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왜 거기서 나와"

심화영 산업부 유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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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왜 거기서 나와"
심화영 산업부 유통팀장
#지난 5일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을(乙)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의 '홈플러스 입점 중소상인 상생협력' 행사가 열렸다. 이날 홈플러스와 민주당은 이낙연 당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기념 촬영하는 사진을 배포했다. 홈플러스가 입점업주 600여명의 임차료 부담을 연말까지 덜어주기로 한 민간영역 계약에 대해 민주당이 나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셈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유통업계의 속내는 어땠을까.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의 그간 사정을 들어보자. 홈플러스는 최근 경기 안산점 매각에 나섰으나 지난달 안산시의회와 홈플러스노조, 시민단체 등이 함께 홈플러스 매각을 금지하는 도시개발조례를 개정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자산 매각을 진행 중인 홈플러스는 매장을 풀필먼트센터로 전환하는 작업도 진행해왔다. 그러나 물류센터가 민주당이 추진 중인 유통산업발전법의 대상이 될 경우 새벽배송이 불가능해 이마저도 어렵게 된 처지다.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배달노동자를 다루는 국정감사에 황학수 교촌에프앤비 대표를 증인으로 불렀다. 업계에선 "교촌이 칭찬받으려고 국감에 나간다"는 말이 사전부터 돌았다. 이 자리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촌의 산재보험 가입률이 타 경쟁사들에 비해 높아 그 점에 대해서 칭찬한다"고 말했다. 배달 노동자의 문제를 다루는 국정감사에서 교촌치킨을 왜 부른 것일까. 교촌치킨은 본사에서 직고용하고 관리하는 라이더가 없다.

올 국감 기간 동안만 택배 노동자 4명이 사망했다. 결국 환노위는 e커머스업체인 쿠팡 물류자회사 임원을 증인으로 오는 26일 부른다. 잇단 과로사 의문에 택배사 대표는 한 명도 부르지 못했다. 유통업계는 전방위로 강화되는 당정의 규제에 '저희는 그냥 조용히 참을 뿐'이란 답변이다. 민주당은 유통업계의 행사에서, 국감에서 자신들의 정책 어젠다인 '상생 이슈'를 기업을 통해 실천하고 있는 그럴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유통업계는 이제 정부 규제 대응은 물론 정부 동원에 대해선 거의 포기 상태다. 당장 정부는 내달 1일부터 2주간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앞서 소비쿠폰을 다시 뿌린다. 유통가가 가장 먼저 반겨야 하지만 상하반기 연속된 정부 주도 행사에 부담과 피로한 모습이 엿보인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여전히 정부 주도 색채가 강해 대형 유통업계는 행사 참여에 대한 의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정부 주도로 상반기 '대한민국 동행세일' 행사를 진행해 연이은 세일 행사에 소비자도 별 감흥이 없는 상태다.

현재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절 등에 발맞춰 자체적인 행사가 유통플랫폼별로 한창이다. 거기에 막대한 세금을 들여 정부주도 행사를 얹는 게 내수진작 능사는 아닐 것이다. 이 행사에는 세금 1684억원을 들여 국민 1800만명에게 무료쿠폰이 지급된다. 현금성 세금 살포에 국민은 세금 걷어갈 걱정이 앞선다. 정부는 돈 뿌려서 잠시 배고픔을 달래주는 거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느냐는 말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상반기 동행세일도 했고, 지금 백화점 정기 가을 세일도 진행 중인데 다음달 또 얼마나 할인 폭을 더 확대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코로나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살려야 하는데 코로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니 당정은 내수진작의 절호 시기를 세금을 뿌려서라도 잡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을 펼 때는 효과는 크지 않은데, 방역 긴장감만 늦추는 게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계속되는 당정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 인해 온 나라가 여기저기서 신음하고 있다.

당장 전셋집을 못 구해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라면, 당장 취업을 못해 실업자라면 당장 무엇이 급하겠는가. 정책을 펼 때는 산업의 구조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직매입 판매하는 구조인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와 달리, 우리나라 유통플랫폼은 제조사에서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코로나 특수를 누린다는 식품업계마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수요는 늘었어도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판로는 막혀 있다.

유통업계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산업군이다. 자영업자는 물론 오프라인유통은 가게마다 손님은 눈에 띄게 줄었다. 당정은 진정한 유통업계 기 살리기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소비심리가 살아날지 깊이 고민할 때다. 당정이 등장할 때마다 또 무슨 혼란이 닥칠까 놀라는 국민과 기업은 지쳐간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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