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학길 칼럼] 美中갈등 속 한국경제 진로는?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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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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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학길 칼럼] 美中갈등 속 한국경제 진로는?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202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폴 밀그롬 교수와 로버트 윌슨 교수가 선정되었다. 노벨상위원회는 "밀그롬과 윌슨은 경매이론을 개선했고 새 경매형태를 발명해 전세계 매도자와 매수자,납세자에게 혜택을 주었다"고 선정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같은 경매이론은 정부의 주파수 매각이나 일반적 미시경매 (미술품, 중고차 및 옥션 거래에 취급되는 상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국가간의 정책결정에도 적용될 수 있다. 국제경제학에서 다루는 '보호무역의 정치경제학'이 대표적인 경제학적 사례가 된다. 미국의 NAFTA (북미무역자유협정)결성,영국의 EU(유럽연합)탈퇴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다만 순수경매이론에서는 선택가능한 행위와 그 결과 얻을 수 있는 보상행렬(pay-off matrix)이 분명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보호무역의 정치경제학'의 경우에는 보상을 장단기에 걸쳐 명확히 구분하여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늘의 한국경제를 둘러싼 최대 현안은 무엇일까? 그것은 코로나 위기극복도 아니고 부동산 문제도 아니다. 안보적으로 북한의 핵문제에 버금가는 문제로 한국경제가 첨예화되고 영속화되고 있는 미중 갈등으로 '게임이론적인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다.

고전적인 게임이론을 적용하여 한국은 국제 정치·안보면에서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 나라와 동맹관계를 가질 수 있고, 국제경제 정책면에서도 미국과 중국 중 한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경제동맹관계를 택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한국은 이미 한미방위조약으로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체결하고 있고 한미간의 FTA 도 체결된 상태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은 국제 정치·안보와 국제경제면에서 이미 선택을 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선택은 미국과의 한미방위조약과 FTA 파기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를 고려해야한다. 첫째는 우리가 미국과의 한미방위조약과 FTA를 파기할 수 있는 자주국방, 자족경제의 기반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둘째는 그 결과 중국과의 안보방위동맹이나 FTA가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가의 문제이다. 이와 같은 두 문제에 대한 명백한 답안은 둘다 부정적인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문제는 국제정치와 안보정책이 국제경제의 정치적 측면과 분리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국제 정치경제'(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의 현실상으로는 안보문제와 경제문제는 대칭적인 선택가능 정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령 우리나라가 안보상으로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경제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강화를 해가는 것이 지속가능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오늘의 국제정치경제를 지배하는 현실은 항상 안보문제가 경제문제를 지배해왔다는 사실이다.

현 정부는 지금까지 한국의 국제 정치·경제 현실을 외면한 채 '바라고 싶은 미래'(wishful future)에 매달려왔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중간자적 역할,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간자적 역할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게임이론적인 국제 정치·경제의 현실은 중간자에게 주는 보상(pay-off)은 아예 설정되지도 않고 있다. 오히려 잘못된 선택이 가져다 줄 엄청난 규모의 '마이너스 보상'(negative pay-off)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국제 정치·안보정책과 국제경제정책은 무엇일까? 결론은 국제 정치·안보의 현실에 근거한 정책결정이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 국제경제적인 정책 결정은 국제 정치·안보상의 정책결정에 종속적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항상 경제적인 이해관계는 국제 정치·안보의 질곡에서 벗어나서 이루어지는 '제2의 길'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냉전하에서도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무역거래를 했고, 현재의 북한이 UN 경제제재하에서도 밀수 등으로 버텨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과의 안보방위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는 것이 제4차 산업혁명에 진입하는 세계경제에 더 큰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전략이다. 어느 정도의 중국과의 경제마찰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주로 중국측의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해결될 것이다. 현 정부는 사드사태로부터 얻은 교훈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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