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라임·옵티머스`에 떠도는 `바다이야기` 망령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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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칼럼] `라임·옵티머스`에 떠도는 `바다이야기` 망령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역대 정권을 돌아보면 한 시대를 마감하거나, 불행한 결말을 예고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승만 정권 시대는 4·19 학생혁명으로 막을 내렸고, 박정희의 유신정권은 10·26사태의 총탄에 쓰러졌다. 김영삼 정부도 정권 말기에 닥친 IMF 외환위기로 끝이 좋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불행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참여정부로 불리는 노무현 정권 불행의 시작은 사행성 성인오락물 '바다이야기' 사태였다. 정권 말기를 1년여 앞둔 2006년 7월 터진 바다이야기는 박연차 게이트와 함께 참여정부의 도덕성과 정체성을 뿌리째 뒤흔든 핵폭탄급 사건이었다. 정치권에선 여야를 불문하고 바다이야기에 얽히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당시 노 대통령의 조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등 정권의 '핵심 실세'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바다이야기 사태는 나라 전체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수많은 서민들이 게임중독에 빠져 가산을 탕진했고, 자살하는 사람도 수두룩했다.

참여정부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 사기극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터진 건 우연일까. 물론 본질적 형태와 성격만 놓고 보면 두 사건은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진행상황을 뜯어보면 두 사건이 묘하게 닮았다. 청와대와 정치권 실세들이 사건 연루자로 거명되는 등 '권력형 비리'의 썩은 냄새가 진동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조직폭력배 연루설이 등장하는 점도 똑같다. 실제로 보수 야권에선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제2의 바다이야기로 보기도 한다.

바다이야기는 국회의원, 보좌관, 공무원, 상품권 업자와 게임업자, 조직폭력배 등 153명 사법처리와 1377억원 범죄수익 환수조치로 마무리됐다. 한명숙 당시 국무총리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노 대통령이 특별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마음으로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검찰 수사는 용두사미(龍頭蛇尾)였다. 정치권에선 불구속기소 처분을 받은 모 국회의원을 빼면 모두 사법의 칼날을 비껴갔다. 아직 실체적 진실 규명이 안 된 미제 사건이나 다름 없다. 서민층을 털어 조성된 9조 원의 자금은 지금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문 정권에 있어 사모펀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이나 다름 없다. 문제가 된 사모펀드는 라임·옵티머스 외에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코링크PE 등이 있다. 특이한 점은 이들 펀드에는 항상 현 정부와 여당의 실세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들 펀드는 금융계에서 '조국 펀드' '장하성 동생 펀드' '유시민 펀드' 등으로 불린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코링크PE의 경우 조 장관 부부의 이름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코스닥 상장사 무자본 인수합병(M&A)과 주가조작 시도 혐의로 지난 6월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부터 환매가 중단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문 정부의 초기 경제정책을 총괄했던 장하성 주중 대사의 동생 장하원 씨가 대표다. 그래서 이 펀드가 금융계에선 '장하성 동생 펀드'로 불렸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특검이나 특별수사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한다.

거대 여당이 지배하는 현 정치상황에선 이 사건이 바다이야기 전철을 밟아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장악한 검찰을 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찰인사를 통해 쳐놓은 인의 장막을 뚫고 사건의 진실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추 장관은 사건 수사보다는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정치적 공방에 더 힘을 쏟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따지고 보면 사모펀드 사태도 의혹만 남긴 채 진실 규명을 기다리고 있는 문 정부의 수많은 미제 사건 속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비롯해 '조국 사태' '박원순·윤미향 사건' 등도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져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바다이야기는 수사 종결됐지만 지금도 그 상처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 중소기업인은 정치권 연루 의혹에 혹독한 검찰 수사를 받고 옥살이까지 하고 풀려났지만 지금도 수면제 없인 잠들지 못한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라임·옵티머스 수사가 '제2의 바다이야기'가 돼선 안되는 이유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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