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김영용 칼럼] 대한민국, 과연 국가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010/2020102702102269061001[1].jpg "[김영용 칼럼] 대한민국, 과연 국가인가")
물론 현대의 인간들이 국가 이전의 자연 상태를 경험한 바는 없지만, 국가 기원론은 국가와 국가의 기능을 수행하는 정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출발점을 제공한다. 그런데 국가는 정부에 의해, 정부는 정권에 의해 구체화되므로 국가와 정부에 대한 논의는 곧 정권에 대한 논의가 된다.
이제 질문은 한국이 국가인가라는 것이다. 즉 한국이라는 국가와 그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고 있는가이다. 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것이 국방인데, 한국의 안보에 군사적으로 가장 위협적인 집단은 북한이다. 그런데 이 정권은 그런 북한에 아주 우호적이다. 반면에 한국 안보의 핵심 기둥인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냉소적이다. 한국의 안보를 북의 처분에 맡기는 형국에 이르렀으니 국민의 안녕이 심히 위태롭게 되었다.
경제는 어떠한가? 잘 나가는 한국 경제를 뿌리째 흔들어 부실화하는 것이 이 정권이 하는 일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해괴한 논리와 대기업 때리기로 성장을 가로막고, 주거 안정성을 위한다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부동산 정책으로 주거 불안정성만 높이고 있다. 복지의 본질과 결과를 아는지 모르는지, 어쭙잖은 인간애를 앞세우며 정부 재정만 파탄내고 있다. 국가 빚을 가파르게 늘리고 세금을 다락같이 올리고 있다. 이 외에도 안보 동맹을 해치는 외교, 도덕 규칙과 법 규율 문란의 사회 등 한국은 건강하고 품위 있는 국가에서 한참 멀어져 가고 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보면 현 정권은 국가의 책무를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뚜렷해진다. 오직 집권을 위한 권력 다툼에서 이기는 일에 몰두할 뿐이다. "나의 집권이냐, 너의 집권이냐"가 문제될 뿐이다. 국가의 책무는 사라지고 없다. 그래서 지금의 한국은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이와 같이 국가를 어지럽히고 나락으로 이끄는 것은 자신들만이 인간 세상에 대해 진리와 개명된 지식의 보유자라고 생각하는 편견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적폐의 산물로서 청산의 대상일 뿐, 그들의 목소리는 완전히 무시한다. 목적을 위해서는 어떠한 대가도 치를 것이라는 결기를 보인다. 물론 그런 치기어린 결기로 원하는 세상이 만들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이치와 판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역사적 경험과 각 분야의 학문으로부터 인간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조심스럽게 배울 수 있다. 평화는 힘의 우위나 균형이 아니면 얻을 수 없다는 사실, 인간의 이기적 속성을 도외시하고 몽환적 이상을 추구하는 모든 계획은 곧바로 실패한다는 사실, 서로 다른 선호와 목적과 이를 위한 공통 및 다른 수단을 활용하는 인간에 대해서는 넓은 의미의 보편성을 말할 수 있을 뿐 구체적이며 획일적 묘사는 할 수 없다는 사실 등이다.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잘못된 외눈박이 지식에 빠진 개인이나 집단이 정치권력을 쥐면 세상을 어지럽히고 인간성을 짓밟는 만행을 일삼게 된다.
대중에게 평등한 정치적 기회를 제공하는 민주정은 대중이 분에 넘치는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는 순간부터 덕성을 잃고 타락하기 시작한다. 이때를 틈 타 국가를 자신들의 실험 대상 정도로 여기는 정권이 물 만난 고기떼처럼 판을 친다. 그래서 역사에 필연의 법칙은 없지만, 민주정도 몰락의 운명을 등판에 숙명처럼 짊어지고 다니는 지 모른다.
인간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배우고도 다시 반복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언젠가 깨달음이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마저 버린다면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너무나 우울할 것이다. 지금은 인내하며 대한민국이 '국가'로 돌아오기를 고대할 뿐이지만, 그 너머의 참상과 자구책도 미리 생각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