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공개, 부작용만 키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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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공개, 부작용만 키울 수 있어"
고학수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알고리즘과 관련해) 다양한 개념이 혼재된 상황을 고려하면, 획일적인 기준을 마련해 규제를 강제하는 형태는 부작용만 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학수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는 지난 19일 진행된 디지털타임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을 상대로 알고리즘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이어 고 학회장은 "알고리즘 공정성의 개념은 단순히 수치 한둘을 비교해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통계적 분석을 전제로 한 실체적인 측면은 물론 그에 못지 않게 절차나 전체 프로세스에 관한 측면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알고리즘은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만큼 공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 학회장은 "알고리즘은 많은 경우에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개를 요구하기 어렵다"면서 "또한 몇 년 또는 그 이상 알고리즘을 만들고 수정해 온 기업들의 알고리즘은 매울 길고 복잡한 것이 일반적이어서, 그런 경우에는 일반적인 문서를 읽어내듯 알고리즘을 '읽는다'는 개념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검색 알고리즘이 공개됐을 경우 이를 악용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 학회장은 "알고리즘에 대한 게이밍(gaming) 또는 어뷰징(abusing)이라 불리는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정치인은 자신에 관한 기사가 인터넷에 최대한 많이 노출되기를 원할 텐데, 알고리즘이 공개된다면 여러 정치인이 이를 이용해 뉴스 자체의 가치와는 무관하게 어떻게든 포털 뉴스 사이트에 자주 노출되기 위한 방법이 어떤 것일지 모색할 것이라, 그로부터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부작용이 커지면, 뉴스로서의 가치가 큰 기사는 오히려 노출이 줄어들게 되고, 그러면서 인터넷 뉴스 생태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알고리즘이 공개된다고 해도 시점을 어디로 할 것인지, 추가적인 데이터의 공개 등의 산적한 숙제도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그는 "알고리즘은 실제로 데이터 입력값을 통해 결과 값을 확인해 봐야 그 작동방식에 대한 파악이나 확인이 가능한 경우도 많아, 그런 경우라면 알고리즘은 물론 데이터도 공개되어야 할 것이라서 추가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알고리즘은 한 번 마련된 뒤 오랫동안 계속해서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업데이트되고 변화한다"면서 "주요 IT 기업들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알고리즘을 업데이트 하기도 한다"면서 "그런 경우에는 어떤 시점의 어떤 알고리즘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지 특정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알고리즘 공정성 논란과 관련해 "국내는 물론 해외 학계에서도 이제 연구가 시작된 초기 단계"라면서 "해외의 연구를 참조하되 국내 상황에 맞는 공정성 개념을 정립하기 위한 매우 진지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에 앞서 개념과 절차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연구성과 및 사회적 논의의 축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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