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송전철탑을 오르는 암벽등반가

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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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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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송전철탑을 오르는 암벽등반가
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도로, 통신, 전기시설 등 사회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고 자부하던 일본도 유난히 자연재해가 많았던 작년과 올해에는 복구작업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국민들로부터 실망과 불안감을 안겨주는 일이 잦았다. 특히 작년 태풍 19호의 영향으로 지바(千葉)현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전선이 끊어져 복구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도했는데, 송전선 공사를 맡고 있는 지방의 한 업체가 실내암벽시설을 인수해 화제다.

창업 50년 된 도야마(富山)현의 전기공사업체인 히라노전업이 올 초 클라이머들이 제대로 된 훈련을 하고있던 대형전문센터를 돌연 매입한 것이다. 송전선 건설공사, 즉 철탑을 세우고 전선을 설치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이 회사가 전혀 무관해 보이는 전문클라이밍 센터를 매입한 이유는 인력부족에 있었다.

전선 설치하는 일이 주로 높은 곳에 사람이 직접 올라가야만 하는 극한직업중의 하나라 그런지 좀처럼 지원자가 없어 최근 5년 동안 거의 채용이 전무했고 특히 젊은 세대의 작업자가 사라지고 현직 작업자의 연령대가 높아져 매우 곤란하던 차에 '올라간다'라는 공통점을 지닌 클라이밍센터가 매물로 나오자 전격 매입하고 이 곳을 새로운 채용거점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이 회사는 철탑에 오르는 일이 주된 일인데 직각의 암벽을 빠른 시간 내에 올라가는 스포츠인 클라이밍 종목과 일맥상통할 것 같다는 기발한 발상을 기반으로 이 센터를 전격 매입하고 8000만엔(약 9억5000만원)을 들여 최신 트렌드에 맞춰 보수하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곳에 와서 훈련하고 즐기는 암벽타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리쿠르팅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클라이밍센터 운영을 시작한지 불과 5개월 만에 지난 5년 동안 구하지 못했던 정식직원을 2명 채용하는데 성공했다.

국내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본의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들의 상황과 미래는 축구, 야구, 골프 같은 대형 메이저 스포츠 종목과 비교해 볼 때 매우 열악할 수 밖에 없다.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송전철탑을 오르는 암벽등반가


물론 스타 선수들은 기업 스폰서도 받으며 국제무대에서 맹활약하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학생 시절에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로 열심히 활약하다가 졸업하게 되면 일부는 클라이밍 체육관에서 코치일을 하면서 일과 경기를 병행해 나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마저 은퇴하게 되면 이와 무관한 분야로 진출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히라노전업의 이번 클라이밍센터 채용거점 프로젝트가 스포츠클라이밍 분야의 열악한 상황과 고민은 물론 이 회사의 5년에 걸친 구인 숙원사업을 한 방에 해결한 것이다. 특히 이번에 인수한 '사쿠라가이케 클라이밍 센터'는 19세 이하의 전국 대회 결승전 장소로서 클라이머들에게는 이른바 야구의 고시엔 같은 '성지'로 통하는 곳이다. 이 센터의 주인회사가 직접 이 곳에서 정직원 채용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고 향후에는 국제대회까지 유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그동안 입찰공사 10건 중 2건이 인력부족으로 수주를 못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져 2년내에 1.5배 이상 매출증대도 기대하고 있다.

혁신적 발상으로 스포츠클라이밍에 몸담고 있는 많은 선수들에게 일과 연습장이라는 두 가지 행복을 안겨주고 더불어 회사도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이 경우는 자신이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는 '덕업일치'를 넘어 '업업일치'의 극치를 보여준 좋은 사례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사람의 일자리가 컴퓨터와 기계로 대체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히라노전업의 사례는 우리에게 신선한 희망과 재미까지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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