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검찰이) '검찰개혁'에 단 한 번이라도 진심이었으면 하고 바랐으나 기대와 믿음이 무너졌다"며 "대검이 국민을 기망했다"고 검찰에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앞서 지난 20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라임·옵티머스 사태 수사에서 배제하는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행사한데 이어 검찰을 향해 직접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 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추 장관은 이날 자신의 SNS에 "죄수를 검사실로 불러 회유와 압박으로 별건 수사를 만들어내고 수사상황을 언론에 유출하고 피의사실을 공표해 재판을 받기도 전에 유죄를 만들어 온 것이 부당한 수사 관행이었다며 대검은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했다"며 "6월 12일 수용자의 불필요한 반복소환 등 실태점검을 하기로 약속했고, 19일 법무부와 대검은 공동으로 '인권수사제도개선 TF'를 발족했다. 그리고 지난 9월 21일 수용자를 별건 수사목적으로 반복소환하는데 일정한 제약을 가하고 범죄정보수집목적으로 소환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발표까지 마쳤다"고 그간 검찰개혁 과정을 설명했다. 추 장관은 그러나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검찰수사에서 검찰개혁의 약속이 깨졌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김 전 회장이 구속된 4월 23일 이후 석 달 사이에 무려 66회나 불러서 여권 정치인에 대해 캐묻고 회유하는 조사를 반복했다고 한다. 여권정치인들에 대한 피의사실도 언론을 통해 마구 흘러나온 반면 야권 정치인과 검사들에 대한 향응제공 진술이 있었으나 지검장은 총장에게 대면보고에 그쳤고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했다"며 "부당한 수사관행을 근절하겠다고 한 순간에도 수용자를 이용해 열심히 범죄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검찰)지휘 감독자인 장관으로서 작금의 사태에 국민께 참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검찰총장은 '중상모략'이라고 화부터 내기 전에 알았던 몰랐던 지휘관으로서 성찰과 사과를 먼저 말했어야 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저격하자 윤 총장을 대신해 야당이 반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 정권 사람들을 적폐 세력으로 몰아 윤 총장을 앞세워 처벌을 하고, 그게 끝나니까 윤 총장을 쫓아내려는 것이다. 한마디로 박사윤팽"이라고 사자성어 토사구팽(兎死狗烹)에 빗댔다. 국민의힘 중진인 정진석 의원은 "추 장관은 검찰개혁을 외치면서 검찰을 정권 눈치만 보는 비루먹은 강아지로 만들고 있다"며 "아집으로 가득 찬 법무장관이 검찰수사를 무력화하는 희대의 희한한 일을 벌이고 있다"고 질책했다. 국민의당도 거들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자신의 몸에 묻은 오물을 먼저 떨어내고 남의 오물을 들여다보는 것이 순서"라고 추 장관에게 일침을 가했다. 윤 총장은 22일 예정돼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할 예정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21일 정부과천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