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 자식 빼고 다 바꿔라"
품질·디자인·마하경영 진두지휘
'삼성' 세계 최고 브랜드로 우뚝
이재용 총수시대 지배구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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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세계 최고 브랜드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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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 (1942-2020)
한국 경제 발전을 견인했던 재계의 큰 별이 졌다.
삼성을 세계 1위 기업으로 키워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새벽 3시59분 경 서울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부인 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부회장 등 가족들은 전날 이건희 회장이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았으며 함께 고인의 임종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이날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알리며, "간소하게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으며,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고 전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차려졌으며 28일 오전 발인한다. 장지는 부친인 이병철 회장과 모친 박두을 여사가 묻혀 있는 용인 선영으로 알려졌다. 유언장을 남겼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고인은 2014년 5월 10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병원에서 심폐소생술(CPR)까지 받고 소생해 치료를 이어왔다. 이후 자가호흡을 하며 재활치료를 받아왔으나 끝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자가호흡이 돌아온 뒤부터 최근까지 산소호흡기 등 기계장치 없이 지내왔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고인은 지난 1993년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신경영'으로 한국의 삼성을 세계의 삼성으로 바꿨다.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 별세 이후 1987년 제 2대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한 지 6년만의 일이었다. 삼성은 이후 품질경영, 질경영, 디자인경영 등에서 '시그마 혁신'에 성공한다. 그 결과 1987년 시가총액 1조원이던 삼성은 2018년 기준 396조원 수준 성장했다. 한국의 브랜드였던 삼성은 세계의 브랜드가 됐다.
2006년 글로벌 TV시장에서 일본 소니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애플을 따라잡고 스마트폰시장 1위를 달성했다. 메모리 반도체를 포함해 20여개 품목의 글로벌 1위에 삼성의 이름을 올렸다.
특히 반도체와 휴대전화 사업의 세계 1위 달성은 이 회장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힌다. 주변의 반대에도 이 회장은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지금의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를 만들어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지난 2018년 3분기 전체 영업이익 17조5700억원 가운데 78%인 13조6500억원을 책임지는 등 명실상부한 주력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회장은 또 1996년 IOC 위원 선출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주도하는 등 한국 스포츠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도 이바지했다.
고인은 1942년 1월 9일 대구에서 이병철 회장과 박두을 여사의 3남 5녀 중 일곱번째이자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일찌기 경남 의령 친가로 보내져 할머니 손에서 자라다 1947년 상경해 학교를 다녔고, 1953년 일본 유학을 떠났다. 일본 와세다대학 상학부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1966년 서울대 응용미술과에 재학 중이던 홍라희 여사와 만나 이듬해 결혼했다. 1970년대 이 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누비며 하이테크 산업 진출을 모색했고 1978년 삼성물산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그룹 후계자로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CNN은 이날 "이 회장은 삼성을 국내 기업에서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이자 산업 강자로 탈바꿈시킨 진정한 선지자였다"고 평가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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