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질병예방 차원 … 전국민 유전체 정보 필요 시기 올 것
환자마다 약물반응 등 다른 특성 분석… 의료의 질 향상 기대
피 한방울로 암진단·단일세포 유전체분석 등 정밀의료 서비스
코로나 완치자 혈액서 중화항체 발굴 코로나 신약개발 도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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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유전자 검사 폭발적 성장할 것 … 데이터 잘 다뤄야 경쟁력"](http://contents.dt.co.kr/images/202010/2020102102100551650001[1].jpg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유전자 검사 폭발적 성장할 것 … 데이터 잘 다뤄야 경쟁력\"")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18. 박웅양 지니너스 대표
"유전자 검사는 지금은 일부 암환자나 호기심 많은 사람 정도만 받지만 멀지 않아 누구나 필수적으로 받게 될 것입니다. 아직은 이머징 시장조차 되지 못했지만 폭발적으로 커질 것입니다."
박웅양 지니너스 대표(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장)는 "앞으로 유전체 분석 시장은 누가 염기서열 분석을 잘 하느냐의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데이터를 잘 다루느냐의 게임이 될 것"이라면서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실력을 갖춘 기업으로 자리잡겠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인 유전체 분야 석학인 박웅양 대표는 2018년 4월 성균관대 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삼성유전체연구소장에 더해 스타트업 대표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자신이 30년 넘게 매달려온 유전체 분석 기술을 이용해 더 큰 가치를 만들기 위한 도전에 나선 것. 박 대표가 설립한 지니너스는 암유전체 진단부터 초정밀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까지 정밀의료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전체 정보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를 비롯한 신약 발굴에도 도전한다.
최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만난 박 대표는 "우리의 비전은 병원 밖 모든 사람의 유전자 분석을 하는 것"이라면서 "유전체 정보를 통해 누구나 자신을 더 잘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건강관리와 질병예방 활동을 하도록 기술적 뒷받침을 하겠다"고 말했다.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유전자 검사 폭발적 성장할 것 … 데이터 잘 다뤄야 경쟁력"](http://contents.dt.co.kr/images/202010/2020102102100551650001[2].jpg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유전자 검사 폭발적 성장할 것 … 데이터 잘 다뤄야 경쟁력\"")
대담=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임상의 대신 사이언스 하는 삶 선택=어린 시절부터 사람의 몸에 관심이 많았던 박웅양 대표는 대학 입학 때 자연스럽게 의대를 선택했다. 서울대 의대 4학년 때 선택의학이란 수업을 들으면서 그는 어떤 삶을 살아갈 지를 확실하게 정했다.
박 대표는 "수업에서 교수님이 칠판에 세포 하나를 그린 후 '분자민주주의'란 말을 꺼냈다. 세포 속에서 다양한 분자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스스로의 역할을 하듯이, 너희들도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고 말했다.
수업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박 대표는 어떤 삶을 살아갈 지 곰곰이 생각한 끝에 임상의가 아닌 기초의과학자의 길을 선택했다.
박 대표는 "내가 일흔 살 정도 됐을 때 손자에게, 환자를 잘 고쳐줬다는 얘기보다는 사이언스를 해서 사회에 기여하고 지식을 만들어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와 대학원 석·박사를 거쳐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지내며 그는 당시 급부상하던 유전공학을 파고들었다. 서정선 마크로젠 대표가 그의 지도교수였다.
◇환자들이 찾는 병원현장으로=그런데 서울대 교수로 연구를 하던 박 대표는 한계를 느꼈다. 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면 병원을 찾는 모든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해서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13년 삼성서울병원 삼성유전체연구소장 겸 성균관대 의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연구를 하던 중 2017년 전환기가 찾아왔다. 주로 연구용 유전자 분석을 하던 것에서, 2017년 암환자 유전체 분석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분석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 특이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암환자들에게 잘 맞는 표적항암제를 찾아주기 위해 유전체 분석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다시 산업현장으로=그러다가 2017년 께 삼성서울병원에서만 할 거냐는 의문이 생겼다. 그동안 공들여 개발해온 기술과 연구결과를 더 많은 이들이 쓸 수 있도록 창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박 대표는 "병원에서 의사들이 충분히 잘 쓰는 기술이면 밖에서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급변하는 분야이다 보니 더 늦게 시장에 뛰어들면 세계적으로 밀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회사의 비전은 병원 밖 모든 사람의 유전자 분석을 하는 것이다. 연구용으로 쓰이던 유전체 분석이 병원에서 쓰이기 시작한 데 이어 앞으로는 5000만 국민 모두에게 유전체 정보가 필요해질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박 대표는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면 질병 진단·치료에 그치지 않고 삶과 건강 수준을 바꿀 수 있다"면서 "암이나 치매, 당뇨에 걸릴 확률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누구나 더 적극적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삼성에서 스핀오프한 회사라고 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평판을 얻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박 대표는 2017년부터 병원 측과 창업 논의를 시작해 2018년 4월에 법인 신고를 했다. 사명은 '우리 안의 유전자를 분석하자'는 의미의 '진 인 어스(Gene in Us)'를 이어서 만들었다. 인력 채용과 준비과정을 거쳐 작년 1월 본격적인 유전자 분석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는 기업가와 삼성서울병원 삼성유전체연구소장, 성균관대 의대 교수로 1인 3역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빠른 성장이 가장 중요한 과제=사업현장은 연구현장보다 훨씬 치열하다는 것을 체감한 박 대표는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정했다.
