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핵융합발전 머지않다

이동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핵물리응용연구부장

  •  
  • 입력: 2020-10-27 18:46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기고] 핵융합발전 머지않다
이동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핵물리응용연구부장
원자핵 속의 에너지를 발견하고 이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여 년 전의 일이다. 1905년 아인슈타인에 의해 '질량-에너지 등가원리'가 규명된 이후 1932년 채드윅이 중성자를 발견하고 핵반응 발생 가능성을 밝히면서 원자핵을 이용한 원자력 기술은 빠르게 발전해 왔다.

1942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페르미와 그의 동료는 시카고 대학 운동장 한 구석에서 핵분열 연료인 우라늄과 중성자 감속재인 흑연을 쌓아 만든 '시카고 파일'을 완성했다. 이 최초의 원자로는 많은 과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680초 동안 작동하며 우라늄을 이용한 연쇄 핵분열 반응과 제어 가능성을 실증했다. 원자력 발전의 시작점이 된 것이다.

9년 뒤인 1951년 미국 EBR-1 원자로가 최초로 전기를 생산했고, 1954년 구소련에서는 오브닌스크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 세계 최초로 전력망에 연결했다. 뒤이어 1956년 영국 콜더홀 원자력발전소와 1957년 미국 시핑포트 원자력발전소가 본격 가동됨으로써 비로소 상업용 발전이 시작되었다. 보통 1950년대까지의 원자력발전소는 1세대 원자로로 경제성 보다는 원자력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지 실증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이후 경제성과 신뢰성에 대한 요구에 맞춰 2세대 원자로가 개발되어 1960년대 후반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400기 이상의 상용 원자력발전소가 운영되었으며, 우리나라의 고리 1호기와 한국표준형원전도 이에 해당한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섬 사고 이후, 안전성과 경제성을 향상시킨 3세대 원자로가 개발되었고 현재는 전 세계 대부분의 원자력발전소에 사용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이렇게 숨가쁘고 눈부시게 약진해왔다.

원자핵 속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은 핵분열을 이용한 원자력 발전만이 아니다. 핵융합 반응을 에너지로 이용하려는 노력도 꾸준히 이어졌다. 핵분열은 원자핵이 중성자와 충돌해 쪼개지면서 에너지와 2~3개의 중성자를 방출하는 현상이다. 보통 우라늄 235을 사용하는데, 이때 방출되는 중성자를 다른 우라늄 235에 흡수시켜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이 높은 온도에서 충돌해 뭉치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런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플라즈마를 가두는 핵융합장치와 연료로 쓰일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필요하다. 태양이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쳐 에너지를 방출한다.

핵물질을 핵연료봉 내에 쉽게 가둘 수 있는 핵분열과는 달리, 핵융합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태양과 같이 뜨거운 온도를 유지하고 가두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의 부재로 1920년대 핵융합 발전의 가능성을 확인했음에도 아직까지 상용화 개발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7개국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서 핵융합 연소반응과 삼중수소 연료 생산에 대한 실증을 준비하고 있다. 2025년 첫 운전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으며 2035년 이후에는 300초 이상의 핵융합 연소플라즈마 연속운전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연소플라즈마 연속운전은 '시카고 파일'에서 성공한 핵분열 연쇄반응에 견줄 수 있는 실험이다. 원자력 발전도 최초 원자로에서의 연쇄 반응 성공 이후, 전기 생산을 실증한 1세대 원자로, 경제성과 신뢰성을 더한 2세대 원자로 보급, 안전성과 효율, 수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온 3세대 원자로 개발로 이어졌다. 핵융합 발전 분야에서 연소플라즈마 연속운전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이다.

지난 4월, 20대 국회에서는 국가핵융합연구소의 독립법인화 내용이 담긴 법안이 통과되었고, 국무회의를 거쳐 8월에 정식 공포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그동안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부설 기관이었던 국가핵융합연구소가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목표로, 오는 11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으로 새로 태어날 예정이다. 원자력 발전의 상용화 과정이 그랬듯이, ITER에서의 핵심 실험을 시작으로 전기 생산 실증, 핵융합로 개발과 보급 등의 긴 여정이 아직 남아 있다. 큰 한걸음을 내딛고 있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시작을 응원하며, 핵융합에너지가 상용화되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