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적자성 나랏빚이 400조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과도한 국가채무가 국가신인도 하락의 주 원인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고가 나왔다. 채무 증가 속도가 빠를수록 신인도 하락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도 우리나라의 "높은 부채"를 지적하고 나선 상태다.
19일 김우현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정포럼 9월호'에 게재한 '2021년 예산안 및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평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을 대응하는 단기적인 재정지출과 국가채무 증가는 불가피하게 감내해야 할 특수한 재정운용 환경에서 발생한 지출과 채무 증가"라면서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반영된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증가는 현재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되짚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응 자산이 없어 조세 등으로 상환해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급증하는 부분을 문제 삼은 것이다.
실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 규모는 올해 835조6000억원에서 2022년 1000조원 선을 넘고, 2024년 132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적자성 채무는 같은 기간 506조9000억원에서 899조5000억원까지 불어나게 된다. 불과 4년 사이에 적자성 채무가 400조원 더 쌓이는 셈이다.
특히 채무 증가 속도가 빠를수록 국가 신용등급에는 부정적이라는 지적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인용해 "국가채무가 30% 증가하면 (신평사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채무 증가 속도가 빠른 경우 신용등급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피치도 우리나라의 부채 규모 등 재정 건전성에 우려를 보냈다. 신용등급을 종전과 마찬가지로 'AA-'로 평가하면서도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른 점을 '위험 요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피치는 "한국은 단기적인 재정 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재정준칙을 발표하기도 했다"면서도 "고령화로 인한 지출 압력이 큰 상황에서 높은 부채 수준은 재정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계 부채 상환능력과 은행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면서도 "가계 부채 규모의 증가로 취약성이 높아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적자성 채무를 갚아나가기 위한 세입 여건은 앞으로도 불투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올해 8월까지 기업들로부터 걷는 법인세 실적은 전년 대비 14조6000억원, 자영업자 등이 내는 부가가치세 수입은 4조원 감소한 상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1년 국내 경제는 코로나19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겠지만, 가계소득과 고용여건 개선이 지연되며 GDP 성장률은 2.3%를 나타낼 전망"이라며 "앞으로 5년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도 이전 5년보다 0.6%포인트(p) 내린 연평균 2.0%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