박 대표는 "유전체 분석은 세계적으로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영역"이라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정부가 유전체 분석을 제도화하고 병원들은 의료현장에 빠르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발점은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정밀의료 이니셔티브다. 이후 미국에 이어 세계 각국이 앞다퉈 도입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2015년 논의를 시작해서 2017년에는 암환자와 희귀질환자의 유전체 검사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시작됐다. 건강검진에서는 비급여로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고, 병원 밖에서도 DTC(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피 한 방울로 암 진단하고 세포 하나로 유전체 분석=회사의 핵심 기술은 3가지다. 암환자 대상 유전체 진단기술(캔서스캔)과 피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하는 혈액생검 기술(리퀴드스캔), 건강검진센터에서 쓰이는 질병예측 유전자 검사 '헬스스캔'이다. 이중 혈액생검은 상용화되지 않은 단계로, 기술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작년에는 주로 건강검진센터용 헬스스캔 서비스를 많이 했는데 올해부터 캔서스캔이나 리퀴드스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암 조직의 단일세포 분석 서비스 '싱글셀', 뷰티 및 헬스 유전자 검사 '인사이드미', 장내미생물 검사 '위드미' 서비스도 제공한다.
◇단일세포 분석기술로 코로나 중화항체 발굴 연구 착수=신약 발굴도 사업영역이다. 회사는 코로나 완치환자의 혈액에서 중화항체를 만드는 세포를 찾아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세포를 통해 중화항체를 만들어 치료제로 만드는 게 목표다. 중화항체는 병원체나 감염성 입자가 신체에 침투했을 때 생물학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중화해 세포를 방어하는 항체를 가리킨다.
박 대표는 "혈액 속 많은 세포 중 어떤 게 항체를 만드는지 알기 힘든데 세포를 하나씩 구분해 분석하면 중화항체를 만드는 세포의 염기서열을 얻을 수 있다. 기존 방법은 수백개 세포를 스크리닝해서 항체를 찾는 방식인데, 단일 세포를 분석하면 접근방법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기존 방식보다 세포 내 유전자 염기서열을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어, 두달 정도 만에 중화항체를 만드는 세포를 재조합해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으로 코로나 재조합 중화항체를 만들어낸 곳은 없고, 국내·외 기업들이 임상시험을 하는 단계다.
회사는 코로나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의 혈액에서 5만개의 B세포 조합을 분석해 중화항체를 만들 수 있는 후보 DNA를 얻었다. 이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잘 붙을 만한 900개의 중화항체 후보를 찾았다. 이제 만들어서 효과를 시험하는 과정이 남았다.
