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 안전성평가연구소 중소기업협력팀장
![[기고] 中企 규제대응전문가 육성 시급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10/2020102102102369660001[1].jpg "[기고] 中企 규제대응전문가 육성 시급하다")
따라서 제품출시와 관련한 다양한 규제에 대한 대응은 제품개발 단계부터 어떤 용도로 어떤 경로를 통해 판매할지를 결정하고 그 방향에 맞추어 필요한 자료와 절차를 하나하나 밟아 나가야 한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잘 준비하면 최소한의 시간과 비용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대부분 중소기업이 우선 제품의 신속한 판매에만 치중해 치밀한 준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다 갑자기 규제라는 장벽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필자에게 흡입독성시험을 요청한 중소기업들은 대부분은 왜 독성시험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의 독성시험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어떤 경우에는 개발과정에서 인체 흡입 상황을 고려하지 못해 흡입독성시험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했던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고, 굳이 현 단계에서는 독성시험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고비용을 들여 이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았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줄 만한 전문가 역시 국내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 신약이나 화학물질의 인허가와 관련한 규제 대응 산업이 활성화되어 있어, 개발자 혹은 기업들은 제품의 개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규제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허가 문제로 제품의 출시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화평법, 살생물제관리법 제정으로 인해 규제 절차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음에도, 속 시원히 대답해주는 전문가도 찾기 힘들어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에는 이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에서도 새로운 제품에 대한 규제근거가 없어 인허가를 내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기업은 정부에서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몇 달을 오롯이 기다려야 하고 최근 이러한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제품의 독성·안전성과 같이 소비자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분야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 규제에 대응하는 것은 자신들의 제품이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해나가는 과정으로 이는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과는 또 다른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임이 틀림없다. 기업들이 법률이나 회계, 세무와 같은 문제를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와 같은 전문가에게 위임하듯 살생물제와 같은 화학물질의 규제대응 문제를 맡길 수 있는 전문가가 시장에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전문가들이 많아진다면 중소기업들에도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그 자체적으로도 훌륭한 신산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정부 차원의 전문가 육성정책이 필요하다. 이 분야 민간 전문가에 대한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은 사정을 고려하여 공인자격의 도입 또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규제는 건널 수 없는 넓은 강이 아니라 물살 쎈 개울에 불과하다. 그리고 규제대응 전문가는 그 개울을 쉽게 건널 수 있게 하는 디딤돌과 같은 존재이다. 이제 신발 젖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 개울을 함께 건널 수 있게 디딤돌을 하나 둘 쌓아가는 과정이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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