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았지만, 결정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뚜렷하게 드러난 만큼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경제성 평가가 부당했다는 것은 결국 탈원전 정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이 부분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20일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감사원 결과 보고서를 보면 월성 1호기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고 왜곡됐다는 점은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며 "탈원전 정책에 대한 문제점은 확실하게 드러났다. 탈원전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에 정부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꼬리 자르기'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감사원이 경제성 평가를 심각하게 왜곡했다는 것은 파악해놓고도 책임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징계요구가 없고 한국수력원자력의 배임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은 감사를 방해했다는 명분으로 실무자들만 꼬리 자르기를 한 것"이라면서 "국회가 요구한 감사 내용이 경제성과 배임행위였기 때문에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어떤 이유에서든지 상당히 부드러운 결과 보고서를 내면서 어정쩡한 감사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분명히 수정돼야 한다고 보지만, 이런 정도의 결과로는 정부가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감사원 감사 결과를 '맹탕'이라고 지적했다.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나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책임자에 대한 구속력 있는 징계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비판한 것이다. 양 교수는 "경제성 평가가 부당했다는 것은 결국 탈원전 정책이 비합리적으로 추진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감사원 결과를 현 정부는 엄중히 받아들여야 함은 물론 청와대와 대통령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맹탕 감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정부 조직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외국 사례처럼 감사원을 국회에 소속시키는 등 감사원 독립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 정부가 보여온 행태를 보면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로 탈원전 정책을 선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경제성 평가가 부당했다는 감사 결과를 인정하고 탈원전 정책을 수정하면 좋겠지만, 여태까지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등) 추진하던 정책을 수정한 적이 없다"며 "부작용이 생기면 재정으로 메우거나, 더 큰 규제를 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감사원이 사실상 하나마나한 결론을 내렸지만, 어찌됐든 앞으로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이번 감사 결과가 족쇄처럼 따라 붙게 될 것"이라면서 "원전 폐쇄 결정은 경제성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 사회적 수용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 모호한 평가 기준이 논란을 키웠다. 이 부분에 대한 제도적인 논의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은진·김동준기자 jineun@dt.co.kr
20일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감사원 결과 보고서를 보면 월성 1호기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고 왜곡됐다는 점은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며 "탈원전 정책에 대한 문제점은 확실하게 드러났다. 탈원전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에 정부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꼬리 자르기'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감사원이 경제성 평가를 심각하게 왜곡했다는 것은 파악해놓고도 책임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징계요구가 없고 한국수력원자력의 배임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은 감사를 방해했다는 명분으로 실무자들만 꼬리 자르기를 한 것"이라면서 "국회가 요구한 감사 내용이 경제성과 배임행위였기 때문에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어떤 이유에서든지 상당히 부드러운 결과 보고서를 내면서 어정쩡한 감사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분명히 수정돼야 한다고 보지만, 이런 정도의 결과로는 정부가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감사원 감사 결과를 '맹탕'이라고 지적했다.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나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책임자에 대한 구속력 있는 징계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비판한 것이다. 양 교수는 "경제성 평가가 부당했다는 것은 결국 탈원전 정책이 비합리적으로 추진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감사원 결과를 현 정부는 엄중히 받아들여야 함은 물론 청와대와 대통령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맹탕 감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정부 조직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외국 사례처럼 감사원을 국회에 소속시키는 등 감사원 독립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 정부가 보여온 행태를 보면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로 탈원전 정책을 선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경제성 평가가 부당했다는 감사 결과를 인정하고 탈원전 정책을 수정하면 좋겠지만, 여태까지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등) 추진하던 정책을 수정한 적이 없다"며 "부작용이 생기면 재정으로 메우거나, 더 큰 규제를 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감사원이 사실상 하나마나한 결론을 내렸지만, 어찌됐든 앞으로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이번 감사 결과가 족쇄처럼 따라 붙게 될 것"이라면서 "원전 폐쇄 결정은 경제성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 사회적 수용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 모호한 평가 기준이 논란을 키웠다. 이 부분에 대한 제도적인 논의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은진·김동준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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