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트럼피즘은 과연 틀린 건가

이규화 논설실장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이규화 칼럼] 트럼피즘은 과연 틀린 건가
이규화 논설실장
트럼프캠프 유세는 극성 열기로 가득했는데, 바이든 쪽은 절간 같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은 중산층 이하 근로계층이다. 중서부 농업지대, 쇠락한 중북부 전통 제조업벨트 근로자 그리고 전국적으로 자영업과 중소기업 종사자들이다. 이들은 경제적 불만을 행동으로 표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바이든 지지층은 두 부류인데, 하나는 저소득 비백인층이고 다른 하나는 좌파성향의 상류기득권층이다. 한 부류는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 유세에 참여하지 못하고, 다른 부류는 점잔빼는 상류층이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유세가 영 다른 것이다.

중서부와 중북부 백인 근로서민계층은 동서 해안의 세계화를 내세운 산업 및 금융자본, 그와 연대한 워싱턴 고위관료, 주류언론, 지식인들에 대한 반감이 깊다. 특히 워싱턴 정치와 월가 글로벌리스트에 대한 반감은 상상외다. 그들은 50~70년대까지 어메리칸 드림의 표본이었다. 그러나 80·90년대 이후 세계화로 산업시설이 해외로 나가면서 그들의 본거지는 러스트 벨트(쇠락한 지역)로 변해버렸다. 그 초라한 모습을 뛰어난 문체로 그려낸 책이 바로 J.D.밴스의 '힐빌리의 노래'다. 밴스는 척박하고 낙후된 환경에서 자라며 자신이 겪은 러스트벨트의 실상을 미국민들에게 알렸다. '힐빌리'들은 워싱턴의 정치, 뉴욕의 돈, 실리콘밸리 빅테크의 탐욕이 자신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앗아갔다고 여겼다. 그들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선 이가 트럼프였다. 미국 건국기부터 대대로 내려온 미국 본류였지만 지금은 외곽으로 밀려난 이 사람들을 제 자리로 복귀시키겠다고 했다. 바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다.

트럼프의 정치는 이렇게 소외된 미국의 본류를 복원하는 데서 시작한다.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을 단순화 해 보면 국내적으로는 감세와 의료·교육·사회 어젠다에서 국가개입 최소화, 규제철폐,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온쇼어링, 그리고 자유시장의 회복이다. 국외적으로는 미국 이익을 지키는 통상과 무임승차 안보의 중단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튼우즈와 GATT체제, 이은 WTO(세계무역기구)까지 세계는 미국을 엔진으로 성장해왔다. 미국의 기술과 소비가 세계를 먹여 살렸다. 더 이상 미국만 뜯어 먹히는 무역은 안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미국우선주의고 보호무역주의다.

미국 근로서민계층은 지난 30년 동안 세계화로 배를 불린 계층이 월가 금융자본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들, 그리고 중국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들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워싱턴 기성 정치인들이었다. 주류언론은 그들을 응원하며 이득을 챙겼다. 국가보다 회사와 개인의 이익에만 골몰했다. 근로계층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트럼프가 이를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드디어 2018년 대(對)중국공산당 포위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동시에 그들과 공생해온 미국 좌파 상류층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다.

안보 역시 경제와 같은 창을 통해 봐야 한다. 세계 자유진영의 모든 방위비를 합쳐도 미국 방위비의 절반도 안 된다. 이건 무얼 의미하나. 세계 질서를 지키는데 미국이 그 만큼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트럼피즘은 이제 받은 만큼 당신들도 돈을 내라는 얘기다.

결국 트럼피즘은 '불공정거래를 바로잡자'는 주의다. 거친 언사로 비난을 자초하는 트럼프지만, 그 속을 들여다 봐야 한다. 그는 말끝마다 김정은과 좋은 관계라고 한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한국민은 별로 없다. 물론 2017년 그가 김정은을 향해 '분노와 화염'를 꺼낸 것에 도취돼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만큼 대북제재를 공고히 유지한 미국 대통령은 없었다. 그의 허풍은 고도의 전략이다. 트럼프가 되든 안 되든 구태와 부패에 도전한 트럼피즘의 여운은 오래갈 것이다. 트럼피즘이 한국인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능하고 부패한 기성 정치권을 그냥 두고선 결코 다수 국민의 부와 행복이 이룩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