다. 폴리티코 등 여론조사 회사들의 점괘도 마찬가지였다. 예상승률도 선거중반 65:35선에서 막바지 한때 84:15까지 힐러리의 승률이 치솟기도 했다. 전국민 득표수도 힐러리가 트럼프를 287만표 이상 앞섰다.

그런데 미국만의 독특한 대통령선거구조가 세상의 선지자들을 묵사발로 만들었다. 혼란은 시작에 불과했다. 트럼프의 저돌적 독선정치는 봇물처럼 쏟아졌다. 오바마케어 폐지논란, 멕시코 국경장벽같은 반이민정책 등 국내 정책은 그렇다치고 이란 핵협정 증단, 해외주둔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동맹관계 재설정, 대중국 통상압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 대외관계에서 이전과 다른 큰 변화를 몰고 왔다. 특히 보호무역주의, 미중무역분쟁, 화웨이 퇴출 등 자국중심의 통상정책 때문에 우리로서는 새로운 밸류체인을 준비해야 할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4년이 지나 미국 대선이 다시 치러졌다. 트럼피즘의 반작용이 극명했다. 1억명 이상이 사전투표하고 110년만에 최고투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이번 대선은 글로벌 이슈였고 그만큼 정상회귀 열망이 표출됐다. 미국은 안정적 성향의 바이든을 택하며 트럼프식 혼란을 종식했다. 4년간의 카오스였을 뿐이었다.

딱 8년전인 2012년 11월이었다.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공산당 총서기에 올랐다. 트럼프와는 달리 전세계는 그의 권좌 등극을 이미 확신했었다. 신중한 스타일의 합리적 온건노선자답게 권력이양은 순조로웠다. 5+5년 임기를 함께 할 중국 최고권부 공산당 상무위원회와 정치국의 구성도 다들 예상한, 알만한 사람들로 채웠다. 정권이 바뀌면 으레 하듯이 강력한 경기진작책도 나오고 반부패사정도 진행했다. 중국몽을 기치로 내걸었고 그의 집권 말기인 2021년 중산층사회(샤오캉사회)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신중국 건설 100주년인 2049년에는 미국을 뛰어넘는 사회주의 현대화국가가 되겠다는 그랜드플랜도 내놓았다.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에 비견되는 중국몽을 시진핑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 정의했다. 중국인의 자긍심은 한껏 부풀어올랐다.

예측 가능한 그의 행보는 여기까지였다. 남중국해 및 인도 분쟁격화, 양안관계 급냉, 미국과의 갈등심화 등 잘 지내던 주변국과의 첨예한 갈등이 꼬리를 물었다. 여기에 신장위구르와 티벳 소수민족 문제, 홍콩 사태 등은 당대 집권자의 정치적 가치지향을 넘어선 중원세력의 패권추구로 여겨졌다. 한발 더 나가 2014년 본격화한 일대일로사업은 시진핑의 중국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기폭제였다.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중동·아프리카·유럽을 육해공으로 잇는 인프라·무역·금융·문화 교류의 경제벨트라고 중국이 천명한 이 사업을 국제사회는 중화 패권주의의 시진핑식 발로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에서 초강대국으로 키우겠다는 '제조 2025'전략 또한 무차별 모방, 도용, 기업인수합병 등을 수반했고 중국 투자 외자기업이나 해외진출 중국기업에서 끊임없는 파열음을 야기했다. 이는 좌충우돌의 트럼프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고 결국 미중무역전쟁으로 연결됐다. 미국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돕고 중국이 글로벌스탠더드를 적극 수용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덩샤오핑 이후 후진타오 시기까지의 중국과는 달리 시진핑은 급팽창한 경제력을 배경삼아 국가자본주의체제를 자국 내에 안착시켰고 경제패권주의를 일대일로에 실어 전세계에 전파하려 했다. 시진핑의 중국은 퇴행의 길을 택해온 셈이다.

2018년 시진핑 지도부는 국가주석직 2연임(10년)을 제한하는 헌법 조항을 철폐했다. 그 스스로 장기집권의 길을 열기 위해 개혁개방 초기(1982년)만들어진 규정을 고쳤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퇴진, 앤트그룹의 상장중단 등에서 볼 수 있는 민영기업의 국유화 추세, 민퇴국진(民退國進) 또한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사례다.

일시적 혼란과 점진적 퇴행의 결과물은 다르다. 주변에 던지는 파장은 더욱 차이난다. 트럼프식 혼란은 민주주의 제도에 의해 조기 종식됐지만 시진핑식 퇴행의 길은 어떻게 될까. 그 파장은 어떨지 궁금하다.

차상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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