◇세포 단위 유전자 분석 활용분야 무궁무진=단일세포 유전자 분석 기술은 이 외에도 활용분야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중화항체 개발에 이어 응용분야를 넓혀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세포 하나에 들어 있는 DNA의 무게는 10피코그램으로, 10의 마이너스 12승 정도의 매우 적은 양"이라면서 "과거에는 과학기술의 한계 때문에 그 정도 양으로는 실험을 할 수 없었고, 암세포를 분석하려 해도 적어도 100만개 세포가 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암 조직을 분석하려면 눈에 보일 정도로 크게 떼서 분석해야 했다. 같은 암 환자의 몸 속 암세포라고 해도 한 종류가 아니다. 특정 종류의 암세포가 10%, 다른 종류의 암세포 30% 식으로 섞여 있다. 그런데 수백만개 세포에서 나온 DNA가 섞여 있으면 분석을 해도 평균값밖에 못 얻는다. 암세포와 면역세포가 섞여 있기 때문에 암세포의 정보만 얻어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세포를 하나씩 분석하면 세포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지만 결국 얼마나 고도화되고 정교화된 기술을 확보했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면서 "병원 연구소부터 4~5년간 매달린 기술인 만큼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조직검사 대신 혈액으로 암 진단=혈액생검도 암 진단 방식을 바꿔놓을 기술로 주목받는다. 지금은 암을 진단하려면 조직을 떼어내야 하는데, 말기암 환자만 해도 이 방식이 힘들다. 혈액생검은 암 조직에서 빠져나와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 DNA를 분석하는 것이다. 약을 처방한 후 암 재발이나 암 잔존 여부를 보기 위해 조직검사 대신 피검사를 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많다. 혈액 분석만으로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를 처방해도 되는지를 파악할 수도 있다. 한번 떼어낸 조직은 한번, 많아도 두번 분석이 가능한데 혈액은 필요할 때 언제든 할 수 있다. 또 보통 의사들은 6개월 전 조직검사로 현재의 상황을 판단하는데 혈액을 이용하면 당일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박 대표는 "아직은 정확성에 차이가 있지만 기술 진보에 힘입어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6개 병원에 암환자 유전체 진단 서비스=회사는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용인세브란스 등 6개 병원에 캔서스캔 솔루션을 공급했고, 서울성모병원 등과 계약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이 사업을 하는 곳은 지니너스가 유일하다. 병원 연구소에서 오랜 연구를 한 덕분이다. 박 대표는 "암환자 중 표적항암제를 쓸 수 있는 비율이 10% 정도다 보니 아직 유전체 분석 수요가 크지 않은데, 면역항암제의 경우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효능이 좋기 때문에 면역항암제가 보편화되면 유전체 검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일본 이와테병원에도 솔루션을 공급했고, 베트남 빈맥병원과 협약을 맺고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했다. 장기적 목표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과 일본은 한번 유전체 검사를 하는데 500만원으로, 국내에 비해 가격이 훨씬 높다. 일본은 이 분야에 기업이 없어서 공략해볼 만한 시장이다. 회사는 일본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후 미국으로 시장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서비스 첫해인 작년 약 14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40억~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내년은 100억원 매출이 목표다. 창업 초기 시드 투자, 작년 1월 시리즈A 투자, 최근 프리-IPO(상장전 지분투자)까지 총 254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데이터·AI로 경쟁력 업그레이드=회사는 유전체 분석에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축적된 유전체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가치 있는 정보와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과거에는 일부만 하던 유전자 분석을 지금은 누구나 할 수 있게 됐고, 또 한가지 염기서열 변이 여부만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면서 "이전에는 유전체 분석 데이터도 많아야 수십 킬로바이트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우리 연구소에만 해도 2페타바이트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누가 시퀀싱을 잘 하냐의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데이터를 잘 다루느냐의 게임이다. 수십만, 수백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잘 활용하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특성을 가진 환자의 패턴을 분석해서 알려줌으로써 환자가 필요로 하는 100%의 답을 주고, 약물반응 분석, 신약개발 등에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답을 줄 수 있다는 것.
박 대표는 "나는 특정 약은 많이 먹으면 간 독성이 있는데, 또 다른 약은 잘 안 들어서 남들의 2배를 먹어야 한다. 모두 유전적 특성 때문"이라면서 "환자마다 다른 특성을 분석해 최적의 약을 처방하면 병원과 환자, 건강보험공단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전 국민이 유전체 분석을 하게 되면 데이터가 쌓일 것이고, 병원들이 동의 하에 이를 쓸 수 있게 되면 지불비용은 의료의 질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의료 데이터 활용 규제를 개선해서 신약 개발, 유전체 분석, 의료서비스 등의 도약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바람이다. 의료의 질이 높아지면 가장 큰 수혜자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개인 맞춤의료 시대 신뢰성 있게 지원할 것"=박 대표의 목표는 10년 내에 유전체 분석 분야에서 세계 최고 실력을 갖춘 기업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성상 병원이 의료산업의 중심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병원과의 협업을 통해 이를 이뤄내겠다는 생각이다.
박 대표는 "내가 유전자 연구를 시작한 1988년만 해도 유전자를 들여다보는 것이 잠깐 조명이 켜졌을 때 보는 연극 같은 것이지만, 지금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등장했을 정도로 과학기술의 발전이 눈부시다. 인간 염기서열 전체를 해독하는 휴먼지놈 프로젝트에 15년이 걸렸는데, 지금은 100만원을 내면 2주 만에 끝난다"면서 "모든 사람이 유전체 분석을 받고, 병원에서 개인맞춤 서비스를 하는 시대를 가장 신뢰성 있게 지원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고 강조했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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